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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채소 뿌리·껍질은 쓰레기? 손질 잘 하면 건강한 식재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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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버릴 것 없는 채소 흔히 채소를 손질할 때 뿌리·껍질을 그냥 버리는 사람이 많다. 이들 부위를 하찮은 부산물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채소의 뿌리·껍질엔 알맹이보다 영양소가 풍부하다. 이는 싹을 틔우기 위해 자양분을 저장하거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 물질을 만들어내는 뿌리·껍질의 특성 덕분이다. 이들 부위에서 얻는 깊은 풍미는 덤이다. 한국인의 밥상에 단골 식재료로 등장하는 대파·양파·마늘의 뿌리·껍질을 활용하는 법과
각각 숨은 영양소를 알아본다.

대파 뿌리 = 음식 살균하는 영양소 만들어

"대파 뿌리와 양파·마늘 껍질 #싹 틔우는 자양분 저장 공간 #외부 침입자 막는 물질 생성"

대파 뿌리는 튀김·무침 요리에 활용하면 맛뿐 아니라 건강까지 챙기는 식재료가 될 수 있다. 그 예로 대파 뿌리를 쑥·멸치·건새우·고구마 등과 함께 밀가루에 묻혀 튀기거나 오이를 무칠 때 넣는 방식이다. 대파 뿌리를 씻을 땐 먼저 고인 물에 20~30분간 담가 흙을 불리고 나서 솔로 닦으면 흙·이물질 등의 세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허정연 영양실장은 “대파 뿌리를 잘라 모은 뒤 물기를 제거하고 칼날의 뒷면으로 대파 뿌리를 두드리면 풍미가 살아나고 영양소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파 뿌리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면 뿌리 속 ‘알리나제’라는 효소가 ‘알리신’이라는 이로운 영양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알리신은 대파의 대표적 영양소다. 알싸하고 매운맛을 내 음식의 풍미를 돋우는 데다 살균력이 강해 음식 속 유해 세균을 죽인다. 알리신은 ‘항산화의 왕’으로 불리는 피토케미컬의 한 종류다. 대파의 알리신은 줄기보다 뿌리에 두 배 이상 많이 들어 있다. 알리신은 혈관에서 항산화 기능을 발휘해 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알리신은 조리 시 가열·분해되면 강력한 항혈전 효과를 내는 ‘아조엔’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대파 뿌리의 항산화 능력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있다. 광주여대 식품영양학과 김지현·한인화 교수는 대파의 부위별 추출물을 이용해 ‘DPPH 라디컬 소거능’을 측정했다. DPPH 라디컬 소거능 검사법은 항산화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대파 뿌리의 항산화력은 207.7㎍TEAC/g으로, 줄기(87.06㎍TEAC/g)·잎(143.15㎍TEAC/g)보다 높았다.

양파 껍질 = 혈액 속 기름 찌꺼기 녹여 배출

양파 껍질은 부드러운 단맛과 감칠맛을 겸비한 천연 조미료로 손색없다. 양파 껍질 속 당과 글루탐산(아미노산의 한 종류)이 각각 단맛과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다. 양파 껍질은 열을 가하면 매운맛이 사라지고 단맛을 낸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양파 껍질을 볶아 수분을 날린 뒤 블렌더에 갈면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의 조미료가 완성된다. 양파 껍질을 물에 끓여 걸러내면 액상 조미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김장용 육수에 섞으면 김치의 시원한 맛이 배가된다.

양파 껍질엔 케르세틴을 포함한 플라보노이드·황화알릴이라는 영양소가 풍부하다. 창원대 식품영양학과 차용준 교수는 “양파의 케르세틴은 알맹이보다 껍질에 최고 60배 많다”며 “조리법에 따라 껍질 1g당 케르세틴은 생양파(0.154㎎), 튀긴 양파(0.135㎎), 볶은 양파(0.127㎎), 삶은 양파(0.125㎎) 순으로 많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황화알릴은 양파의 매운맛을 담당하면서 혈액 속 기름 찌꺼기를 녹여 배출하는 역할도 한다. 양파 껍질 섭취가 혈전 생성을 막아 혈행을 개선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차 교수팀은 30~60세의 남성 흡연자 9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49명)엔 양파 껍질(1g)을 넣은 캡슐을, 다른 그룹(43명)엔 위약 캡슐을 하루 네 알씩 10주간 먹게 한 뒤 채혈하고 특수 시약을 사용해 혈액이 응고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양파 껍질 캡슐을 먹은 그룹에서만 혈액 응고 시간이 실험 전 37.5초에서 10주 뒤 40초로 증가했다. 혈전이 생성되는 시간이 지연된 것이다.

마늘 껍질 = 암세포 증식 억제하는 차 재료

마늘 껍질은 식감이 질긴 게 특징이다. 마늘 알맹이보다 식이섬유가 네 배나 많아서다. 이 때문에 차·소스 형태로 활용하면 좋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소화 장애가 있거나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 위암 환자 등은 마늘 껍질을 우려 차(茶)로 마시는 방법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수분을 말린 마늘 껍질을 그대로 또는 가루를 내 물과 함께 끓이면 마늘 껍질 차가 완성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이혜옥 영양파트장은 “마늘 껍질 차에 겨자·식초·설탕·올리브유와 삶은 마늘을 넣고 블렌더에 갈면 자극적이지 않은 스테이크용 소스가 된다”고 조언했다.

마늘 껍질엔 알맹이보다 폴리페놀이 7배나 많다. 폴리페놀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항염·항암 기능이 뛰어나다. 마늘 껍질의 항암 효과는 국내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대구한의대 바이오산업융합학부 손대열 교수팀은 마늘 껍질 추출물이 암세포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폐암 세포는 마늘 껍질 추출물의 농도가 500㎍/ml일 때 생존율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200㎍/ml의 농도에선 유방암 세포의 78%, 대장암 세포의 15%가 증식을 멈췄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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