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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미 있어서 한건데” 150만 클릭 유튜버 된 김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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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서 자신의 보물 1호인 팝 명반들을 소개하고 있는 방송인 김구라. [중앙포토]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서 자신의 보물 1호인 팝 명반들을 소개하고 있는 방송인 김구라. [중앙포토]

“KBS는 왜 이렇게 프로그램을 베끼냐” “(연예인보다) 소속사 대표가 더 튀려고 하느냐”

연예대상 쓴소리 하듯 거침없는 말 #KBS 유튜브 ‘구라철’ 4회째 순항 #아들 동현과 ‘그리구라’ 등 3개 프로 #“TV방송서 안 해본 것 하니 신바람”

K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에서 자사에 강펀치를 날리고, 아들 동현(그리)의 소속사에 찾아가 대표를 ‘디스’(깎아내림)하고…. 지난 20일까지 4개 에피소드가 공개된 유튜브 콘텐트 ‘구라철’에서 볼 수 있는 방송인 김구라의 모습이다. “앞으로 2~3년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방송가의) 고비다”라고 선포하며 시작된 김구라의 ‘구라철’은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거침없이 질문한다’가 모토다. ‘방송3사 구내식당 어디가 제일 맛있을까’ 등 시시콜콜한 주제인데 지난 2월 14일 첫선 이후 4회 만에 총 조회 수 150만회를 넘겼다. 지난 18일엔 아예 채널을 따로 차렸다. 구독자 400만이 넘는 KBS엔터테인먼트에서 ‘채널 독립’을 요청하는 댓글이 잇따라서다.

‘구라철’만이 아니다. 그가 동현과 함께 티격태격 현실 부자(父子)의 모습을 보여주는 채널 ‘그리구라’와 골프 애호가로서 면모를 드러내는 채널 ‘뻐꾸기 골프’도 구독자 각각 6만, 3만으로 순항 중이다. “혼자 떠드는 게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구라철’ 1회)는 고백대로 마치 데뷔 초반 인터넷방송 시절로 돌아간 듯한 ‘야인’ 김구라의 활약이다.

“유튜브에 딱히 관심이 있다기보다 나이 오십이 되다 보니 스스로 즐겁고 재미난 프로를 하고 싶었어요. 야외 다니면서 일반인들과 소통하고 싶었는데, 지상파 방송은 기획에서 방송까지 오래 걸리는 반면 유튜브니까 작게 시작할 수 있었죠.”

KBS 유튜브 ‘구라철’에선 셀카봉을 들고 직접 촬영하며 진행하고 있다. [KBS]

KBS 유튜브 ‘구라철’에선 셀카봉을 들고 직접 촬영하며 진행하고 있다. [KBS]

최근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이하 ‘생활보물’)에 손님으로 들른 그는 “유튜브를 왜 시작했나” 하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새로운 플랫폼 개척 등의 차원이 아니라 “내 욕구를 일깨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라는 게 그의 설명. 예컨대 ‘그리구라’는 “따로 사는 외아들과 자주 만날 새가 없어 방송을 겸해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골프 콘텐트는 “지인들끼리 스트레스 풀러 재미있게 치는 모습 그 자체를 담을 수 있어” 시작했단다. 꿰맞춘 캐릭터가 아니라 김구라라는 자연인의 취미·욕구가 그대로 콘텐트가 되고 호응을 이끈다는 얘기다.

김구라로선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라디오로 떠서 지상파에서 전성기를 누리다가 다시 B급 마이너 세계로 돌아온 모양새다. 게다가 자신이 대상까지 받은 연말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아무런 콘텐트 없이 연예인들 개인기로 1~2시간 때우는 거 그만하자” 등 쓴소리를 한 직후의 행보다. 김구라는 “마이크만 있으면 혼자 어디로 튈지 모르게 말이 많아진다”면서 “나이 오십쯤 되니 생각도 많고, 남들이 잡학 다식이라고 하는 걸 풀어내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KBS 유튜브 ‘구라철’에선 아들 동현(그리·왼쪽에서 둘째)의 소속사를 찾아가는 등 생활밀착형 콘텐트를 선보인다. [KBS]

KBS 유튜브 ‘구라철’에선 아들 동현(그리·왼쪽에서 둘째)의 소속사를 찾아가는 등 생활밀착형 콘텐트를 선보인다. [KBS]

호기심·잡학 다식·거침없는 화법은 ‘구라철’을 함께 하는 원승연 PD가 생각하는 김구라의 강점이기도 하다. 원 PD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예대상 발언도 그렇고, 김구라의 입을 통해 느끼는 통쾌함이 있는데 그걸 넓게 펼칠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TMI가 김구라의 매력인데 지상파 방송에선 포맷에 맞춰 덜어내는 게 많았다. 유튜브에선 주객이 전도돼 소위 ‘곁다리’로 치부되는 것들, 사석에서 할 법한 얘기들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JTBC ‘와썹맨’ ‘워크맨’이나 EBS ‘자이언트 펭TV’ 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원 PD와 김구라 모두 부인했다. “김구라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원 PD) “의미 부여야 남들이 하는 거고,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었을 뿐”(김구라)이라는 설명이다. 첫 회부터 KBS 사장을 등장시키며 자사 ‘디스’를 한 건 “다방면에 센 질문을 하기 위해선 자기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원 PD)고 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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