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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마트 사재기 행렬 등장 “아베 긴급사태 선언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26일 일본 도쿄에서 식료품 사재기 파동이 일고 있다. 전날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외출 자제’를 호소하면서다. 도쿄에선 25일 4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26일에도 하루 최다인 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도지사 ‘외출 자제’ 호소에 불안감 #시민 “겨우 컵우동 하나 샀다” 허탈 #한국인 입국 제한 4월 말까지 연장 #올림픽 2년 연기 건의했던 모리 #“1년 뒤 또 못열면 취소, 아베 도박”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26일 오전 도쿄도 수퍼마켓과 대형마트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개점 전부터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이 길게 줄을 서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가게가 문을 열자 사람들은 쇼핑용 카트에 냉동식품·컵라면·빵·고기·채소 등 식료품을 쓸어담았다. 미리 준비한 장바구니가 넘쳐 비닐봉지를 구매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식료품 매대는 빠르게 비기 시작했다.

아다치구의 한 슈퍼마켓은 오전 9시 30분쯤인데도 계산대 앞 대기 인원이 30명을 넘었다. 한 40대 여성은 신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겠다”며 “차분히 생각해야 하는 데도 불안감으로 계산대 앞에 선 사람들을 보면 침착해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주오구의 슈퍼마켓에 들른 40대 여성은 “일단 사자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미 늦었다. 컵우동 하나만 겨우 살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 농림수산청은 “식료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와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침착하게 구매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도쿄와 붙어 있는 가나가와(남쪽)·야마나시(서쪽)·사이타마(북쪽)·지바(동쪽) 등 4개 현 지사와 긴급 회담을 가진 뒤 “수도권의 폭발적인 감염을 막기 위해선 도쿄와 마찬가지로 4개 현에서도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며 “불필요하고 급하지 않은 도시 간 이동을 자제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6일 코로나19 정부대책본부 첫 모임에서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4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 9일부터 이달 말까지 한국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실시 중이다. NHK는 아베 총리가 조만간 긴급사태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한편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로 결론이 난 뒤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이 주변에 “총리가 도박에 나선 것이다. 잘 되면 좋지만…”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6일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밤 전화 회담을 통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1년 연기 결정을 하기 30분 전 모리에게 ‘1년 정도 연기’를 IOC에 제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모리는 소극적이었다.

그는 아베 총리에게 “1년 뒤에도 올림픽이 개최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많이 몰리게 된다”며 “2년 연기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종식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 자체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 경우 1년 연기를 결정한 아베 총리의 책임이 부각되면서 정권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모리는 우려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백신 개발이 진전되고 있다”며 1년 연기를 관철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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