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 예전엔 몰랐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이 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80돌 아이(22)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작가노트

“따르릉! 따르릉! 할아버지! 할머니! 조금 비켜주실래요?”
방금 초로(初老)에 접어든 어느 부부가 함께 길을 걷다가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초등생 꼬맹이들이 던진 말에
부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허허... 내가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었구나.”

초로의 남자는 허허하고 웃었습니다.
“어머머? 얘들아! 너희들이 지금 뭐라고 했어?
내가 할머니로 보이니? 아휴~ 창피해.”
초로의 여자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절규를 합니다.
집에 들어와서도 온통 ‘할머니’라는 호칭에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다 팽개쳐 버리고
혼자서 분을 못 이겨 쌕쌕댑니다.

남자나 여자나 누구를 막론하고
해마다 나이 먹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특히나 여성의 대부분은 남자들보다 〈늙음〉의 민감도가 아주 예민합니다.
남자야 대수롭지 않게 세월의 흔적을 받아들이지만
여성들은 그 〈늙음〉을 곱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찌합니까?
인간의 〈늙음〉은 자신의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서글픈 인생이 원망스럽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 곧 인생인걸요.

저도 앞으로는 초로의 여성들 보고는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그냥 ‘부인(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나
‘아주머니(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라고 부르겠습니다.
명심하고, 그리고 조심하겠습니다. 하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