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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코로나 직격탄’ 맞은 행사대행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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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엄상용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엄상용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행사대행업의 피해가 막심하다.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이 최근 회원사 7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이번 조사 대상 업체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음향 분야 협력업체 중 지난달 매출이 0원인 곳도 상당수였다. 특히 2~3월 예정했던 행사 중 1200개가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선 일반 기업의 행사는 제외했다. 기업 행사가 공공 부문의 2~3배인 점을 고려하면 3000~4000개의 행사가 취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행사대행 업계는 행사 취소 또는 연기로 피해를 봤다. 지금은 과거 사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과거에는 공공기관 행사가 취소돼도 민간 기업에선 대부분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코로나19는 감염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으로 사내 회식 같은 작은 모임도 금기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물며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단 행사 계약 후 취소되는 경우에는 대행업체가 일부 비용이라도 보전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행사 계약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가 더 고비다. 벌써 5~6월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3~4개월 이어진다면 행사대행 업체들의 유동성을 고려할 때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 행사대행업은 사람의 용역을 대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특성이 있다. 그만큼 전문가의 숙련도가 중요해 일시적인 인력 감축도 수월치 않다. 지금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사 입찰 공고는 계속 나온다. 이런 행사의 기획서를 작성할 인력도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여행·관광숙박·관광운송·공연업 등 4개 업종을 특별 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행사대행업은 여기서 제외됐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선 이벤트 산업도 특별 고용지원 업종으로 추가 지정돼야 한다. 행사대행업 종사자는 2만 명에 이른다. 다양한 협력업체와 협업하는 행사대행업은 그만큼 낙수 효과와 파급력이 뛰어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업종의 특성상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다. 코로나19 피해를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은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행사대행업 종사자 2만 명의 생존을 위해 정부의 도움을 절실히 요청한다.

엄상용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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