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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카풀·렌터카 대신 ‘프랜차이즈 택시’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모빌리티 9개 택시회사 인수… 우버도 결국 “택시와 함께”

택시로 회귀하는 플랫폼 기업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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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지난해 7월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내자 여당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입법하며 모빌리티 혁신의 축을 택시로 정리했다. 택시에 덧씌워진 ‘승차 거부’ ‘불친절’의 대안을 자처했던 플랫폼 기업은 법제도에 막혀 다시 택시로 회귀하고 있다. 택시회사를 사들여 택시회사가 되려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택시 총량 내에서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등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세부 방향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결국 택시와 손을 잡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승차공유(카풀) 서비스를 시도했던 카카오가 택시 중심 산업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모빌리티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형 택시 ‘카카오T 블루’ 총 3601대(3월 17일 기준)를 운영하고 있다. 가맹형 택시는 다양한 택시회사의 택시를 같은 브랜드로 운행하는 프랜차이즈 택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가 법제도 개정으로 막히자 택시 가맹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잇달아 법인택시회사를 인수했고, 법인택시회사가 만든 가맹사업 경영권까지 샀다. 택시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8월 이후 11월까지 약 3개월간 총 9개 법인택시회사를 인수했다. 진화택시를 시작으로 중일산업(KM1), 신영산업운수(KM2), 경서운수(KM3), 재우교통(KM4), 명덕운수(KM5), 동고택시, 원일교통(KM6), 신성콜택시(KM7) 등을 각각 카카오모빌리티 계열사로 편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법인택시회사 인수로 택시사업을 위한 면허를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 회사가 보유했던 총 890개(면허 추가 매입분 포함) 택시면허를 갖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IT 기술의 직접 접목을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택시와 손 잡기’ 카카오 질주, 타다 스톱

KST모빌리티 역시 ‘마카롱’이란 이름의 프랜차이즈 택시로 택시 중심의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동참했다. 현재 서울시내 1200대를 포함해 전국 1800대(가맹 계약 건수 기준)의 마카롱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승객 호출시 차량이 자동 배차돼 택시가 승차거부를 할 수 없도록 한 ‘타다식’ 서비스를 도입한 덕에 서비스 재이용률이 72%(2020년 1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대신 택시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게 타다와 차이점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타다와 달리 KST모빌리티로는 최근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택시 이외의 모빌리티 산업 확장을 막아 택시 산업 내부의 변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택시업계는 수요는 주는데 공급은 제자리인 악순환을 겪고 있다. 2005년 38억2400만명에 달했던 택시 이용객은 2018년 35억3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2005년 25만6251대(개인+법인)였던 택시 면허대수는 2019년에도 25만1793대로 나타났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 문제를 직접 손대기에는 부담을 느낀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택시 시장 진출을 지원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가맹형 택시는 운임 조정도 일부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택시 산업 진출로 택시업계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그동안 택시업계는 쪼개기 경영, 가족 경영, 사익 편취로 꾸준히 구설에 올랐다. 실제 서울 254개 법인택시회사의 등기부등본 분석 결과 대표와 이사가 2개 이상 회사에서 중복 등재된 경우가 101곳에 달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국내 택시업계는 회사를 쪼개 세금을 절감하거나 노무관리를 수월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회사를 대물림하거나 가스충전소를 운영해 자사 택시로 돈을 버는 등 후진적인 구조다. 플랫폼 기업들이 택시로 진출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택시제도 안에서의 시장 구조를 재편하려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택시를 떠나 사업을 진행했던 모빌리티 업체는 위기에 빠졌다. 모빌리티 산업 관련 정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논의를 주도하며 택시에 기반을 두지 않은 모빌리티 서비스인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등의 사업 근거를 없앴다. 예컨대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했던 타다는 시행령에 있던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활용했지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관광목적 대여(6시간 이상)나 공항과 항만 운송이 아닐 시 알선할 수 없게 돼 사업 유지가 어려워졌다.

타다는 개정안의 국회 통과 다음날인 지난 3월 7일 공지를 통해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4월 11일부터 잠정 종료키로 했다고 밝혔다. 타다는 “(타다 베이직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 국토부에 기여금을 내고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는데, 허가될 면허의 총량이나 기여금 규모를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진행했지만 법안으로 인해 비즈니스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게 돼 사업 영위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타다와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폈던 ‘차차’도 사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도, 신생 벤처도 ‘택시가 기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랫폼 기업의 모빌리티 서비스의 향방이 택시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카풀 서비스기업 우버도 국내서 택시와 손을 잡기로 정했다. 2014년 택시단체의 시위와 검찰 기소로 사업을 중단한지 6년 만이다. 국회가 우버 금지법을 통과시킨 때를 기준으로는 5년 만이다. 민동환 우버코리아 팀장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 방침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택시업계와 같이 하겠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면서 “국내에서 개인간(P2P) 승차공유 서비스에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빌리티 혁신도 택시에 덧대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나투스가 내놓은 ‘반반택시’가 대표적이다. 반반택시는 심야시간 목적지가 비슷한 승객이 택시를 함께 타고 요금은 절반씩 내는 택시-플랫폼 연계 혁신 서비스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모빌리티 혁신을 고민하던 중 택시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빌리티 혁신 방안을 찾은 게 반반택시”라고 설명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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