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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코로나 육아…젖병소독기 사는 할머니, 홍삼 사는 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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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1월 28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임시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 28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임시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23개월짜리 손녀를 돌보고 있는 임 모(63)씨. 최근 홈쇼핑에서 유아용 로션과 바디워시, 간식을 대량으로 주문했다. 임 씨의 남편도 마트에 가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육아템’만 사들인다. 이전에도 맞벌이인 딸과 사위를 대신해 종종 손녀를 보긴 했지만, 요즘처럼 전담하진 않았다. 임 씨는 “딸과 사위는 집안일에 신경 못 쓸 때가 많아 우리가 챙기는 편”이라며 “마침 홈쇼핑에서 손녀딸이 쓰는 제품을 판매하길래 딸한테 말도 안 하고 바로 샀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손주 돌보는 조부모들 #최근 한달새 육아용품 구매 급증 #애 맡기고 미안한 3040대 부모들 #육아 감사표시로 건강용품 선물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감염을 우려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가정이 늘면서 육아 전선에 새로 투입된 할마빠(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육아용품 ‘큰손’으로 등극했다. 반면에 황혼 육아에 지쳐가는 부모를 보는 게 가시방석인 3040자녀는 건강식품과 흙침대 등 ‘효도템’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30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2월 23~3월 22일) 판매된 육아용품과 효도상품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에서 구매한 육아용품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 기간 사이트 전체 판매신장률(3%)보다 1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육아 전선에 긴급 투입된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면서 이들의 육아용품 구매도 증가 추세다. [사진 pxhere]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육아 전선에 긴급 투입된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면서 이들의 육아용품 구매도 증가 추세다. [사진 pxhere]

50대 이상 소비자가 산 육아용품을 분석해보니 젖병 세정제(152%)와 젖병 소독기(177%) 구매가 각각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식은 27%, 이유식 마스터기(이유식 만드는 가전제품)도 26% 판매량이 늘었고, 유아용 과자도 2배에 가까운 92%나 뛰었다. 장난감 구매도 늘어 작동완구 12%, 역할놀이 세트 38%, 블록 31%, 유아 퍼즐이 17%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에만 있는 아이가 지루해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품 소비가 늘었다는 해석이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에서도 50대 이상 세대 중심으로 분유(15%), 기저귀(14%), 젖병(94) 등 대표적인 육아용품 구매 수요가 증가했다. 유아 가구는 22% 수요가 늘었고 놀이방 매트는 27% 더 잘 팔렸다.

코로나 19 확산 이전에도 황혼 육아에 나선 노년층은 많았다. 지난해 발표된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조부모나 아이 돌보미 등 개인으로부터 양육지원서비스를 받는 아동은 전체 아동 중 16.3%에 달한다. 개인 양육지원 제공자의 83.6%는 조부모다. 하지만 최근 두 달은 어린이집과 학교 등의 사회 보육·교육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어쩔 수 없이 육아를 떠맡는 노년층이 더 는 것으로 보인다.

할마·할빠에게 미안한 엄마·아빠 

같은 기간 30~40대의 건강식품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나 증가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건강식품은 인삼ㆍ홍삼이다. 56%나 급증했다. 간편하게 섭취가 가능한 건강 즙은 판매량이 33%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흙 침대 판매량 증가다.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젊은 층은 선호하지 않는 품목인데도 82%나 더 샀다. 이 밖에도 안마기ㆍ마사지기(3%)와 안마의자(2%)도 상승세다. 초기 비용부담이 적은 안마의자 렌털 상품은 130%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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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의 3040 세대의 건강 관련 용품 구매 증가세도 G마켓과 비슷하다. 최근 한 달 기준 전년 대비 안마의자 렌털 상품은 132%, 손발 건강용품은 95%, 홍삼ㆍ인삼은 67%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개학이 연기되고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육아를 떠안게 된 경우가 많다”며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는 제품을 각 세대에서 구매해 현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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