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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세계가 놀란 한국의 코로나 검사 속도, 어떻게 하기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71)

우리의 코로나 확진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 외국이 감탄할 정도로 처리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그럼 어떻게 바이러스가 감염됐는지 알아내는 걸까? 좀 어려워 제대로 전달될지가 걱정이지만 그 대략을 간단히 설명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크기는 100nm(1mm의 1만분의 1)쯤 되는 미물이라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고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으니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다들 짐작 정도는 했을 테다. 지난번에 쓴 ‘소량의 침, 혈흔으로 어떻게 범인을 찾을까’에 개략적인 부분은 설명했지만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용에 이런 게 있다.

‘담배꽁초에 묻은 소량의 침, 머리카락, 옷 등의 혈흔만으로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소량의 DNA를 실험적으로 양을 불리는(증폭)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탈 정도로 기발한 방법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는 기법이다. 증거물과 피의자의 것을 비교하면 된다. 정확도는 거의 100%다.’

이와 똑같은 방법을 쓴다. 확인대상이 DNA와 RNA의 차이일 뿐.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체가 RNA이기 때문에 같은 PCR법에 후술하는 간단한 조작이 추가될 뿐이다.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은 중합효소연쇄반응으로 해석된다. 소량의 유전체를 대량으로 증폭(amplification)해 그 존재를 확인하거나 구조를 밝히는 실험기법이다. 아주 정확하고 간단하다. 키트와 매뉴얼이 정해져 있어 전문지식이 없어도 조금만 훈련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진단키트의 품질과 올바른 샘플링, 분석자의 스킬이 맞아 떨어지면 정확도는 거의 100%에 가깝다.

담배꽁초에 묻은 소량의 침, 머리카락, 옷 등의 혈흔만으로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소량의 DNA를 실험적으로 양을 불리는(증폭)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담배꽁초에 묻은 소량의 침, 머리카락, 옷 등의 혈흔만으로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소량의 DNA를 실험적으로 양을 불리는(증폭)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키트 개발도 어렵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게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나 게놈(genome) 전체의 구조를 알아내는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자가 몇 개 되지 않아 전문가라면 수일 내에 전체염기배열구조도 알 수 있다. 이미 여러 곳에서 구조를 밝혀냈다. 그것을 참고해 키트를 만들면 된다.

순서는 이렇다. 일차로 코로나의 밝혀진 유전자 중 증폭하고자 하는 타깃 유전자를 정한다. 다음으로 그 유전자의 끝부분에 붙을 수 있는 20개 전후의 짧은 올리고염기(oligonucleotide)를 합성한다. 이 부분이 키트 개발의 핵심이다. 이를 프라이머(primer)라 하는데 유전자의 증폭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중합효소(polymerase)는 맨땅에 헤딩하지 않는다. 합성을 위해서는 비빌 언덕, 즉 근거가 있어야 유전자를 합성해 나가기 때문이다(아래 그림1 참조). 만들기도 쉬워 국내 전문회사에 의뢰하면 금방 합성해 준다.

키트에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은 개발회사마다 증폭하는 타깃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에 따른 프라이머도 달라진다. 이 정도의 차이뿐이다. 이런 차이가 정확도에 다소의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크게 다르진 않다. 키트의 조제는 유전자를 합성하는 효소를 구입하고 프라이머, 기질(핵산염기, nucleotides, A,G,C,T), 완충액(buffer) 등을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주무부처의 상품허가는 받아야 하지만. 여기서 기질이란 유전자합성의 건축(?)재료이며 사서 쓴다. 완충액은 증폭 시 효소 반응의 pH를 일정하게 해주는 간단한 시약이다. 국내 5곳의 중소기업이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수요가 폭발하는 이 시기에도 공급이 남아돌 정도다. 현장에서는 이 키트를 구입해 검체(sample)를 첨가하고 기계(thermal cycler)에 넣어 매뉴얼대로 하면 된다.

