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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멈추지 않는다…발코니서 '냄비 시위' 하는 브라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남미 대륙에서도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시민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광장이 아닌 발코니와 창가에서다.

중남미 각국 봉쇄 강화 #경기 침체 우려 높아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가정에서 발코니에 흰 손수건을 걸어놨다. "더이상은 안 된다"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가정에서 발코니에 흰 손수건을 걸어놨다. "더이상은 안 된다"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이번 달 초부터 시작됐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지난 8일(현지시간) 극우 정책을 펼치는 보우소나루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인구 밀집도가 매우 높은 상파울루에서만 수만 명이 참석해 시위를 벌였고,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맞불 시위도 이어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그 양상이 바뀌었다. 발코니에 나오거나 창가에 서서 냄비를 두드리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보우소나루 퇴진' 요구 메시지는 같다. 그간 응축된 불만에 신종 코로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노까지 쌓인 탓이다. '냄비 시위'는 중남미 다른 국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25일 기준 브라질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2554명, 누적 사망자는 59명이다.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브라질은 이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로 인구도 약 2억 1255만명으로(2020년 기준) 가장 많다.

아르헨티나에서도 24일 창문과 발코니에 '진실' '정의' 등의 메시지가 적힌 하얀 수건을 내거는 '손수건 시위'가 벌어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참혹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날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매년 이런 시위가 열리지만, 전염병으로 광장에 모일 수 없게 되자 각자 집에서 손수건을 내거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소셜미디어(SNS)에도 이를 인증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아르헨티나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확진자는 502명, 누적 사망자는 8명이다.

온두라스에서는 전 국민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며 생계를 잇기 힘들어진 주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시민들이 발코니에 나와 냄비를 두드리는 '냄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에서는 시민들이 발코니에 나와 냄비를 두드리는 '냄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YT "신종 코로나 확산하면 중남미 경제 위기 가속화"

중남미 대륙의 확진자가 9000명(25일 기준)에 육박하자 각국 정부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외출을 금지하고 외국인 입국을 막는 등의 조처다. 아르헨티나·페루·볼리비아·에콰도르 등에서는 필수적인 업무가 아닌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 온두라스, 볼리비아에선 시민들의 외출을 막기 위해 거리에 군대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이런 대처가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외출을 중단하지 마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중남미 대륙에서도 대국에 속하는 브라질과 멕시코 지도자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단 비판이다.

NYT는 "중남미 대륙의 대부분 지도자가 감염병 문제를 '먼 나라 문제'로만 생각했다"며 "그러나 전염병이 번지면 경제 침체에 가장 취약할 곳 중 하나가 바로 중남미"라고 보도했다. 또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대다수는 인구 밀집도가 매우 높은 도시에 살고 있다"며 "5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위생 시설이 매우 열악한 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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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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