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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맞선 ‘뉴테크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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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실리콘밸리 거인들은 지금 “새 기회가 열린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수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술)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답을 기술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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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6일부터 ‘#빌드코로나19(#build forcovid19)’라는 글로벌 온라인 해커톤에 참여한다”는 글을 올렸다. 코로나19에 맞설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해커톤 참여 계획을 공지한 것이다.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인 해커톤은 개발자들이 끝장 토론으로 성과물을 내는 방식이다. 이 해커톤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핀터레스트·틱톡·트위터 등에서 900여 명이 참가한다.

MS와 구글도 미국 정부와 함께 ‘코로나19 인공지능(AI) 데이터베이스 챌린지(CORD-19)’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책을 모색하는 도전이다. 참가자들은 1차 마감일인 다음달 16일까지 아이디어를 내면 된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관련 논문 2만9000건의 전문이 공개됐다.

아마존·구글·MS 등은 AI·머신러닝 같은 핵심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 팀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 AI 시스템을 활용해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자원도 투입된다. IBM·아마존·구글·MS 등은 각사의 슈퍼컴퓨터를 개방하고 상호 연결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병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IBM서밋도 이번 컨소시엄에 포함됐다.

제프 베조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생필품이 아닌 물건의 배송을 중단했다. 물류·배송 역량을 생필품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실직한 10만 명을 아마존에 시간제 근로자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기본적으로 협조하되 특정 사안에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지난 11일 백악관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과 긴급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들은 가짜뉴스 삭제나 코로나19 연구분석 요청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위치 정보 공유나 바이러스 추적에 필요한 고객 정보 제공 요청은 거부했다.

빌 게이츠

빌 게이츠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4일 지식 콘퍼런스 테드(TED) 커넥츠 강연에서 “(코로나19 확산에도)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이 있다”고 말했다. “부활절(다음달 12일)까지는 이 나라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도록 열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를 꼬집은 것이다.

기업들에게 ‘계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클라우드 사업을 키워온 아마존·구글·MS는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디지털화에 저항해온 모든 기업이 코로나19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맞았다”며 “클라우드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가짜뉴스 확산과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페이스북에도 코로나19 확산은 새로운 기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이 대통령보다 더 믿음직스러울 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페이스북·트위터·핀터레스트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신뢰를 쌓고 있다”고 전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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