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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코로나 2중고, 침·약침·한약으로 ‘3단 방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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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호 30면

생활 속 한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여전하다. 큰불은 잡혀가는 듯하지만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모두가 고된 시간을 겪고 있다. 사태 진정을 위해 각자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힘든 이들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치매·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던 노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활동량 부족해 뇌 기능 저하 가속 #감염돼도 인지 못해 희생자 많아 #침 요법은 치매 유발 물질 억제 #기혈 순환 돕는 체질별 한약 처방 #치매 증세 없는 어르신도 생활 주의 #적절한 신체 활동, 금주·금연 필수

치매 환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경북의 한 치매 전문 요양병원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사례처럼 치매 노인들은 자신의 감염 여부를 인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외부활동마저 제약을 받으면서 활동성이 저하된 점도 문제다. 활동량이 적을수록 치매가 가속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치매 환자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10.16%(2018년 기준)가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다. 10명 중 1명은 치매라는 얘기다. 사실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부터는 가족이나 주변인 등 보호자의 도움 없이 제대로 된 관리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보호자의 지식과 노력에 따라 진행 정도가 크게 차이 나는 질환이다.

치매를 부르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많은 유형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다. 전체 치매 환자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뇌 신경 세포 속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중추신경을 점점 퇴행시킨다는 설이 유력하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으로 인해 뇌가 손상돼 발생하며 뇌 질환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거나 발생 부위가 넓을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한의학에서도 치매의 원인을 다양하게 해석한다. 심한 스트레스가 지속해 화열(火熱)이 쌓이는 경우와 노화로 인해 심신이 허해지고 기력과 정신까지 약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담음(痰飮)이라고 해서 체외로 배출되지 못한 불순물이 체액의 순환을 방해할 때도 치매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한방에서는 주로 침·약침·한약으로 치료한다. 환자의 세부적인 증상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양하지만 한방 치매 치료의 핵심은 뇌와 오장육부를 활성화해 전신의 신경과 혈관들이 원활하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침 치료를 통해 근육을 이완시켜 긴장을 풀어줌과 동시에 경락의 균형을 조절한다. 여기에 약침으로 순수 한약재에서 정제한 약효 성분이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게끔 함으로써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나도록 한다. 기혈이 막힘 없이 순환할 수 있게 환자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도 병행한다.

한방 치매 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인 증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한방 3대 명약으로 알려진 공진단에 육미지황탕의 처방을 더한 육공단이 좋은 예다. 2004년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어바인 의과대학(UCI)이 공동 연구를 통해 육공단의 치매 예방 및 뇌 기능 강화 효능을 밝힌 바 있다.

공동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정상 쥐, 뇌 허혈을 유발한 쥐, 육공단을 먹인 뇌 허혈 쥐 3개 그룹으로 나누고 수중 미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평균 통과시간은 정상 쥐가 10.4초였던 반면 뇌 허혈 쥐는 그 2배에 달하는 20.8초였다. 육공단을 먹인 뇌 허혈 쥐의 경우는 정상 쥐와 비슷한 10.9초를 기록했다. 또한 연구팀은 육공단을 먹인 쥐의 뇌 속에서 뇌세포 증식과 재생에 작용하는 단백질 발현이 많이 증가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침 치료의 치매 증상 완화 효과도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지난달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유발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전기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침 치료를 받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학습 능력,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29% 향상됐고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생성량은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정부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난 후부터 2010년 치매관리법,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며 적극적으로 치매 관리에 나서고 있다. 치매 진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2024년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 치매 환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그만큼 치매 환자들이 기존 치료뿐만 아니라 한방 치료와 같은 다양한 접근을 통해 효과적으로 치매에 대한 관리를 받아야 할 때다.

치료 못지않게 주의해야 할 것이 생활 습관이다. 특히 적절한 신체 활동을 통한 자극이 중요하다.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일정 강도 이상의 운동과 심뇌혈관 질환 관리를 위한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TV 시청과 같은 수동적인 활동보다는 독서·글쓰기·음악·미술·게임 등 인지 기능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봉사활동과 같이 많은 사람과 어울릴 기회도 최대한 늘리자.

식습관도 중요하다. 자두·블루베리·딸기·케일·브로콜리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채소를 자주 식단에 올리는 것이 도움된다. 또한 육류·버터 등 동물성 포화지방은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염증을 일으켜 뇌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되도록 피해야 한다.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등을 통해 두뇌 작용을 촉진하는 DHA·EPA를 섭취하는 것도 좋은 식습관이다.

정기적인 검진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전국 보건소와 치매지원센터 등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 선별검사를 하고 있다. 60대 이상은 검사가 가능하며 70대 이상은 1년마다 검사를 권장하고 있으니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초기 치매 증상을 건망증으로 치부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치매가 심해질수록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들까지도 힘들게 할 수 있는 질환임을 잊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인 인천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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