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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1번조차 당일 데려왔다···급조 시민당 '번갯불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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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공천 발표하는 더불어시민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김솔하 공천관리위 대변인이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3.23  zji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비례대표 공천 발표하는 더불어시민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김솔하 공천관리위 대변인이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3.23 zji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비례정당이 비례대표 부실 검증과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은 24일 대의원과 당원으로 구성된 비례대표 선출 선거인단 107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자 35명 순번 안건을 가결했다. 전날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결정한 순번에 대해 투표에 참여한 91명 중 86명이 찬성(94.5%)했고, 반대는 5명(5.5%)에 그쳤다.

1번은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대한가정의학회 코로나대응 TF에서 활동했다. 2번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3번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4번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이다.

5ㆍ6번은 시민당에 합류한 소수정당 몫으로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5번), 조정훈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6번) 등이다. 7번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8번 정필모 전 KBS 부사장, 9번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10번 유정주 한국애니메이션협회 회장이 배치됐다. 11번 이하는 당초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20명에게 돌아갔다.

더불어시민당이 24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명단과 순위.

더불어시민당이 24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명단과 순위.

하지만 새로 등장한 시민당 후보를 두고 뒷말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이가 비례 3번 권인숙 원장이다. 권 원장은 여성정책연구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가 비례 명단이 알려진 23일에야 사직서를 냈다. 연구원 한 직원은 “사직서를 내기 전 출마 의사를 밝혔다거나 하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로 인해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일었다. 공직선거법상 공공기관장 사퇴 시한은 선거일 30일 전(3월 16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53조(선거일 30일 전 사퇴)는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에 한하는데, 여성정책연구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덕적 비판은 가능해도 법률 위반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3번에 오른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사진은 2018년 6월 4일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 재직 당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모습. [중앙포토]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3번에 오른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사진은 2018년 6월 4일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 재직 당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모습. [중앙포토]

비례 1번 신현영 교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 교수는 시민당이 공공의료분야에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해 23일 오전 추가공모를 내자 그제야 후보 신청을 냈고, 당일 공관위에서 1순위를 배정받았다. 후보 공모-신청-심사-확정까지 만 하루도 걸리지 않은 '번갯불 공천'이었다.

비례 8번에 선정된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은 KBS 재직 당시 ‘부당한 겸직 및 외부 강의’로 2017년 감사원 징계 대상이 돼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절차를 밟는 와중에 부사장에 임명돼 논란을 증폭시켰고, KBS 공영노조의 반발도 컸다. 이날 KBS 기자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 전 부사장이 재임 시절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와 KBS 이익 중 어느 것을 중시하며 직무를 수행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9번을 받은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이런 식으로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유권자들이 표를 줄까요"라며 민주당을 비판하고 녹색당 지지를 선언했다가 돌연 시민당 후보로 참여했다.

시민당의 후보 논란은 급조 정당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통상 정당의 비례 후보 선정작업은 3~4주에 걸쳐 진행된다. 하지만 시민당은 민주당의 사실상 비례위성정당으로 출범했기에 공모(18~22일)→심사(22~23일)→순번 결정(23일 밤)→선거인단 찬반투표(24일) 등을 1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비례 후보 논란은 ‘정봉주-손혜원’ 주도의 열린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열린민주당은 24일 오후 3~10시 온라인 전당원 투표를 벌여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순번을 최종 확정했다. 2만5636명의 당원 중 1만4976명이 참여해 찬성률 98.0%로 가결됐다.

24일 열린민주당이 전당원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부. [열린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24일 열린민주당이 전당원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부. [열린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이날 확정된 19명의 비례 명단 중 여성 몫인 1번에는 김진애 전 의원이, 남성 몫인 2번에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배치됐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4번,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6번,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8번으로 각각 배치됐다.

이들 가운데 2번 최 전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현재 기소된 상태다. 4번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3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청와대에서 나왔고, 이후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려다 여론이 부담스러운 지도부 만류로 불출마를 택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출마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출마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6번 주 전 사장은 2008년 음주운전 이력과 아들 국적 포기 논란에 휩싸여 당내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당 공관위원장인 손혜원 의원은 “12년 전에 단 한 번 음주운전에 걸렸던 부분이고, 아들이야 본인의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며 감쌌다. 12번을 배정받은 서정성 광주 남구의사회 회장은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날 후보직을 내려놨다. 서 후보는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의원은 “후보 등록 시한을 맞추기 위해 실무 절차를 최소화한 탓”이라면서 “엄연한 헌법기관인 비례대표 위상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총선 불출마 의원들이 24일 범여권 비례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이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간담회장에 각각 도착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정은혜, 금태섭, 이규희, 심기준 의원, 이해찬 대표. 아랫줄 왼쪽부터 원혜영, 신창현, 손금주, 이훈, 제윤경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총선 불출마 의원들이 24일 범여권 비례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이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간담회장에 각각 도착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정은혜, 금태섭, 이규희, 심기준 의원, 이해찬 대표. 아랫줄 왼쪽부터 원혜영, 신창현, 손금주, 이훈, 제윤경 의원. [연합뉴스]

한편 민주당의 시민당 ‘의원 꿔주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이 이날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불출마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원혜영ㆍ금태섭ㆍ손금주ㆍ신창현ㆍ심기준ㆍ이규희ㆍ이훈ㆍ정은혜ㆍ제윤경 의원 등 9명이 참석했다. 지도부는 시민당으로 의원 파견 필요성을 언급했고, 상당수 의원이 이에 수긍했다고 한다.

앞서 컷오프된 이종걸 의원은 시민당 이적 의사를 밝혔다. 현재까지 현역 7명 이동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기기 위한 의원 제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형구ㆍ박건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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