검체는 콧구멍이나 목 속 깊은 곳에서 면봉으로 긁어 채취한다. 이론적으로 바이러스 한두 마리만 있어도 된다. 잘못 채취하면 음성으로 나올 수도 있어 꼼꼼히 해야 한다. 이런 샘플보다 재채기의 비말이나 기침의 가래가 더 낫다. 검체시료는 시험관에서 효소 등으로 바이러스를 녹여 추출한 유전체(RNA)를 PCR의 샘플로 쓴다. 극소량의 유전체는 PCR에 의해 목적(타깃)유전자를 무지하게 증폭해 늘린다.

그림1. [자료 이태호]

그림1. [자료 이태호]

이렇게 증폭한 시료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대조해 분자량(크기)이 같을 경우 동일종으로 간주한다. 확인은 분자의 크기를 측정하는 한천 겔 전기영동(agarose gel electrophoresis)으로 한다. 그림2에서 겔의 왼쪽 레인(lane)이 여러 분자량(크기)을 나타내는 표준물질(mark DNA)이고, 오른쪽은 PCR로 증폭한 4샘플의 결과물이다. 분자의 크기가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깃 유전자와 일치하면 같은 바이러스로 확정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DNA바이러스를 증폭할 때의 경우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RNA는 그 자체로는 증폭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단 RNA와 똑같은 상보구조(sequence)의 DNA로 전환해야 하는 역전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여느 PCR법에 추가되는 조작이다.

이때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 RT)라는 것을 쓴다. RNA에 상보적인 cDNA를 합성하는 효소다. cDNA의 c는 complementary(상보)의 약자다. 이른바 cDNA는 RNA의 상호보완 관계라는 뜻이다. 그래서 RNA를 DNA의 형태로 증폭하는 것을 RT-PCR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RNA쪽이 DNA의 PCR보다 다소 번거롭다.

그림2. 분자의 크기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타깃 유전자와 일치하면 같은 바이러스로 확정한다.

그림2. 분자의 크기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타깃 유전자와 일치하면 같은 바이러스로 확정한다.

얼핏 보기에 이런 분석이 까다롭고 난해한 것 같지만, 지금은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거의 모든 관련 연구실(생명과학)에서 학생들이 일상으로 하고 있다. 진단키트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프로토콜도 정해져 있어 기계적으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외국에서는 우리의 검증속도가 빨라 감탄하고 있지만, 이는 기술이 탁월해서가 아니다. 수행할 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단, 병원균을 취급할 시는 안전공간이 필요). 기구도 소형이고 고가가 아니라 한 세트에 몇백만 원이면 충분하다.  한사람이 한꺼번에 몇십 개의 샘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는 거다.

검사비용도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다. 자진해서 의뢰하면 16만 원 정도를 받는단다. 인건비가 추가돼서 그런지 좀 비싸게 받는 듯도 하다. 검사 후 확진자로 진단되면 되돌려 받긴 한다지만. 의사의 처방으로 검사하면 공짜. 참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미국은 보험이 안 되면 4000달러, 가입자는 1500달러 정도 한단다.

몇몇 나라는 우리보다 더 난리다. 며칠 만에 우리의 확진자를 추월했다. 일본이나 미국, 영국 같은 경우는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확진자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검사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늑장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국가의 신인도를 관리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오기를 부리는 걸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말이다. 미국은 미적대다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은 올림픽 때문에 감염자가 있어도 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감당이 안 될 상태가 올 수도 있다.

외국이 칭송한다 해서 우쭐댈 것도 없다. 그동안 외국보다 낮아 보이던 치사율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젊은이가 많던 신천지의 확진이 끝나고 이젠 일반감염과 노약자가 많은 요양시설 등의 집단감염이 그 원인이 아닌가 싶다. 혹은 의료진의 과부하에 의한 피로감 누적 혹은 긴장도의 감소가 한몫했을 수도.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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