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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도 100만원 재난생계지원 가닥···이르면 오늘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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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9일 한산한 서울 명동거리에서 한 상인이 음식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한산한 서울 명동거리에서 한 상인이 음식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당·정·청이 중위소득 150% 이내인 1400만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 재난생계지원금을 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과 중산층을 지원하고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살리기 위해서다.

비상경제회의 이르면 오늘 결정 #전국 가구의 70% 1400만 가구 #체크카드·상품권으로 지급 검토 #영세기업 산재보험도 절반으로 #전문가 “숫자보다 속도가 중요 #고정비용부터 빨리 줄여줘야”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기본소득’ 형태가 아닌 ‘선별 지원’ 형태로 방침을 굳혔다. 사회보험료 부담도 저소득층과 영세 사업자에 한해 경감해 주기로 했다. 건강보험료 및 산재보험료 최대 50% 감면 등의 형태다. 당초 정부는 중위소득 100% 이내 1000만 가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내놓았지만 여권이 수혜 규모를 고소득층을 제외한 중산층으로 넓혔다.

29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29일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정부는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긴급 재난생계지원금 지원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당·정·청은 전체 2050만 가구 중 70% 수준인 1400만 가구에 해당하는 중위소득 150% 이내 가구에 대해 가구원 수별로 긴급 재난생계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 차례에 걸쳐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을 주는 식이다. 1~3인 가구는 100만원보다 적게, 5인 이상 가구는 더 많이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중위소득 50% 미만은 빈곤층 가구, 50~150%는 중산층 가구, 150% 초과는 고소득 가구로 분류된다.

저소득층 건보료 50% 감면, 소상공인 전기료 유예 방침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설명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설명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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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에까지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월 475만원이다. 월 712만원을 버는 4인 가족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현금이 아닌 상품권, 체크카드 등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금액이 즉시 소비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최근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사업에 편성된 ‘소비쿠폰’ 지급 대상자의 경우 생계지원금 대상에서 빠진다. 기초생활수급 가구와 법정 차상위가구 168만7000가구 등이다. 이들은 추경 사업을 통해 가구원 수에 따라 월 10만∼35만원씩 4개월분을 지급 받는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1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급 방식은 체크카드가 유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화폐, 카드 등 이미 마련돼 있는 지급 수단을 이용해 신속히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사용 기한을 연내로 둬 소비를 이른 시일 내에 진작하자는 데 당·정·청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달 초 김경수 경남지사가 주장했던 ‘재난기본소득’이란 이름은 쓰지 않는다. 대신 일회성 복지라는 점을 감안해 ‘긴급 지원금’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 시·도를 통해 신청을 받아 긴급 재난생계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계획한 재난소득과 관련해 정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중복 지급을 피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지원금 대상이 정부안보다 확대되면서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어 막판 고심 중이다. 생계지원금 규모는 9조~10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재원 마련을 위해 2차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또 다음 달부터 3개월간 저소득층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최대 50% 감면해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상은 소득 하위 30~40% 선에서 결정된다. 영세 사업자에 대한 산재보험도 역시 절반가량 줄여준다. 산재보험은 고용주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구조다. 주로 영세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 역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납부를 유예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전기요금 납부를 유예해 준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사회적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 상황이 어려워 할인 여력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숫자보다 속도를 강조한다. 속도 측면에서 사회보험료 등 준조세 항목을 포함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게 취약계층에 당장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4대 보험료 경감 등 고정비용을 줄여주는 걸 1순위 정책으로 펴고 더 빨리 시행해야 했다”며 “소상공인 등에 대한 세금도 삭감·유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최근 매출이 거의 제로(0원)가 됐다”며 “사회보험료를 한시적으로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중기중앙회는 또 정부가 90%까지 지원하기로 한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100%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정부에 소상공인에 대한 월 150만원 생계비 지원, 부가가치세의 한시적 감면(10%→ 5%) 등을 건의했다.

하남현·심새롬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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