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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나왔다고 아무도 책임 안져"···숨진 17세 지인 청원 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글. [사진 국민청원게시판]

2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글. [사진 국민청원게시판]

폐렴으로 숨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음성 판정을 받은 17세 고교 3학년생의 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재조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7세 정모(17)군 지인 청원 올려 #"질본에서도, 병원에서도 외면"

 24일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구 17세 소년의 마지막 말 "엄마 나 아파" 누가 보듬어 주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사망한 정모(17·경북 경산)군 어머니의 30년된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저는 52세. 두 아이를 둔 엄마"라며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소중한 한 생명(정군)이 가족 곁을 떠났음에도 그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이 상황이 화가 나고 암담해 이렇게 국민청원을 올린다"고 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글쓴이는 지난 21일 정군을 보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에게 '아이의 물건들은 잘 보냈느냐'고 어렵게 물었다. 글쓴이는 "(그동안 정군의 어머니가) 아들 옆에 있어 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아파하던 것을 보듬어 안아주지도 못했기에 울 자격도 없다고 했었는데 (이 물음엔) 오열했다"며 "고3 졸업 때까지만이라도 아이의 흔적과 함께하고 싶다고 그 울음을 끊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질병관리본부와 병원 등 어디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 사태를 지적했다. 청원글에서 글쓴이는 "사망 후 음성이라는 판정 후에 질본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질본 책임이 아니라 하고, 그 어떤 병원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 유가족은 어디에도 항변할 수 없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치료비 전액 및 제반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게 하고 질병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못 받은 채 맞이한 어린아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도, 이해 가능한 설명도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이런 국가적 전염병 사태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사례에 대한 대책과 지원방향을 세워주기 바란다"며 "또 아이가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게 반드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며 이 사건에 대해 명확히 재조사를 해 주시기를 눈물로 간청하며 국민청원한다"고 했다.

 현재 이 청원글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2700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민청원 1개월 안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경북 경산 지역 고교 3학년생인 정군은 지난 18일 오전 11시16분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사망했다. 엿새간 음압병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영남대병원 의료진은 정군에게 8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7번 음성 판정이 나왔다. 1번은 양성 소견을 보였다. 정군의 사망 1시간 전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정군의 검체를 검사했고, 지난 20일 최종 음성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정군이 영남대병원에 입원하기 전 발열 증상으로 처음 찾은 경산중앙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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