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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100조원 투입하는 정부, 이젠 시간과의 싸움

중앙일보

입력

중소기업 경영자 A씨. 9명을 고용 중인 그는 한 달에 4000만원이 고정비로 들어간다. 전기세와 임대료, 그리고 9명 직원들의 월급. 최소한이다. 하지만, 두 달째 일감이 전혀 없다. 지금까지는 무급 휴가 등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직원들을 내보내야 할까 고민 중이다. A씨 본인부터 1998년 외환 위기를 겪은 터여서, 최대한 직원들의 해고 등을 피하고 싶은데도 그렇다. A씨는 24일 “어떤 식이든 직원 해고만큼은 피하고 싶다”며 “하지만 고정비가 나가는데 얼만큼 버틸 수 있을지를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사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난리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완전한 충격파가 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김포와 청주, 군산에서 출발하는 제주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김포와 청주, 군산에서 출발하는 제주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뉴시스

기업은 신규 고용을 꺼린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경기는 위축됐고, 상가는 말라죽는다. 소상공인에 이어 중소기업, 중견기업까지 충격파가 갔다. 현재까지 전개되어온 양상이다. 처음엔 다들 별것 아닐 거 생각했다. 병증 자체로는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끔찍한 수준이다. 낮춰 봤던 중국은 물론 미국, 한국, 유럽도 오한에 몸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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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실물 경기의 파장은 대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4월, 5월을 넘기기 힘들단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외환 위기 땐 돈이 안돌았지, 일감은 있었는데 지금은 일감도 없다”는 호소가 나온다. 실물 경기가 거의 사라지니, 결국 믿을 부분은 정부뿐이다.

워낙 전 방위적으로 경제가 비상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쏜다’고 약속한 금액에 비해 생색이 잘 나질 않는다. 바로 직전 50조원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투입한다고 할 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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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주의를 신봉하는 미국도 코로나 19란 비상사태에 이미 손·발 다 걷어붙이고 나섰다. 실제 케빈 하셋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모든 사람이 6개월 동안 집에만 있다면 대공황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사람들을 일터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힐 정도다. 미국 정부는 실제로 3주 안으로 성인에 1000달러를 준다는 걸 포함한 1조 달러 수퍼 부양책을 밝힌 데 이어, 24일엔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 완화를 발표했다.

코로나19의 병세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비결은 결국 초기 대응이다. 중앙일보는 최근 연이어 경제 비상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해왔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초기 단계 치료가 중환자실에서의 치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쓰

때마침 정부가 24일 ‘100조원 금융지원 패키지’를 내놓았다. "필요하면 대기업도 지원한다"고 한다. 기대했던 수준을 넘는 대책에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덩치가 크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되레 아플 땐 더 아프다. 대기업이 쓰러지면 직원들과 협력업체 로 연이어 충격파가 번지는 걸 과거 여러번의 글로벌 위기 때 많이 봐 왔다. 정부의 지원 대상은 대ㆍ중ㆍ소 규모 기준이 아니라 위급성이 기준이 돼야 한다.

지원 규모는 정해졌으니, 이젠 시간 싸움이다. 행정의 응답성(Responsiveness)도 그런 거다. 어려운 곳의 호소에 빠르게 대답하는 것이다.

이수기 산업1팀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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