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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트럼프 요구한 '씨젠 진단키트'···승인 안난 美서 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는 씨젠(Seegene)의 천종윤 대표이사, 신인섭 기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는 씨젠(Seegene)의 천종윤 대표이사, 신인섭 기자

24일 밤 10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간 전화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며“(지원을 위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대화를 나눈 의료장비는 어느 회사 제품을 말할까. 답은 이틑날 아침인 25일 오전에 곧바로 풀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의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ㆍ생산 업체인 ‘씨젠’을 전격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씨젠을 비롯해 이날 현장 방문에 함께 한 코젠바이오텍ㆍ솔젠트ㆍSD바이오센서ㆍ바이오세움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상용승인을 받은 진단시약 기업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송파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을 방문, PCR셋업준비실에서 천종윤 씨젠 대표와 시약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송파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을 방문, PCR셋업준비실에서 천종윤 씨젠 대표와 시약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사실 씨젠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아직 미국 FDA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주 초 이미 미국에 대거 수출돼 현지 유증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 활용되고 것으로 밝혀졌다. FDA 승인을 아직 받지도 못한 진단키트가 어떻게 미국 현지에서 사용되고 있을까.

씨젠 측은 25일 중앙일보에 “미국에서는 관련 검사자격 갖춘 곳에서는 FDA 승인 보름 전부터 자체 판단과 책임하에 미승인 키트를 쓸 수 있다고 한다”며 “만약 승인을 못 받을 경우엔 그때부터 사용이 중단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자, 규정까지 바꿔가며 한국 씨젠의 진단키트를 먼저 확보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ㆍ미 정상간 “진단키트 FDA 승인”대화는 이런 배경을 깔고 나눈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씨젠 관계자는“이미 진단키트가 미국으로 많이 넘어가 있지만, FDA 승인이 떨어지면 미국 공급물량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씨젠 진단키트는 98%의 검사정확도와 대용량, 6시간 이내 빠른 검사가 가능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급등하는 씨젠 주가

급등하는 씨젠 주가

씨젠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국은 최근 40개국을 넘어서고 있다. 키트 생산량도 1주일에 100만 개를 넘어서고 있지만, 해외 주문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이달초 6대4이던 내수와 수출 비중은 현재 수출이 90%를 넘어설 정도로 급변했다. 아직까지 주된 수출지역은 승인을 받은 유럽과 동남아 순이지만, FDA 승인이 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대폭 올라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송파에 위치한 씨젠의 본사와 공장은 수출물량을 대기 위해 연구실과 회의실까지 생산시설로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씨젠 관계자는“진단키트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한 달에 1000만 개를 생산해도 부족한 지경”이라며“각국 정부의 긴급한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가 생긴 이래 겪어보지 못한 중압감에 시달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씨젠의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29.94% 오른 8만8100원(+2만300원)에 마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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