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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개 정당에 '민주당 6개' '미래당' 6개···유권자는 헷갈린다

중앙일보

입력

4·15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등록 정당은 총 63개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30여개의 정당이 추가로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지난 20일 기준)한 뒤 창당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정당들이 모두 총선 비례 후보를 낼 경우 유권자가 받아볼 투표용지엔 90여개의 정당이 난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한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엔 총 21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문제는 상당수 당명이 서로 비슷해 유권자 혼란이 불가피할 거란 우려다. 비슷한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유사 당명이 많아 유권자들 입장에선 당명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경우 투표 현장에서 상당한 혼선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명 중 핵심인 ‘민주’란 단어를 사용한 정당이 유독 많다. 등록 정당 63개 중 ‘00민주당’ 형태의 이름을 가진 정당은 더불어민주당·미래민주당·민중민주당·열린민주당·통일민주당·통합민주당 등 6개다.

‘가자’란 표현을 앞세운 정당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가자코리아·가자!평화인권당·가자환경당 등이다. 이들은 모두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정당명을 등록·변경한 신생 정당들이다. 현역 의원이 없는 원외 정당의 경우 가나다 순으로 투표용지 순번이 배정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60여개의 정당이 난립하며 이번 총선 투표 용지는 1m에 육박하는 투표용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9일 사전투표소 모의체험장에 등장한 가상 투표용지. [연합뉴스]

60여개의 정당이 난립하며 이번 총선 투표 용지는 1m에 육박하는 투표용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9일 사전투표소 모의체험장에 등장한 가상 투표용지. [연합뉴스]

유사 당명이 난립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 정당법 제41조는 정당 등록 신고 당시의 당명과 관련해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뚜렷한 구별’의 기준은 모호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시즌이 되면 과거 아무런 활동 이력도 없는 이들이 정당을 창당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정당을 등록할 수 있는 현행 체계에선 이같은 정당 난립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로고는 더불어민주당 로고(아래)와 색깔·폰트까지 유사하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로고는 더불어민주당 로고(아래)와 색깔·폰트까지 유사하다. [뉴스1]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 정당을 직접 창당하거나 비례 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복잡한 전선을 만들어낸 것 역시 유권자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현재 범여권에선 민주당이 참여한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 등 2개의 비례연합정당이 경쟁하고 있다. 시민당에는 민주당 외에도 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평화인권당·가자환경당 등 원외 소수정당도 참여한 상태다.

미래통합당은 직접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은 직접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연합뉴스]

보수 진영의 비례 위성정당은 미래통합당이 창당한 미래한국당이 유일하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 자당의 자매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미래’라는 이름을 앞세웠다. 하지만 이미 ‘미래00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정당도 이들 외에 많다. ‘미래’라는 단어가 포함된 정당은 미래당·미래민주당·충청의미래당·한반도미래연합 등이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도 선관위 등록 당명 중 하나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를 표방하는 정당도 친박신당·친박연대 등이 있어 차이점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은 지난 21일 총 2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은 지난 21일 총 2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당명과 별개로 최근의 비례 위성정당, 비례 연합정당과 관련한 논의 자체가 복잡하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유권자들이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의 경우 당초 시민사회 세력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하려 했으나 또 다른 비례 연합정당인 ‘시민을위하여’를 파트너로 택하면서 이 정당의 당명이 ‘더불어시민당’으로 바뀌었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 외곽에선 또 다른 비례 정당인 열린민주당이 등장해 2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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