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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나태주·신경숙·김초엽…지금 이 책 읽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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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호 20면

코로나 시대 독서 

추천 작가

추천 작가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코로나 시기를 넘는 방법의 하나는 독서다. 시인·소설가·소프라노로부터 지금 읽으면 좋을 책을 한 권씩 추천받았다. 자신을 돌아보거나 몰입, 현 상황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 많았다.

『손암 정약전 시문집』 허경진 지음, 민속원 

손암 정약전 시문집

손암 정약전 시문집

1801년에 정약전(1758~1816)은 흑산으로, 그의 아우 정약용(1762~ 1836)은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이 책은 흑산 유배 시절의 정약전의 시와 산문을 싣고 있다. 정약전의 시문은 생활에 바탕한 서정의 힘을 보여준다. 책 뒤에 짧은 산문 한 편이 붙어 있는데, 이 글에서 두 형제는 자신의 유배지가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동네라고 자랑하며 다투고 있다. 강진의 아우가 먼저 흑산의 형에게 편지를 보내서 강진의 자연환경과 풍광을 자랑하자 흑산의 형은 흑산이 더 좋은 고장이라고 반박한다. 약용의 죄가 더 가볍다고 해서 강진으로 보내고 약전의 죄가 더 무겁다고 해서 흑산으로 보낸 것은 크게 잘못된 법 집행이라고 약전은 말했다. 그들은 유배지 위에 한세상을 건설했고, 강진에서 흑산까지 그 먼바다를 건너서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

-소설가 김훈 추천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브루노 바우만 지음, 다른우리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지금 우리는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봄을 살고 있다. 억눌린 마음으로 우울하고 어둡다. 이러한 때 좋은 책은 아무래도 갇힌 마음을 멀리 데리고 떠나는 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기가 좋을 듯. 참 아름답고 시원스런 책이다. 분명 읽는 이의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고 구원받은 듯한 심정이었다.

-시인 나태주 추천

『부림지구 벙커X』 강영숙 지음, 창비 

부림지구 벙커X

부림지구 벙커X

지진으로 버려진 도시의 벙커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든 것이 망가진 악조건 속에서도 삶을 지키고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관리의 표시인 칩을 거부하고 견디는 사람들, 누군가의 보호를 믿고 누군가를 보호하는 사람들, 사람으로 남기 위해 사람이 아닌 척 위장을 연습하는 사람들, 개에게도 마스크를 씌워주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소설가 이승우 추천

SF소설의 외피를 입고 대지진 ‘빅원’ 이 일어난 이후의 폐허가 된 근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이다. 재난이 벌어진 후, 사회적 시스템이 마비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리는 일상과 그 속에서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달음에 읽게 되는 흥미진진한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고난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의 끈질긴 생존본능과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박상영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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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1·2권,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다산책방

사라지지 않는 여름

사라지지 않는 여름

전 지구적인 불안과 슬픔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강렬하게 몰입할 수 있는 소설. 몇 년에 한 번쯤 만날 수 있는 수작이다. 상실과 성장, 정체성과 자아정립에 대해 자연스러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통해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가 정세랑 추천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창비

밀크맨

밀크맨

70년대 북아일랜드를 배경으로 18세 소녀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 강력한 서사는 인적이 끊긴 도시에 눈을 번쩍이며 출현한 야생동물을 연상시킨다. 최선을 다해 언어에 들러붙어 이 소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 불안과 분열을 밀어내고 밀어내는 소녀의 의지로 인해 이 이야기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되어 읽는 마음이 절박해진다. 나는, 우리는 괜찮은 것일까? 잊혀져서는 안 되는 책이다.

-소설가 신경숙 추천

『이 폐허를 응시하라』 레베카 솔닛 지음, 펜타그램

이 폐허를 응시하라

이 폐허를 응시하라

재난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할까. 이 질문에 레베카 솔닛은 각 지역의 실제 재난 현장을 살펴보면서 위기에 처할수록 사람들은 연대하고, 서로 돕고, 질서를 지키려 애쓴다는 것을 확인했노라고 답한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기부하고 의료 봉사를 위해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 편혜영 추천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편, 봄날의 책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몸이 아파 뒤척이느라, 누군가를 돌보느라 잠들지 못해 시계를 보면 새벽 세 시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건강한 한낮에만 어울리는 ‘젊은 사람’도 아파서 이 시간 깨어난다. ‘보호자’의 자리는 결코 가족 내의 사적인 역할이 아니다. 시민으로서 아프고 나이 들고, 돌보는 삶이 무엇인지 다룬다. 요즘 우리는 서로에게 위협이지만, 동시에 각자의 몸으로 서로를 지키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변호사 김원영(『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추천

『스탠드』 전 6권, 스티븐 킹 지음, 황금가지

스탠드

스탠드

‘유타주 생화학무기 유출 사고’와 ‘모든 세대에서 한 번씩은 전염병이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성경 말씀이 만나 탄생한 스티븐 킹의 전염병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초반부를 지나면, 세계엔 소수의 생존자만 남는다. 그들을 향해 암흑의 빌런과 성녀인 호호 할머니의 호출 메시지가 번갈아 타전된다. 이리 오너라. 생존자들은 어떤 길로 갈지 선택해야 한다. 이 재미난 이야기와 명징한 은유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사랑의 힘이다. 그 힘으로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다.

-소설가 정유정 추천

『안녕』 안녕달 지음, 창비

안녕

안녕

닫힌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꾸미기보다는 이미 있었던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시간이 무엇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안녕』에 등장하는 소시지 할아버지와 흰 개가 만나 새로운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듯이. 관계든 세계든 이러한 닫음이나 닫힘이 어서 열리기를 소망하면서.

-시인 박준 추천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게일 허니먼 지음, 문학동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요즘만큼 ‘두꺼운 소설책’이 잘 어울리는 때는 없을 것 같다. 작은 회사에서 따분하지만 중요한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엘리너’. 그녀의 괴짜 같은 행동은 어딘가 ‘이상한’ 면이 있지만, 그녀와 친구들이 주고받는 온기를 떠올리면 그 ‘이상함’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엘리너의 목소리는 독자에게도 ‘더 좋은 날들’이 올 것을 믿게 한다. 엘리너의 엉뚱한 시선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두꺼운 책이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에 이른다.

-소설가 장류진 추천

『은유로서의 질병』 수전 손택 지음, 이후

은유로서의 질병

은유로서의 질병

무언가 나쁘고 악한 것들은 ‘사회의 암세포’로 비유된다. 어떤 질병은 그 자체로 부정적 은유가 된다. 수전 손택은 질병을 둘러싼 은유가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낙인과 배제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자고 말한다. 공포가 혐오로 이어지는 지금, 차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소설가 김초엽 추천

『릴케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문예출판사

릴케 시집

릴케 시집

가족의 사랑 말고 무엇이 지금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릴케의 어머니에 대한 시를 읽는다.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며 불안에 맞설 힘을 얻는다.

-소프라노 조수미 추천

『심장』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글항아리 사이언스

심장

심장

현직 심장내과의가 쓴 ‘염통을 시큰거리게 하는’ 책. 쉽지 않은 심장의학 전반에 관해, 심장의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문학적인 묘사, 잠언으로 삼을 만한 문장이 곳곳에 들어 있어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 차디찬 물속에서 호흡을 하지 않은 채 40분간 잠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소설가 성석제 추천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열린책들

면역에 관하여

면역에 관하여

저자가 아이를 낳고 겪은 고민으로부터 출발해, 면역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엮어 면역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면역이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집단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면역’이라는 공유지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시인 황인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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