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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코로나19 효과…전세계로 확산 중인 '감시기술'

중앙일보

입력

중국 최대 CCTV 제조업체 하이캉웨이가 만든 감시 카메라가 도심 전역에 설치돼 있다. [AP=연합]

중국 최대 CCTV 제조업체 하이캉웨이가 만든 감시 카메라가 도심 전역에 설치돼 있다. [AP=연합]

경찰이 실시간으로 지역별 유동인구 정보를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앞으로 경북 경찰은 시간대별ㆍ월별ㆍ성별ㆍ연령별로 특정 지역의 유동인구 정보를 순찰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이 최근 빅데이터 기반 유동인구 분석서비스(지오비전)를 경북경찰청에 무상 제공하기로 하면서 가능해졌다. 휴대폰 사용자와 통신사 기지국 간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위치에 사람이 얼마나 모여 있는지 5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이 기술, 경찰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한다.

이게 왜 중요해?

· 개인의 신원과 위치·행동을 실시간 감시(surveillance)할 수 있는 기술이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속속 확산되고 있다.
·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자는 명분 하에 '감시 기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낮아졌다. '개인정보 보호'나 '사생활 침해' 같은 우려를 코로나19는 가뿐히 뛰어넘고 있다.
· 최근『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리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도 이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보통 때는 몇 년의 숙고가 필요한 미성숙하고 위험한 기술들이 위기 상황에선 합법성을 쉽게 인정 받는다”고 경고했다.

나랑 무슨 상관?

빅데이터 기반 유동인구분석 서비스 지오비전의 활용예시. 지역별강력범죄분석(왼쪽)이나 인구흐름분석(오른쪽)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지오비전 홈페이지]

빅데이터 기반 유동인구분석 서비스 지오비전의 활용예시. 지역별강력범죄분석(왼쪽)이나 인구흐름분석(오른쪽)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지오비전 홈페이지]

· 원래 SK텔레콤 지오비전은 유동인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됐다. 만약 경찰이 코로나19 대응 이외 용도로 이 기술을 활용한다면 예상밖의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권력과 결합된 감시기술이 악용되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개인에 대한 정밀 감시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 위험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중국은 이번 코로나 위기를 명분 삼아 안면 인식기술을 시민 감시에 활용하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국내에선

· 국내서도 코로나19 계기로 개인별 동선 정보를 정부가 확보해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26일부터 10분 만에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CCTV 자료, 신용카드 사용 정보, 스마트폰 위치정보 등이 분석에 쓰인다. 경찰청·여신금융협회·3개 통신사·22개 신용카드사가 협력한다.
· 행정안전부의 자가격리자 앱(3월 7일 공개)은 위성항법장치(GPS)로 자가격리자의 위치를 확인한다. 지정 위치를 벗어나면 담당 공무원에게 알람이 가고, 경찰 출동 및 고발 조치가 이뤄진다.

해외에선

· 중국은 'IT 감시'에 가장 앞서 있다. 중국 IT기업인 텐센트·알리바바는 개인별 진료기록과 통신위치·결제 정보가 담긴 'QR코드' 앱을 만들었다. 이 앱은 최근 14일간 동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진단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얼굴 인식 기술도 중국 정부의 전염병 감시에 활용되고 있다.
· 초기 방역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들이 위치 추적에 적극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블루투스로 반경 2m 내 확진자 접근시 경고하는 앱을 내놨다. 홍콩 정부는 19일부터 입국자 전원에 전자 손목밴드와 스마트폰 위치추적 앱 설치를 강제했다. 대만은 '전자울타리'제도로 격리자 위치를 제한한다..
· 기술 기업이 포진한 미국은 어떨까. 미국 정부도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코로나19 대응에 활용하고 싶어한다. IT기업들에 협조 요청도 했다. 그러나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일단은 거절했다. 입장을 계속 고수할 지는 지켜볼 일.

앞으로는

· 사회적 문제 해결에 개인정보를 활용하자는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감시 기술 사용 범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디지털 권리 옹호 단체인 액세스 나우(Access Now)는 "세계 각국의 개인 정보의 사용을 언제까지 허용할 것인지 선을 그어야 한다"고 밝혔다.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첨단 기술이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임시로 허용한 '감시 기술'이 코로나 이후에도 일상화될 수 있다"며 "시민 주도의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 한국 정부는 일단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상 개인정보를 한시적으로만 쓰고 폐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북경찰청에 제공된 유동인구 분석 서비스는 전국 경찰서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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