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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코로나가 '라이프스타일·의료·교육·국제관계' 다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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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선 지구촌은 지금 가정, 일터, 사회, 국제 등 전 단계에서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되나 #기업, 글로벌 공급체인 축소 우려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가 #서로를 배려하는 인간애 낳기도

예상하지 못했던 강제 격리 속에 사회의 최소 단계인 가정이 더욱 중요해졌고, 세계화는 ‘코로나 장벽’ 속에 힘을 잃고 있다.

과거 사회적 덕목이던 어울리기 대신 일상생활과 일터에선 ‘원거리 시대’가 더욱 익숙해졌다. 사람과의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밀착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 창궐이 가정, 의료, 교육,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예고했다.

변화는 부부가 얼굴을 맞대고 있는 가족이 겪는 일상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코로나 이혼(covidivorces)’과 ‘코로나 베이비(coronababies)’라는 신조어로 코로나19가 불러온 가족의 위기이자 기회를 요약했다. 재택근무와 자가격리로 부부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등장한 표현이다. CNBC는 코로나19로 이혼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변호사 업계의 예상을 전했다.

영국 로펌인 리처드 넬슨의 하디프 딜런 변호사는 크리스마스 직후 ‘이혼하고 싶다’는 검색어가 230% 늘었다는 한 결과를 인용하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을 예상했다.

“코로나가 국가 장벽 높여, 방역·경제 공조 새 리더십 필요”


더욱 중요해진 가족 

가족

가족

강제 격리를 먼저 경험했던 중국에선 이혼이 늘었다는 보도가 이미 나왔다. 코로나19가 강타했던 중국 시안(西安) 베이린(碑林)구에선 이달 초 평소엔 거의 없던 이혼 등기가 한꺼번에 14건이나 접수됐다. 중국 언론은 “코로나19로 부부가 한 달간 집에 틀어박혀 지내다 불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반대의 가능성을 예상하는 경우도 있다. NYT는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콘돔과 피임기구 판매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19 사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MF 위기로 해체된 가정이 있었던 반면 가족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는 경우도 있어서다.

결혼의 양상도 변할 수 있다. 마음 맞는 이성을 선택한다는 ‘영혼의 반려 모델(soul mate model)’에서 ‘가족 중심 모델’로 변화한다고 브래드퍼드 윌콕스 버지니아대 교수는 WSJ에서 밝혔다. 결혼할 때 로맨틱한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녀·돈·육아 등을 더욱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현실론과 맞닿아 있다. 해외여행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대도 저물고 있다. 이젠 세계가 감염병의 위험을 실감하고 있어서다. 강제 격리 경험으로 반려동물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원격의 시대

원격 시대

원격 시대

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은 지금 거대한 ‘온라인 교실’을 실험 중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165개국에서 학교가 폐쇄돼 전 세계 학생의 87%에 해당하는 15억 명이 현재 ‘학교 밖’에 있고, 반대로 교사 6000여만 명은 ‘집 안’에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교육 당국이 온라인 교육에 나섰다.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교실 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하는 경험을 해보며 향후 온라인 교육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리라는 관측이다. 일부 전문가는 교실 내 교육과 온라인 원격 교육이 혼재하며 병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영리 교육기구인 칸아카데미의 최고경영인(CEO) 샐 칸은 WSJ에서 “학생과 교사는 대면 교육과 재택 학습간 장벽을 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료도 원격의 시대다. 한꺼번에 환자가 몰리며 빚어지는 의료 붕괴를 최소화하고, 지리적으로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환자를 돌보는 데 온라인 진료와 관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미국 몬태나주의 관리센터에 있는 간호사가 워싱턴의 병원 집중치료실에 있는 환자 상태의 변화를 확인해 이를 의사에게 알릴 수 있다.” 비영리 의료기관 프로비던스의 에이미 콤튼-필립스 박사가 WSJ에서 든 사례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은 ‘원격 인턴십’ 등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라이프스타일
자유로운 해외여행 시대 저물고
외출금지 경험해 반려동물 더 의지

의료
일시에 환자 몰리는 의료붕괴 현실화
원격 진료·관리 시스템 지구촌 확산

교육
온라인 교육 늘며 교실·재택 수업 병행
맞벌이 부모들 자녀 양육 부담 커져

국제관계
글로벌 시민의식 대신 국수주의 확산
미·중 충돌 격화돼 국제적 혼란 심화

흔들리는 리더십

리더십

리더십

코로나19는 전 세계 리더십의 민낯을 드러냈다. 다른 나라들이 할 때는 입국 제한을 ‘투박한 조치’로 깎아내리다 결국 뒤늦게 사실상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팬데믹이 아니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입국 제한에 나서야 했다.

제러드 베이커 WSJ 편집장은 “코로나19 이후 세계화된 시스템에 결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기업의 CEO와 투자자들은 글로벌 공급체인 공급량의 축소를 고려할 것이고, 국가들은 핵심 의료장비 생산 설비를 상당량 외국에서 국내로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 번즈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우월함 소진 등 국제정치적 변화의 폭풍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 간 벽을 무너뜨리자는 세계화 시대가 지고, 국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전염병 방역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국제 협력은 더욱 필요해졌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을 포함한 G20(주요 20개국)이 나섰듯이 이번엔 지역적 대표성을 G20 이상으로 더 확대해 글로벌 팬데믹을 극복할 협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사람이 중요

사람

사람

코로나19가 몰고 온 건 바이러스 감염만 아니라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공포다. 그럼에도 바이러스를 비집고 피어난 인간애가 세계 곳곳에서 확인됐다. 국내에선 의료진이 자진해서 대구로 몰려갔고, 한 지체장애인은 지구대 앞에 그간 애써 모은 마스크를 놓고 사라졌다.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자밀 자키는 “코로나19 유행은 ‘친절함의 세계적 유행’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우리가 모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알게 됐는데, 이는 우리가 모두 인간성을 공유한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도 이전으로 돌아갈 게 아니라 무자비한 개인주의에서 공감과 동료애에 더 가치를 두는 쪽으로 뉴노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터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미국 컨설턴트인 킴 스콧은 “경제가 악화할수록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정하는 것에 서로 솔직한 팀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며 “지휘와 통제보다 공감과 소통에 집중해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수직적 구조와 통제에 의존하는 조직에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정재홍·채병건·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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