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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선거 방해, 판단 어렵다”는 선관위 입장에도 경찰은 수사…사실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도저히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이 어렵다’고 해 현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웠다.”(광진경찰서 관계자)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거운동 현장에 서울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 오세훈 후보 측]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거운동 현장에 서울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 오세훈 후보 측]

4.15 총선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서울 광진을)의 선거운동 현장에 대학생 단체가 나와 시위를 벌였다. 오 후보는 23일 대진연의 방해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며 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경찰로서 응당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방조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서울 지역 조직이다.

현장 나온 선관위 "판단 어렵다"

경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대진연이 벌인 행위의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지난 19일 수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대상자 출석요구 등 절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며 ”선거법 위반에 관한 법리 검토를 했다“고 말했다. 오 후보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이미 수사에 착수했다는 뜻이다.

이날 경찰은 오 후보의 건대입구역 선거운동 현장에 나와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관계자에게 대진연 회원들의 시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해 물었다고 한다. 당시 대진연 회원들이 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옆에서 방해했고 신고를 받은 선관위와 경찰 관계자가 모두 현장에 출동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나온 선관위 측 민간위원은 경찰에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애매하다”는 식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선거법과 관련해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긴 어려운데 선관위가 결정을 해주지 않아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따로 법리 검토해 수사 중"

광진경찰서는 12일부터 20일까지 대진연이 들고 있던 피켓 문구 등을 확인하고 법리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대진연 회원들은 오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에서 ‘금품제공 근절’ 등 오 후보를 직접 겨냥한 피켓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대진연 회원들이 1인시위 형식으로 단순히 서 있었다면 문제가 없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지난해 10월 경찰이 주한미대사관저를 월담해 기습 침입한 대학생진보연합 관련 시민단체 '평화 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경찰이 주한미대사관저를 월담해 기습 침입한 대학생진보연합 관련 시민단체 '평화 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1]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주장 차원에서 그런 문구를 내세웠다기보단 오 후보를 특정해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못 하게 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선관위 답변과 별도로 따로 법리를 검토해 본 결과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 후보는 아파트 경비원 등에게 명절 때마다 1인당 5만~10만원씩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광진구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선관위, 공문으론 "선거법 위반"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게 알려지면서 선관위 판단에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 제기됐다. 그러나 선관위도 대진연 측에 선거법 위반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18일 대진연에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 중지 요청’에 관한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선관위 측으로부터 따로 공문을 받지 못 했다고 한다. 오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에 나온 선관위 직원이 판단을 내리지 않고 공문은 따로 보내면서 경찰과 선관위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오해가 생긴 셈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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