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정책 제안을 내놓고 있다. 사진 중기중앙회
“(코로나19로) 직원이 휴직하거나 회사가 휴업하면 사업자는 퇴직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걸 생각하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게 더 나을 정도예요. 이를 막으려면 고용유지 지원금을 늘리거나 사업장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황인환 서울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이사장)
“공공기관 및 민간시장 물량이 40%나 줄었어요.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나 공공기관의 물량 발주 확대 필요합니다.” (정재원 경기도 배전반사업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가 코로나19로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공개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17가지 정책 제안도 내놨다.

코로나19 우려로 철도, 도로, 항공 등 교통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19일 서울역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19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7번의 간담회를 연 결과 한시적으로라도 고용유지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며 “고용유지지원금 한도를 월 225만원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휴업 기업은 1만9400개로 휴업·휴직 대상 노동자는 15만8481명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다음 달부터 6월 말까지 휴업·휴직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휴업 및 휴직수당의 90%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월간 한도(198만원)가 5년 이상 장기근속자를 붙잡아 두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김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근속자를 잃으면 손해”라며 “휴업에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5년 이상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360만원 수준이다.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필요성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40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경영실태 설문조사’에선 코로나19로 경영상 타격을 받고 있다는 기업은 64.1%에 달했다.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는 중소기업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68.8%),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한도 확대 및 요건 완화(65.6%), 공공기관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 비율 확대(46.7%), 영세 소상공인 방역 및 휴업보상금 지급(43.2%) 등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 뉴스1
간담회 현장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줄을 이었다. 김호균 급식협동조합 이사장은 “학교 개학 연기로 급식 업계는 휴업 상태”라며 “업체에선 일용직 근로자를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정규직은 해고도 어려워 인건비 지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용 6~7등급인데 어디 가서 대출받나"
매출감소에 따른 운영자금 부족을 호소하는 곳도 많았다. 최현상 서울콘크리트조합 이사장은 “매출감소로 운영 자금도 부족한데 보증기관의 보증 한도 확대에 대해선 아직도 나오는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 위치한 반여농산물도매시장조합 김중신 이사장은 “매출 감소로 인건비 등 필수 운영자금이 동이 난 상황이지만 대개 신용 6~7등급인 소상공인은 제도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렵다”며 “필수운영 자금을 수혈할 수 있게 한시적으로라도 대출 기준을 낮춰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수 운영자금 동났다"
중기중앙회는 민간 금융기관의 금리 인하 유도와 중소기업 법인세율 인하도 코로나19 맞춤 정책으로 제안했다. 김 회장은 “현장에서 만난 많은 중소기업인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피해가 훨씬 크고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의 속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