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공공 임대주택 240만 가구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각 나라의 기초체력이 드러나고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사회의 방어기제는 안타깝게도 계층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한다. 취약계층은 위기 앞에 항상 더 취약하다. 공공 임대주택 역시 기초체력을 측정하는 기준 중 하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저렴한 임대료로 오래 살 수 있는 삶터가 절실하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주거복지 로드맵을 수립하고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유럽 복지국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는 전 세계에서 새로운 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나라의 하나다. 올해는 173만2000가구로 주거 안전망의 상징적 지표인 공공 임대물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에 도달한다. 2022년에는 보급 50년 만에 공공 임대주택 200만 가구 시대에 진입한다. 공공 임대주택 공급은 입주까지 많은 시간이 든다. 재정 여력보다 부지 발굴이 더 큰 문제다. 정부가 240만 가구로 목표를 설정하고 공급 계획을 2025년까지 확장하는 ‘주거복지 로드맵 2.0’을 마련한 이유다.

로드맵 2.0의 특징은 두 가지다. 먼저 목표치에서 과감하게 거품을 걷어냈다. 240만 가구는 장기 공공 임대주택만을 산출한 수치다. 그간 시민사회가 물량 부풀리기 수단이라고 지적해온 공공지원 민간임대 물량을 제외했다. 양적 공급에서 질적 공급으로 대전환을 시도했다는 점도 괄목할 일이다. 입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세심한 지원 역시 정부의 마땅한 소임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수요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증금·이사비·돌봄까지 종합 지원해 주거복지의 품질을 높여나갈 것이다.

240만 가구는 지원대상(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 중 이주를 희망하는 모든 이에게 임대주택을 100%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무주택 800만 가구 중 소득 하위 50% 이하인 400만 가구의 평균 이주희망 비율(60%)을 고려한 수치다. 이런 점에서 240만 가구는 다른 목표치보다 조금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을 지키기 위한 주거 안전망이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어떤 위기에서도 우리 국민이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고 안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공 임대주택의 핵심 가치다. 복지국가는 더 많은 공공주택이 자긍심이 되는 나라다. 이제 그 미래로 가는 로드맵 2.0이 본격 가동된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에 더욱 넓고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사회의 기초체력을 더 튼실하게 키우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