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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은 이낙연, 태영호는 김형오…후보-후원회장의 정치학

중앙일보

입력

김중로 (세종갑)통합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이영호 프로게이머와 홍성국 민주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뉴스1]

김중로 (세종갑)통합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이영호 프로게이머와 홍성국 민주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뉴스1]

고민정-이낙연 전 국무총리
태영호-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중로-프로게이머 이영호 씨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앞쪽은 4·15 총선 출마자, 뒤쪽은 그의 후원회장이다. 정치권에서 후원회장은 정치적 후견인인 동시에 경제적 후원자로 통한다.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각 후보별 후원회장의 면면도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거물형 후원회장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후보들이 있는가 하면 취약한 지역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 중앙 정치 무대엔 알려지지 않은 지역형 후원회장을 고르기도 한다. 개인적 친분을 강조한 지인 찬스를 쓰는 경우도 있다. 여러 사정이 있지만 핵심은 후보들마다 함께 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후원회장과 짝짓는 것이다. 일종의 “후원회장의 정치학”인 셈이다.

후원회장 면면으로 화제가 된 지역구 중 한 곳이 세종갑이다. 이곳에 공천을 받은 김중로 통합당 후보의 후원회장은 프로게이머 이영호(28) 씨다. 지난 25일부터 후원회장을 맡은 이 씨는 각종 e스포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국내 유명 프로게이머다. 김 후보는 “그동안 돈 많고 명망있는 사람을 후원회장으로 둬서 세를 과시하는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젊은 사람도 후원회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 씨의 부친과 친분이 깊다고 한다. 군 장성 출신인 김 후보는 '20대 프로게이머 후원회장'을 통해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상쇄하는 이점도 있다.

같은 지역구 경쟁 상대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후보의후원회장은 세종시 현역 의원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다.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홍 후보는 경제전문가로 총선을 앞두고 인재로 민주당이 영입한 케이스다. 후원회장을 맡은 이 대표는 지난 19일 홍 후보를 찾아 “당 대표이자 세종시의 현역 의원으로서 홍성국 후보의 압도적인 총선 승리를 위해 기꺼이 후원회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이 없는 홍 후보 입장에선 이 대표가 든든한 지원군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6일 오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자택을 찾아 김종인 전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미래통합당 제공]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6일 오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자택을 찾아 김종인 전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미래통합당 제공]

후원회장으로 가장 많은 유형은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셀럽' 인사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김병준(세종을) 통합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 후보 측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최근 김 후보의 요청을 수락, 지난 16일 세종시 선관위에 후원회장 등록을 했다. 윤 전 장관은 옛 자유한국당이 비대위 체제로 출범 당시 “김병준 교수는 행정학을 하신 분인데 연관학문인 정치학이나 경제학에도 조예가 많고 문제의식이 구체적”이라며 “저런 분이 국정에 참여하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 측은 개혁 성향의 윤 전 장관이 보수 후보의 표 확장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통합당이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명이나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재섭(도봉갑)·김근식(송파병)·문병호(영등포갑)·장진영(동작갑) 후보가 그들이다. 김 전 대표는 “김재섭 후보는 청년정당 ‘같이오름’의 창당준비위원장으로 현실정치를 시작하기 전, 유능한 청년 사업가로 활약할 때부터 지켜봐왔다”고 후원 이유를 설명했다. 김근식·문병호 후보와는 과거 안철수 전 대표와의 인연으로 이번에 후원회장을 맡았다. 문 후보는 “국민의당 때부터 안철수 대표와 김종인 전 대표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고, 그 뒤로는 김 전 대표와 제3지대를 계속 모색해왔다”며 “그 인연으로 김 전 대표에게 후원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출신인 장진영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가 가장 존경하는 김 전 대표가 제 후원자가 되어주셨으니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갑에 전략공천된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후원회장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맡았다. 김 전 공관위원장은 태 후보를 직접 영입한 인연이 있다. 그는 “태 후보가 비례 아닌 지역구 출마를 생각할 때 망설인 이유가 바로 돈이었다”며 “후원회 제도가 있어 선거 치를 수 있다고 했고 원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운데)가지난 22일 21대 총선에서 강남갑 지역구에 출마한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날 태 후보가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중앙포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운데)가지난 22일 21대 총선에서 강남갑 지역구에 출마한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날 태 후보가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수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최근 고민정(광진을) 민주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기로 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 전 총리는 지난 4일 공식 유튜브채널 ‘이낙연 TV’에 올린 후원회장 수락 메시지에서 고 후보에 대해 “고 후보는 유능한 사람이다. 어렵고도 어려운 청와대 대변인의 역할을 말끔하게 해냈다”며 “또 삶을 정갈하게 사는 사람이다. 젊은 시절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했고, 지금도 그렇게 깔끔하게 살고 있다. 고 대변인이 꿈꾸는 광진의 미래 저도 기대한다”고 후원회장 수락 배경을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강훈식·김병욱·김병관·백혜련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을 포함해 총선에 출마하는 민주당 예비후보 총 20여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선 후원회장이라는 끈끈한 인연을 통해 이 전 총리 역시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부터 정치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10대 후원회장도 등장했다. 김종남 민주당 유성을 예비후보는 2002년생 만 18세의 이찬우 씨를 후원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달 대학에 입학한 이 씨는 대전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어린 시절부터 환경운동연합의 시민참여활동을 통해 김 예비후보와 인연을 맺어왔다고 한다. “이번에 첫 번째 투표를 하지만 정책에 대한 책임감, 미래세대와 어른세대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김종남 후보라 생각해 후원회장을 맡게 됐다”는 게 이 씨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후원회장이 단순히 후원금 모집의 역할보다 ‘후광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후원회장의 ‘동인화 현상’을 통한 후원 효과를 얻는 게 우리 한국에서만 가진 독특한 현상”이라며 “예를들어 조국 전 장관이 이전에 후원회장을 많이 맡았는데 경제적인 것보다 그가 후원회장을 맡음으로 당시에 그 후보가 개혁인사처럼 비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해리·박현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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