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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코로나에 갇힌 시간, 나만의 동영상 만들어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18)

코로나19, 날벼락이다. 강의와 전시가 주업인 내게는 큰 부담이다. 졸지에 ‘코로나 백수’가 됐다. 텅 빈 사무실. 바이러스 보다 무서운 건 무력감이다.

‘사회적 격리’로 시간을 죽이는 일이 많아졌다. ‘백수 과로사’는 옛말이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한동안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혼자 놀기 먹잇감을 찾았다. 동영상 강의안 만들기다. 유튜브를 하건, 온라인 강의를 하건 간에 돌파구가 되겠다 싶었다.

유튜브에 동영상 편집 강의 영상이 차고 넘친다. 디지털 기술 덕에 강의 테크닉도 발전했다.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며 강의를 한다. 강사와 같은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따라만 하면 감이 온다. [사진 pixabay]

유튜브에 동영상 편집 강의 영상이 차고 넘친다. 디지털 기술 덕에 강의 테크닉도 발전했다.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며 강의를 한다. 강사와 같은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따라만 하면 감이 온다. [사진 pixabay]

나이 들어 새로운 일을 배우는 만만치 않다. 손가락이 느리고, 둔해졌다. 신문사에서 동영상 기자로 일하는 후배에게 두 시간 특강을 받았다. 컴퓨터 화면을 녹화해서 몇 번을 똑같이 반복하며 감을 잡았다.

세상이 좋아졌다. 유튜브에 동영상 편집 강의 영상이 차고 넘친다. 디지털 기술 덕에 강의 테크닉도 발전했다.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며 강의를 한다. 강사와 같은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따라만 하면 감이 온다. 유튜브가 편하다. 혼자 하다 막히면 다시 찾아 보면 된다.

문제는 안고수비(眼高手卑)다. 눈은 ‘지상파’ 인데 손은 바닥을 긴다. 강의 동영상은 집중력이 핵심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폼이 나야 집중한다. 그래픽, 글씨 폰트,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써야 한다. 리듬감 있는 빠른 화면 전환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에는 ‘넘사벽’이다. 돈과 시간의 제약도 있다. 그래서 금세 포기한다. 절대 좌절 금지다. 조금만 더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깨달은 바도 많다. 동영상은 종합예술이다.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청각, 즉 오디오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시각에서 청각으로 감각이 확장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감각 신경이 훨씬 더 섬세해진다. 1초가 그렇게 긴 시간인 줄 몰랐다. 감각도 훈련이다. 이제 0.1초의 순간을 챈다. 선수들은 1/100초 단위로 편집한다고 말한다. 동물적인 감각이다.

설계도 치밀해야 한다.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영상, 사진, 그래픽 등 소스를 미리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꽂는 것이 중요하다. 순서가 꼬이면 집을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 동영상 오래 하면 치매는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드디어 첫 번째 강의 클립 하나를 완성했다. 내가 쓴 책 「사진, 그리고 거짓말」의 핵심을 뽑아 만든 사진 강의 동영상이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 쳤다. 강의 영상은 아이폰으로 찍었다. 마이크를 쓰지 않아 울림이 있어 아쉽다. 도입부(인트로)에 애니메이션 효과도 넣었다. 12초짜리 인트로 만드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영상, 사진, PPT가 뒤섞여 누더기가 됐지만 뿌듯하다. 첫술에 배부를까. 강의 영상을 공유한다.

요즘도 여전히 동영상 삼매경에 빠져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돈 안 되는 일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손도 제법 빨라졌다. 눈을 따라간다. 한 달 안에 동영상 강의 클립 50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다행히 PPT가 100여개 있으니 영상과 섞어 쓰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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