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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못 맡는다" 검사 뒤 확진…대구 환자 15% 이 증상 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냄새 못 맡는데, 나도?'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에 머물고 있는 30대 남성인 A씨는 뉴스를 보다 놀랐다. '냄새를 못 맡으면 코로나19 의심'이란 기사를 읽고 자신의 증상과 똑같다는 생각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이튿날인 24일 그는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강남구서 "후각 떨어진다" 검사해 확진 #용산에서도 "냄새 못맡아서 검사"한 환자 발생 #방역당국 "임상 정의 확대 논의 해보겠다"

필리핀에 살던 A씨는 지난 20일 한국에 들어왔다. 이상을 느낀 건 오로지 후각. 그는 지난 18일부터 냄새를 잘 못 맡는 후각 감퇴 증상을 느꼈다고 한다. 고열이나 기침 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세를 느끼지는 못한 터라 서울 노원구와 서초구, 강남구, 중랑구를 비롯해 인천 등을 방문했다. 마스크는 거의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용산구 관계자는 "열도 나지 않는 데다 후각에만 이상을 느낀 상황으로 후각 감퇴가 코로나19 증상일 수 있다는 보도를 보고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코로나19 감염 징후로 미각과 후각 감퇴 증세를 꼽고 있는 가운데 강남구에서도 '후각'이상을 호소한 확진자가 나왔다. 강남구청은 24일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인 B씨(23ㆍ남)가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후각 이상 증세를 느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 20일 대한항공(KE 082편)을 이용해 귀국길에 올랐다.

집에서 생활하던 B씨는 입맛이 없고 후각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자 삼성서울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의사회 "확진자 15.3%가 후각 또는 미각에 문제"

국내에서도 후각 등 이상 증세를 느껴 확진 받은 사례가 나타난 데 이어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구시 의사회가 대구지역 확진자 3191명을 분석한 결과 15.3%에 달하는 488명이 후각 또는 미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8일부터 24일까지 자가격리 중인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3191명을 대상으로 후각과 미각에 대한 전화 모니터링 조사를 했다. 응답자 가운데 12.1%(386명)가 후각을 잃었다고 답했고, 11.1%(353명)는 후각은 괜찮지만, 미각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후각과 미각 모두 이상이 있다고 답한 확진자는 7.9%인 251명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후각 또는 미각을 상실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20대(156명)와 30대(71명), 40대(72명)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감염 전엔 질병이 없었던 10대도 41명이 후각과 미각을 잃었다고 답했다.

대구시의사회는 3191명의 확진자 중 인후통·발열·가슴 통증이 없는 완전 무증상자 1462명을 다시 추려, 2차 조사를 했다. 후각이나 미각에 이상은 없지만 발열 또는 인후통에 시달리는 확진자가 이상이 있다고 느껴 답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차 조사에서도 후각과 미각 상실은 코로나19 증상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듯 보였다. 이들 중 후각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확진자는 12.9%(189명)로 나타났고,  미각 상실 역시 9.8%(143명)에 달했다. 후각과 미각을 모두 잃었다고 답한 확진자는 8.1%(119명)로 조사됐다.

민복기 코로나19 대책본부장(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조사 결과에 나타나듯 발열이나 인후통 등이 없는 무증상에 건강한 사람이라도 후각이나 미각 상실이 느껴지면 선별진료소를 찾아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뉴시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뉴시스

방역당국 "미각·후각 감퇴, 코로나19 증상 포함 검토"

미각과 후각 감퇴를 호소하는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방역 당국은 “임상 정의 확대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4일 브리핑에서 “후각의 약화나 상실 등과 관련해 외신을 통해서 또 국내 이비인후학회 등을 중심으로 증상과 관련된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또한 중앙임상위원회 등과 상의를 해서 임상정의 확대라든지 이런 부분을 논의를 해보겠다”면서도 “현재까지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각국 방역기구에서는 일단 열, 주요 호흡기 증상을 중심으로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감시체계의 주요 증상으로 주로 발열, 호흡기 증상으로 기침이라든지 호흡곤란 등으로 일단 전체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통해 지난 23일 1203명이 입국해 이 중 101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해외 유입에 따른 확진자는 22명으로 유럽이 18건, 미주지역이 4건 등으로 조사됐다.

대구=김윤호,김현예ㆍ황수연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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