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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재 인터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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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넷플릭스와 유튜브, 아마존 등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들이 최근 유럽 시장에서 화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고 4K에 달하는 고화질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았던 업체들이 화질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EU 집행위원회의 권고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갈수록 많은 유럽 도시들이 주민들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면서 집에서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급증했다. 그런데 인터넷 트래픽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동영상 스트리밍이다 보니 데이터 전송 과부하를 우려해 영상을 HD급이 아닌 SD, 즉 표준화질로 낮춰달라고 한 것이다. 그 결과 이미 유럽 각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화질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가 총 사용 가능 데이터에 제한을 걸어두는데, 미국에서는 각 주와 도시별로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원격근무 등으로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에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미국인들에게 인터넷이 끊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권고하면서 사업자들이 그 제한을 풀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일시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전염병이 종료된 후에도 “인터넷은 필수재”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나라가 식료품점, 은행, 병원, 약국 등과 함께 인터넷을 기초적인 필수 서비스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사태가 장기화해 사람들의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면 인터넷을 전기와 수도처럼 아예 ‘공공재’로 만들자는 과거의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 또 공공재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처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확산할지도 모른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