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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무제한 양적완화 '올인'···WSJ "가진 화살 다썼다"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한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무제한 양적 완화. 말 그대로 달러를 한도 없이 찍어낸다는 의미다. 107년 Fed 역사상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다.

Fed는 23일 오전 8시(현지시간) 3쪽 분량의 긴급 성명을 냈다. 미국 주식시장이 열리기 1시간30분 앞둔 시각이었다. 직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긴급 회의에서 나온 결과가 성명에 담겼다.

달러화에 찍혀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직인. 연합뉴스

달러화에 찍혀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직인. 연합뉴스

“Fed는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 이를 통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을 촉진하겠다.” 여기까진 성명에 늘 따라붙는 일상적 표현이었다. 파격은 그 다음 단락부터였다.

“시장 기능을 원활히 하고 통화정책이 금융 부문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데 필요한 만큼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겠다.” 문장 어디에도 숫자는 없었다. 한도액이 들어가야 할 자리는 ‘필요한 만큼(in the amounts)’이란 문구가 대체했다. 유례없는 무제한 양적 완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자 Fed는 다시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6일 7000억 달러 규모의 4차 양적 완화를 발표한다. 이런 깜짝 결정에도 시장 불안이 가라앉지 않자 Fed는 무제한 양적 완화라는 파격을 선택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ed는 국채와 MBS 등 자산을 사고 파는 방법으로 시중에 풀려있는 달러의 양을 결정한다. 경제 위기가 닥쳤다 싶으면 자산을 사고 그 값으로 달러를 찍어 지불한다. Fed가 사들인 자산이 늘면 늘수록 시중에 풀린 달러의 양은 증가한다. 바로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줄여서 QE라고 부르는 정책이다.

양적 완화의 역사는 길지 않다. 원조는 일본이다. 1990년대 후반 부동산 거품 붕괴를 시작으로 일본 경제를 위기를 맞았다.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춰도 시장 충격이 멈추지 않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001년 ‘양적금융완화(量的金融緩和)’란 이름의 통화정책을 공식적으로 처음 단행한다. 양적 완화의 시작이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2008년 미국도 금융위기를 맞는다. Fed는 초저금리 정책에도 시장 공포가 사그라들지 않자 BOJ 정책을 가져다 썼다.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2008년 1차, 2010년 2차, 2012년 3차 양적 완화를 실시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정문.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정문. 연합뉴스

위기 강도에 따라 Fed는 판돈을 키웠다. 이번엔 한도를 아예 없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 경제가 1930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자, Fed가 ‘올인(All in)’을 선언한 것”이라며 전했다.

Fed는 기준금리(연방기금 금리)를 연 0.0~0.25% 사실상 ‘제로’로 이미 낮춰놨다. 이번 성명에 밝힌 그대로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은 꺼내놨다. 거꾸로 Fed가 ‘올인’을 외쳤는데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장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내놓을 카드가 당장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는 가진 모든 화살을 다 썼다.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미 다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2008년 금융위기가 더 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Fed의 이런 구제 정책이 오히려 이런 나쁜 소식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경보음이 되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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