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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탄산음료 마시고, 냉면 먹고 3분 내 양치질하면 역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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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올바른 이 닦기

건강한 사람의 입속에는 1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산다. 어둡고 습한 환경에 수시로 먹이까지 공급되는 입속은 세균이 서식하기에 좋다. 치아와 잇몸 경계 부위에 달라붙어 빠르게 번식한 입속 세균은 구강 건강을 위협한다. 단단했던 치아가 썩고 잇몸은 부어올라 피가 난다. 결국 충치나 잇몸병으로 치아를 뽑아야 한다. 입안을 점령한 입속 세균은 잇몸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심장병·당뇨병·암·치매 위험까지 높인다. 입속 세균을 잘 관리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첫걸음이다.

강산성 식음료 먹고 양치질 땐 #치아 겉 부분 법랑질 손상 가속 #충치균 침입 막는 힘 약화 초래

구강 건강관리의 기본은 양치질이다. 치아 표면은 물론 잇몸·혀 등 입안 곳곳에서 자라는 입속 세균이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매일 칫솔로 문질러 제거한다. 충치·잇몸병을 유발하는 뮤탄스균·진지발리스균 같은 입속 세균은 형성된 지 네 시간 정도 지나면 끈끈한 막이 만들어져 플라크(치태)를 형성한다. 이 상태로 24시간이 지나면 단단하게 굳어 치석이 된다. 경희대병원 치주과 임현창 교수는 “타고난 자신의 치아·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꼼꼼하고 올바른 양치질로 입속 세균의 총량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강 청결제는 이 닦고 30분 뒤 사용

잘못된 양치질은 오히려 치아·잇몸 건강을 갉아먹는다. 대표적인 것이 양치질 직후 가글이다. 구강 청결제 그 자체는 충치·잇몸병의 원인을 유발하는 입속 세균의 총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뱉으면 치아와 치아 사이 틈이나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처럼 칫솔이 잘 닿지 않는 부위까지 간편하게 살균한다. 문제는 치아 변색이다. 양치질 후 입안을 물로 헹궈도 치아 표면에 남은 치약의 계면활성제 성분이 일부 구강 청결제 속 세틸피리디늄염화물수화물(CPC) 성분과 결합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하얀 치아의 색이 누렇게 변한다. 치아를 지키면서 구강 청결제의 살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양치질 후 30분 정도 시차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양치질에도 최적의 타이밍이 있다.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나 오렌지 주스, 커피, 냉면처럼 산이 강한 음식을 먹었을 때는 양치질 시점에 특히 주의한다. 충치가 걱정돼 3분 내 양치질을 하면 오히려 치아 겉 부분인 법랑질 손상이 가속한다. 산에 노출되면 매끈했던 치아 표면이 중간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거칠게 변하면서 치아가 부식된다. 삼성서울병원 치주과 양승민 교수는 “치아 표면을 닦아내는 치약의 연마제가 치아에 추가로 부담을 주면서 더 많이 부식된다”고 말했다.

치아의 가장 겉 부분인 법랑질이 얇아져 충치에 견디는 힘도 약해진다. 경희대병원 소아치과 박재홍 교수팀이 콜라·사이다처럼 산성도 높은 음료에 치아를 한 시간 동안 노출한 다음 양치질 시점에 따라 치아 표면의 변화를 살폈다. 한 그룹은 곧바로 양치질했고, 다른 그룹은 타액(침)에 30분 정도 중화한 다음 양치질을 했다. 그 결과 곧바로 양치질했을 때보다는 30분 후 양치질하는 것이 치아 법랑질 손상이 덜했다.

20세부턴 하루 한 번은 꼼꼼히 양치

치아를 닦는 방법도 중요하다. 양치질을 제대로 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치약으로 거품을 내 빡빡 닦는다고 입속 세균이 없어지지 않는다. 치아 결을 따라 위아래로 쓸어내리면서 구석구석 닦아야 한다. 일반 칫솔로는 닿지 않는 잇몸 사이와 치아 틈새는 치실·치간칫솔로 이물질을 빼낸다.

20세 이후부터는 치아보다는 잇몸을 공격하는 입속 세균이 늘어난다. 충치균에 취약한 어릴 땐 음식물을 먹은 후 여러 번 양치질하는 것이, 잇몸이 약해지는 20세 이후부터는 하루 한 번이라도 28개의 영구치를 하나씩 꼼꼼하게 닦는 것이 유리하다. 치아 하나마다 칫솔로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를 20~30회 문질러야 플라크를 없앨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양치질하면 10분 이상 걸린다.

자기 전 양치질도 필요하다. 임현창 교수는 “잠을 자는 동안 타액의 분비량이 줄어 입속 세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독 입 냄새가 심한 이유다. 구강 내 세균 균형이 깨져 충치·잇몸병 발생 위험도 커진다. 깨어있는 낮에는 중간에 양치질로 구강 위생을 관리한다. 하지만 밤에는 저녁 식사 후 마지막 양치 때부터 그다음 날 아침까지 8~10시간 이상 무방비 상태다. 자기 전 양치질을 하지 않았더니 입속 세균이 평균 30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기 전에 하는 양치질은 밤새 입속 세균의 증가량을 줄일 수 있다.

스케일링 같은 치과 검진도 정기적으로 챙겨야 한다. 양치질로 제거하지 못하는 입속 세균을 없애줘 치아·잇몸 건강을 지켜준다. 원광대병원 치주과 피성희 교수팀이 치과 정기검진 여부에 따라 치아 상실률을 평가했다. 중증 잇몸병으로 진행하면 치아가 빠진다. 그 결과 치과를 잘 찾지 않는 그룹은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은 그룹에 비해 치아 상실률이 세 배 정도 높았다.

얼음·오징어처럼 단단한 음식을 즐기는 것도 삼간다. 치아에 강한 압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져 치아 겉 부분이 미세하게 깨진다. 그 틈을 통해 치아 신경이 외부로 노출되면 작은 자극에도 시린니 증상을 겪는다. 잇몸 약에만 의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잇몸 약은 직접 입속 세균을 제거하지 못한다. 중앙보훈병원 치주과 이동운 교수는 “잇몸 약은 보조적으로 잇몸 염증을 완화한다”고 말했다. 양치질·스케일링 등으로 입속 세균을 관리해야 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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