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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크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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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현옥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동학개미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을 재산 증식을 위한 인생 역전의 기회로 노리고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의 투매에 맞서 주식을 사들이자 외세에 맞선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나온 말이다.

이렇게 증시에 뛰어든 투자자가 한 번쯤은 듣게 될 용어 중 하나가 ‘이동평균선’이다. 특정 기간 주가의 평균값을 연결한 선이다. 주가의 흐름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 중 하나다. 이동평균선의 흐름을 살피는 투자자 입장에서 반가운 신호가 바로 ‘골든크로스(golden cross)’다.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 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돌파해 올라가는 것으로 강세장으로 바뀌는 시그널로 여겨진다. 그 반대는 ‘데드크로스(dead cross)’로 약세장으로 전환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식용어에서 나온 골든크로스는 선거판에서는 1·2위 후보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여기에서 파생돼 2·3위 후보의 지지율 역전 현상을 ‘실버크로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론조사와 각종 현상을 살필 때 긍정적인 평가나 상황이 부정적인 경우를 앞지를 때도 골든크로스라고 한다.

‘코로나 골든크로스’도 등장했다. 지난 13일 코로나19 일간 완치자 수가 신규 확진자 수를 앞지른 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총 완치자(격리해제) 수가 치료 중인 확진자를 웃돌며 완치율 50%를 넘어섰다. 방역 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사회 모두가 축하할 만한 자그마한 성과”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골든크로스를 달성했다.

‘코로나 골든크로스’는 몰려드는 환자와 장비 부족,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묵묵히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의 헌신 덕이다. 그 과정에서 대구 지역의 의료진 121명이 감염됐다. 이런 헌신에도 자원해 현장으로 달려온 의료진에게 당국이 강조했던 ‘예우’는 사라지고, 정부는 지쳐가는 의료진의 외국인 입국 제한 호소에는 귀를 닫고 있다.

문 대통령은 26일 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성공적 대응모델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고 했다. 한국의 성공 모델이 ‘선의에 기댄 의료진의 절대 희생’은 아닐 터다. 의료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골든크로스는 순식간에 데드크로스로 바뀔 수 있다.

하현옥 복지행정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