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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승 좌절' 신영철 감독 "아직 운이 아닌가 봐요"

중앙일보

입력

"아직 운이 아닌가 봐요. 하하. 바로 다음 시즌 준비해야죠."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신영철(56) 감독은 생각보다 목소리가 밝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19~20시즌 V리그가 23일 결국 조기 종료됐고, 우리카드는 '정규리그 1위'로 마무리하게 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해서 '우승'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데,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카드는 '우승 팀'이 되지 못했고, 우승을 상징하는 '별'도 달지 못하게 됐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임현동 기자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임현동 기자

정규리그 1위이니 정규리그에선 우승이지만, 이마저도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정규리그 표현 방식을 (우승, 준우승이 아닌) 순위로 변경한다'고 의결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이번 시즌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심 포스트시즌이 4월 중에는 치러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힘든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나도 선수들도 아쉽기는 하다. 아직 우승할 운이 아닌가 보다"라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창단 이래 만년 하위권이었다. 2009~10시즌 창단한 우리카드의 전신 드림식스는 네 시즌 동안 5-6-5-4위에 머물렀다. 봄 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3년 우리카드가 팀을 인수한 이후, 다섯 시즌 동안 두 번의 최하위를 했고 포스트시즌에는 가지 못했다.

2018~19시즌을 앞두고 신 감독이 부임해 팀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정규시즌 3위로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당시 봄 배구가 가능했던 데는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콜롬비아)의 활약이 컸다. 그러나 신 감독은 올해는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던 팀 컬러를 지우고 조직력 강화에 집중했고, 팀을 1위 자리에 올려놨다.

신 감독의 별명은 '봄 배구 전도사'다. 감독으로 11시즌을 보냈고, 8차례나 ‘봄 배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봄 배구는 해도 우승은 못 한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 꼬리표를 떼기 위해 신 감독은 우리카드를 맡으면서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가 다짐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러보지도 못하고 허탈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신 감독은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다시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이런 변수까지 다 계산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허탈한 시즌 마감에도 크게 낙담한 모습이 아니었다. 신 감독은 "이렇게 시즌이 끝나서 우승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계속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면 안 된다"며 "얼른 다시 시작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일정도 변경될 수 있는 것도 고려해서 다음 시즌 구상을 벌써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승 문턱에서 여러 차례 좌절해서 그런지 이번 시즌의 허탈한 마무리는 신 감독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우승으로 가는 강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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