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청소년들 자주 그런 짓” 김인겸 “예술작품 여길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0.03.25 00:06

업데이트 2020.03.25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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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회적 공분을 불러온 ‘n번방 사건’은 국회에서도 방지를 위한 입법이 논의됐다. 올 초 국회 청원 1호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지법 논의를 위해 모인 국회의원과 법원·검찰 고위 공무원은 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 법사위 회의록에는 n번방 사건을 대하는 입법 관계자들의 안일한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회 법사위서 n번방 방지법 논의
얼굴·신체 합성 딥페이크 처벌 다뤄
사태 심각성 모르고 안이한 발언
김도읍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드나”

지난 1월 15일 국회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의 대응을 촉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텔레그램 해외 서버 수사를 위한 경찰 국제공조, 수사기관 내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강화를 위한 양형기준 재조정 등 구체적인 요청이 담겼다. 청원 동의자가 10만 명이 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를 국회 법사위에 회부했다.

지난 3일 법사위 제1 소위에서는 이 청원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4건이 논의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딥페이크(deepfake·사람의 얼굴 등을 다른 사람의 신체와 합성하는 영상물) 제작·유통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었다. 딥페이크는 n번방 중 ‘지인능욕방’에서 돈을 받고 지인의 얼굴을 포르노 배우의 몸에 합성하는 식으로 자행된 신종 성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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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헌(더불어민주당) 위원장 = “실제 그 사람은 아닌데 합성을 해서 그 사람에 대한 성폭력범죄물처럼 취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성폭력범죄의 한 유형으로 해서 새로 처벌 유형을 만들자 이런 취지라는 거지요?”

▶김오수 법무부 차관 = “그렇습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듭니까?”

▶백혜련 민주당 의원 = “새로운 시대 유형이에요. 이건 좀 필요해요.”

딥페이크 합성 영상물을 유포하지 않고 소유 또는 보관만 했을 경우에도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법원·검찰 측이 난색을 표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 = “반포할 목적이 아니어도 딥페이크를 통해 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잖아요.”

▶정점식 통합당 의원 = “(처벌 범위를) 이런 영상을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갈 거냐….”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거든요.”

▶김오수 = “쉽게 말해 청소년들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하거든요.”

이날 논의 끝에 법사위에선 단순 보관 및 영상 소비에 대한 처벌은 빠졌다. 딥페이크를 제작·반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큰둥했던 태도는 n번방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폭발하자 180도 달라졌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이버 성착취 피해자의 고통에 둔감한 국회는 반성해야 하며,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n번방 사건 재발 방지 3법(성적 촬영물 협박 가중처벌, 불법 촬영물 다운로드 행위 처벌, 불법 촬영물 방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임윤선 통합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아동음란물의 단순 스트리밍이나 시청도 처벌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현일훈·박현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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