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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차별하나” … 코로나 사태 속 이란 혁명수비대 장례식에 수백명 모여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란에서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의 장례식에 수백 명이 모여 논란에 휩싸였다. 소셜미디어(SNS)에도 감염병 위험을 높였다는 비판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감염 방지를 위해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는 평범한 시민들과 비교하며 분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란 정부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조하는데 #보건부 대변인 이례적으로 불편 심기 드러내 #SNS에 “평범한 시민들은 장사도 안 지내는데”

이란 혁명수비대 호세인 아사돌라히 사령관의 장례식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트위터 캡처]

이란 혁명수비대 호세인 아사돌라히 사령관의 장례식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트위터 캡처]

이란 정부 역시 세계 여러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금요 예배를 취소하고, 이슬람 사원을 폐쇄했을 정도다. 20일부터 시작된 신년 명절 누루즈 기간에도 집에 머물고, 모임을 자제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24일(현지시간) 라디오프리유럽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호세인 아사돌라히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장례식 행렬에는 수백 명이 참석했다. 사진 속 많은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아사돌라히 사령관의 관을 들고 매우 가까이 붙어 서 있다. 혁명수비대는 신정 체제에서 안보‧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분야까지 장악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다.

이와 관련 SNS를 중심으로 이란 내부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이란 보건부 대변인은 군중이 운집한 아사돌라히 사령관의 장례식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글로 대신하며 구체적인 의견은 밝히지 않았지만, 유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정부의 관료가 혁명수비대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건 이례적이다.

이란 테헤란에 거주하는 변호사 알리 모히타헤드자데는 트위터에 “사랑하는 사람을 아무런 의식도 없이 장사 지낸 많은 가족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느낄까”라고 적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린 살아 있는 자들의 차별과 정의만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라메잔 샤리프 혁명수비대 대변인은 “장례식에 모인 일부 시민과 동료, 지지자들은 혁명수비대가 동원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밝혔다.

25일 정오 현재 이란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전날보다 2206명 증가한 2만7017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143명 증가한 2077명이라고 이란 보건부는 밝혔다.

이란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쇼핑몰을 임시 병실로 개조했다. [EPA=연합뉴스]

이란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쇼핑몰을 임시 병실로 개조했다. [EPA=연합뉴스]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막내 아들 메이삼 하메네이의 장모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매체 아랍뉴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또 국제 의료 자선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란에 임시 병상을 짓기 위한 장비와 인력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이란 정부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24일 보도했다.

이란 보건부는 이에 대해 “병실은 아직 여유가 있고,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려는 물품 가운데에선) 제재로 인해 구할 수 없는 물품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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