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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내 땅에 있는 나무를 베는 것도 불법이라고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손유정의 알면 보이는 건설분쟁(3)

대학교수인 안서니 씨는 오래전 어머니로부터 강원도의 땅을 물려받았습니다. 수십 필지의 농지, 임야, 대지 등을 방치하다 정년을 앞두고 경치가 좋은 곳에 집을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부지 주변에는 잣나무, 단풍나무가 우거진 안 씨 소유의 임야가 있었고, 안 씨는 위 토지에 주택을 짓는 공사계약을 체결합니다.

집터가 될 땅을 고르는 작업이 시작됐고 기초공사, 골조공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돼 마침내 건물이 완공됐습니다. 막상 입주해 생활해보니, 건물 뒤편 경사가 높은 지대에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서 건물에 빛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이에 안씨는 포크레인 기사를 불러 임야 부분의 나무를 베고, 경사진 부분을 평탄하게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약 한 달 후 군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산지가 훼손돼 청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고, 통지서가 우편으로 갈 거라고 했습니다. 안씨는 다급하게 문의했습니다.

“제가 제 땅의 나무를 베는 것이 문제가 되나요?”

안 씨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땅 위에 집을 지으면서 임야의 나무를 베고 경사진 부분을 평탄하게 만드는 공사를 하였다. 그런데 한 달 후 군청으로부터 산지훼손 청문절차에 관한 통지를 받게 되었다. [사진 Pixabay]

안 씨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땅 위에 집을 지으면서 임야의 나무를 베고 경사진 부분을 평탄하게 만드는 공사를 하였다. 그런데 한 달 후 군청으로부터 산지훼손 청문절차에 관한 통지를 받게 되었다. [사진 Pixabay]

허공에 건물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건물은 땅 위에 지어집니다. 측량을 통해 특정된 땅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토지재산권은 강한 사회성, 공공성을 지니고 있어 다른 재산권에 비해 강한 사회적 제약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건축행위, 개발행위가 허가의 대상인 것이지요. 산지와 산림은 개발의 대상이면서도 보호의 대상으로 관련 법령에서 이에 관해 세밀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안씨는 안씨 토지 지상에 심어진 나무를 제거했습니다. 나무는 안씨 소유이므로 민사적으로 보면 나무를 베는 행위 자체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안씨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나무를 베고 땅을 깎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산지관리법, 산림자원법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사실 건물이 완공된 이후 산지, 산림이 훼손되는 경우보다 착공 후 터파기 등 부지를 다지는 토목공사 내지 공사진입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인접 산지와 산림이 훼손되는 경우가 더 빈번합니다. 시공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산지가 훼손돼 시공사와 건축주 사이에 민사적인 다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건축주, 건설회사, 하수급인들 사이에서 훼손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해 치열하게 다투어진 형사사건도 있었습니다.

나무는 안 씨 소유이므로 민사적으로 보면 나무를 베는 행위 자체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산지관리법, 산림자원법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사진 Pixabay]

나무는 안 씨 소유이므로 민사적으로 보면 나무를 베는 행위 자체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산지관리법, 산림자원법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사진 Pixabay]

또 공사 도중 산지가 훼손되면 건축물이 완공돼도 사용승인이 지체될 수 있습니다. 제가 수행한 사건 중에는 건설회사가 산지를 훼손했으면서도 그 책임을 회피해 건축주가 긴급하게 자신의 비용으로 산지복구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산지관리법은 ‘지목이 임야인 토지’, ‘입목, 대나무가 집단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 등을 산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안씨 건물 근접 토지는 지목이 임야로 이는 산지에 해당하고, 입목을 제거하고 토지를 깎는 것은 산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산지 전용에 해당합니다.

또 산림자원법은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입목·죽과 그 토지’ 등을 산림으로 정의하고, 산림 안에서의 입목의 벌채를 허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허가 없이 입목 벌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안씨는 군청으로부터 훼손한 산지를 복구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안씨는 산지복구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산지복구설계를 하고, 다시 나무를 심는 산지복구공사를 해야 했습니다. 이에 더해 안씨는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건축공사에는 수많은 행정적인 규제가 수반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건축주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태도로 신중하게 자문을 구하고, 공사 이행 과정에 관한 증거를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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