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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이 보여주는 '코로나발 경기 위축'…상업용 사용량 33% 줄어

중앙일보

입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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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일명 '귀가 시계'로 불리던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송되는 시간이면 장안의 수돗물 사용량이 뚝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모두 TV 앞에 앉아 있다보니 그 시간에만 물 사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돗물 사용량은 사람들의 생활과 행동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에도 이 공식은 통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난 2~13일 서울시 수돗물 사용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체육시설 운영 중단의 영향으로 공공용 수돗물 사용량은 1년 전보다 97%나 줄었다.

 소비심리가 악화하며 상업시설을 포함한 일반용 수돗물 사용량도 1년 전보다 3분의1이 감소했다. 수돗물 사용량이 '코로나발 경기 위축'을 보여주는 셈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2일부터 13일까지 수돗물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수돗물 사용량이 1년전과 비교해 7.1% 줄었다고 밝혔다.

 조사는 원격검침 계량기가 설치돼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996개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정용 수전 982개소와 일반(영업용) 수전 10개소, 공공용 수전 4개소가 포함됐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한 수돗물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6.5% 줄었다. 외출 자제와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세면과 샤워 횟수가 줄고 친인척 및 이웃과의 가정방문 감소로 사용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상업시설을 대상으로 한 일반용 수돗물 사용량은 평균 32.8% 줄었다. 일반용은 상가빌딩과 아파트형 공장, 주상복합시설과 영업시설 등에서 사용한 수돗물이 포함됐다.

 가정용에 비해 일반용 수돗물 사용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감염병 우려로 외부 활동을 자제한 데다 경기 둔화 흐름 속 소비심리가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각종 모임 자제 및 연기, 크고 작은 사회적 행사 취소 등으로 인한 유동인구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용 수돗물 사용량은 1년 전과 비교해 97.1% 감소했다.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진 것이다. 서울시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수전 4개소는 초등학교와 체육센터 등 공공시설을 포함하고 있어 개학연기와 공공체육시설 운영중단, 종교행사의 잠정 중단 등에 따른 영향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수돗물은 계절과 기온, 날씨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사용량이 증감하는데 이번 조사 결과처럼 가정용과 일반용, 공공용 수돗물 사용량이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친목 모임 자제, 행사 취소, 재택근무 확대, 개학연기 등으로 사회적 활동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수돗물 사용량 감소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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