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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북한편” 다음엔 잠수함 SLBM 발사…막을 방법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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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노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머나먼 기찻길을 역주행해 평양으로 복귀했다. 두 달 후인 지난해 4월 4차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북한은 마치 준비나 한 듯 내부를 추스르며 미국에는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시한성 경고를 던졌다. 대내외 출구를 찾는 충격요법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하노이 노딜 직후 역주행 시작 #정확성 높였고 요격 회피 기능 #미사일 개발 계획 완성 단계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같은 해 5월 초부터 신형 ‘전술유도무기’인 이른바 이스칸데르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을 8월 초까지 4차례에 걸쳐 발사했다. 11월 말까지는 초대형방사포와 에이태킴스형도 8차례 발사했다. 그 사이 7월에는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고, 10월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도 성공했다. 지난해 북한은 전술무기는 12회, 전략무기는 1회 시험 발사한 셈이다. 12월 말에는 5차 전원회의를 소집해 ‘충격적인 실제행동’과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북한 역시 국경을 봉쇄했다. 하지만 한 달이 조금 지나 숨을 돌린 듯 3월에 들어와 4차례(2일·9일·21일·29일)에 걸쳐 초대형방사포와 에이태킴스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30일 보도에서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확인했다. [사진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30일 보도에서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확인했다. [사진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10개월간 총 17차례 쏜 발사체는 모두 4종으로 귀결된다. ①이스칸데르형 ②에이태킴스형 ③초대형방사포 ④북극성-3형인 SLBM과 신형 잠수함이다. 이중 SLBM을 제외한 발사체는 전술무기체계로 실전 배치 직전의 시험발사 마무리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동계훈련의 일환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 부작용도 달랠 겸 지난달 8일이었던 창군절 이후로 시기를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술유도무기’는 북한식 표현으로 한·미 연합군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개념과 유사하다. 북한은 미사일을 ‘로케트’, ‘유도무기’, ‘유도탄’이라 부른다. 미사일을 ‘로케트’(rocket)라고 부르는 이유는 구소련 등 공산권이 그렇게 쓰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21일 발사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군 당국의 추정대로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지대지 전술유도무기로 확인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이 지난 21일 발사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군 당국의 추정대로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지대지 전술유도무기로 확인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전술유도무기’, ‘전술유도탄’, ‘전술탄도로케트’라 부른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중장거리탄도로케트’라 부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대륙간탄도로케트’라 부르는데 이 두 가지를 합쳐서 ‘전략탄도로케트’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북한의 미사일 무기체계는 ‘전술무기체계(전술탄도로케트)’와 ‘전략무기체계(전략탄도로케트)’로 대별(大別)할 수 있다.

이제 북한은 기(旣)보유 중인 액체추진 스커드 계열 미사일과 노동미사일에 더해 3종의 신형 고체추진 전술유도무기의 고도화를 완성하는 단계인 셈이다. 신형 전술무기체계의 평균 고도는 약 30~50㎞, 사거리는 약 230~600㎞로써 공산오차(CEP)가 수 m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추정돼 정확도가 대폭 향상됐다.

북한은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은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한, 저고도 활강상승(pull-up) 및 연발능력과 무기별 혼합사격술이 가능해져 한국군의 요격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동식운반차량(TEL)으로 이동하는 고체연료 발사체는 기습타격이 용이해 상대국이 사전에 식별해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도 어렵게 만든다. 한반도 전역의 함정까지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와 정확도 그리고 요격 거부능력을 대폭 보강한 것이다.

이렇게 정확도가 높고 요격이 어려운 북한의 전술무기체계 개발은 이미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 5월 29일 북한은 강원도 원산일대에서 스커드-ER 개량형 미사일에 보조수평날개인 전방날개(카나드·cannard)와 소형분사엔진을 장착해 동해 상 예상목표를 7m 편차로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5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험 발사에 성공한 개량형 스커드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동체 상단에 보조 날개가 달려있다.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2017년 5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험 발사에 성공한 개량형 스커드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동체 상단에 보조 날개가 달려있다.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당시 현장을 참관했던 김 위원장이 “지난해(2016년)에 지시한 적(敵)의 함선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임의의 바늘귀 같은 개별목표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정밀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우리식의 주체무기를 탄생시키는 성과를 이룩했다”며 “우리가 짜놓은 시간표와 로정표대로 다계단, 련발적 위력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언급한 내용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가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기는 작년 여름 북한이 쏘아 올렸다고 주장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와 유사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 매체가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기는 작년 여름 북한이 쏘아 올렸다고 주장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와 유사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결국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ICBM 시험 발사 성공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협상 기간 중에도 신형 전술무기체계와 북극성-3형인 전략무기체계를 계획대로 은밀하게 제작해온 셈이다.

지난 1월 24일 미국의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여전히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도 “북한이 미국 영토와 동맹을 위협하는 다양한 탄도미사일 배치 노력을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은 물론 이미 완성한 화성계열 IRBM과 ICBM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7월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모습.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7월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모습.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에 참관한 김 위원장이 “전술 및 전략무기체계들은 나라의 방위전략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우리 ‘당의 전략적 기도’ 실현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한 지난 2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내용을 주목하고자 한다.

여기서 특히 ‘당의 전략적 기도’라는 부분이 중요하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들은 이미 2017년 11월부로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화성계열의 IRBM과 ICBM을 완성했고, 올 봄에는 새로운 전술무기체계(SRBM)도 완성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제 남은 과제는 3대 핵전력의 하나이자 게임 체인저인 북극성-3형이다.

비록 코로나19 변수가 있지만, 북한 체제 속성상 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과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새로운 전략적 카드로 꺼낼 가능성이 높다. 수중발사 플랫폼(잠수함)은 360도 어느 방향에서라도 날아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도의 은밀성, 새로운 ‘전방위적 위협’과 주야 ‘전천후 위협’을 복합적으로 의미한다. 그래서 최후병기라 일컫는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결국 북한의 전략적 기도는 ‘전술무기’로 남쪽을 향해 한국군·주한미군 및 증원기지를 볼모로 잡아두고, 태평양 너머로는 ‘전략무기’인 IRBM·ICBM·SLBM으로 미국영토를 위협하는 전술적·전략적 강압을 배합하려는 것임을 간파해야 한다. 강압(coercion)이란 상대를 위협하여 나의 의도대로 상대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이다.

향후 코로나 변수에 심각한 이변이 없는 한 북한은 이미 자신들이 상수 입장이 되었다고 계속 생각할 것이다. 그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시간은 북한 편이다. 북한의 주기적인 도발적 언행을 그때마다 단선적 시각으로 보고 쉽게 잊어버리거나 정치적 색깔로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관세찰’(大觀細察)과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필요한 이 시기에, 과연 한미동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실체와 전략적 기도를 얼마만큼 공동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비하려는 지에 관해 묻고 싶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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