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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길 가다 만난 고양이, 학교 운동장, 여행의 추억 드로잉하다 보면 나만의 작품 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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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들이대기보다 흰 도화지에 손으로 그려낸 일상 왠지 더 특별해 보이네요

안효빈(왼쪽) 학생모델·박수연 학생기자가 리모 김현길 작가에게 드로잉을 배워봤다.

안효빈(왼쪽) 학생모델·박수연 학생기자가 리모 김현길 작가에게 드로잉을 배워봤다.

하얀 종이 위에 연필과 펜이나 물감으로 자유롭게 그리는 드로잉은 평범한 일상을 활기차고 아름답게 채색하는 즐거운 활동입니다. 일상의 순간부터 여행 풍경까지 다양한 소재를 자유롭게 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케치를 하고, 붓질을 하다 보면 피곤한 현실을 잊기에 그만이죠. 드로잉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하루의 일상과 주변 사람을 기록하는 수단으로도 제격이죠. 외출이 힘든 요즘, 드로잉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리모 김현길 작가·페인팅룸·성수미술관, 동행취재=박수연(경기도 안말초 5) 학생기자·안효빈(경기도 탄천초 6) 학생모델

드로잉에 빠진 사람들
예전에는 회화작품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 스케치 개념을 드로잉이라고 불렀다면 요즘에는 모든 그림들, 그리는 행위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단어로 쓰이고 있죠. 취미로 드로잉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수업 시간, 종이 위에 가볍게 끄적이는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한번쯤 있을 텐데요. 하지만 제대로 그려보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 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으면 막막한 기분이 먼저 듭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다양하게 그림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어요. 드로잉 클래스나 취미 미술반이 눈에 띄게 늘었고, 정식으로 배우기 전 경험해 볼 수 있는 2~3시간짜리 원데이 클래스도 있죠. ‘클래스 101’ 등의 온라인 취미 강의 플랫폼을 이용해 강의를 수강하면 내가 원하는 장소‧시간에서 자유롭게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림에 도저히 자신이 없더라도 몰입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컬러링북도 인기죠. 인쇄된 스케치에 색칠만 하도록 만들어진 책인데, 빈 면의 색을 채워가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잡념도 떨치는 효과가 있습니다.

드로잉카페 페인팅룸은 무료 코칭도 해주기 때문에 그리는 도중 막막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드로잉카페 페인팅룸은 무료 코칭도 해주기 때문에 그리는 도중 막막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드로잉카페 페인팅룸은 무료 코칭도 해주기 때문에 그리는 도중 막막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드로잉카페 페인팅룸은 무료 코칭도 해주기 때문에 그리는 도중 막막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음료를 마시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드로잉 카페도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페인팅룸은 캔버스만 구매하면 이젤‧붓‧물통‧물감 등의 도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윤지원 대표는 “그리고 싶은 도안을 미리 찾아오면 프린트해서 보고 그릴 수 있고, 무료 코칭도 해주기 때문에 그리는 도중 막막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어요”라고 설명했죠. 그림을 완성하면 예쁘게 포장까지 해주기 때문에 선물하기도 좋고, 입소문이 나면서 어린아이부터 60~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고 있다고 해요. 성수역‧홍대입구역 등 여러 지점이 있는 성수미술관은 전지사이즈의 도안이 준비돼 그중 하나를 선택해 색칠과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재욱 대표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스케치도 포함이 됐었는데 스케치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본 스케치가 있는 도안을 생각하게 됐어요”라고 밝혔죠.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여 10대 학생들부터 커플까지 젊은 친구들이 주로 찾아와 인증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성수미술관은 전지사이즈의 도안이 준비되어 있어 색칠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성수미술관은 전지사이즈의 도안이 준비되어 있어 색칠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성수미술관은 전지사이즈의 도안이 준비되어 있어 색칠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성수미술관은 전지사이즈의 도안이 준비되어 있어 색칠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드로잉카페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재욱 대표는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하는 것들은 우리 모두 해봤던 경험이에요. 디지털화되고 잊은 채로 살다가 잊어버렸던 느낌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서 쾌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라며 감각의 재발견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죠. 윤지원 대표는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그림을 그릴 때 몰입을 하면 아무 생각을 안 하는 상태가 되며, 그림과 나 온전히 둘이 마주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복잡했던 머릿속도 정리가 되면서 모든 걸 잊고 온전히 작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얘기했습니다.

나만의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 배우기

안효빈(왼쪽) 학생모델·박수연 학생기자가 리모 김현길 작가에게 드로잉을 배워봤다.

안효빈(왼쪽) 학생모델·박수연 학생기자가 리모 김현길 작가에게 드로잉을 배워봤다.

리모 작가는 여행의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펴내는 여행 드로잉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리모 작가는 여행의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펴내는 여행 드로잉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이 너무 평범하게 느껴진다면 그림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건 어떨까요.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시간이 달라지면서 평소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하루의 일상을 그림으로 적는 그림일기, 여행을 다녀와서 좋았던 순간을 드로잉하며 추억의 한 장면을 완성해보는 것도 좋겠죠. 박수연 학생기자·안효빈 학생모델이 리모 김현길 작가의 도움을 받아 드로잉에 도전해봤습니다. 리모 작가는 여행의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펴내는 여행 드로잉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드로잉제주』 『제주 여행 드로잉 컬러링북』『혼자, 천천히, 북유럽』책을 펴냈습니다.

리모 작가의 여행 드로잉을 위한 기본 준비물.

리모 작가의 여행 드로잉을 위한 기본 준비물.

소중 학생기자단이 연필로 드로잉의 첫 단계, 스케치를 하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연필로 드로잉의 첫 단계, 스케치를 하고 있다.

드로잉 초보자들은 무엇부터 그려보면 좋을까요. 리모 작가는 여행 드로잉의 경우 유명 랜드마크를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보다 좀 닮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고, 남에게는 소중하지 않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나 소품을 그려보는 게 좋다고 했어요. 그림을 지속적으로 그릴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이 자기 기록을 만들어가는 그림일기라고 했는데요. 추가로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그게 곧 그림에세이가 되는 겁니다.

여행 드로잉에 유용한 고체 수채물감과 워터브러시. 워터브러시는 붓 뒤에 물통이 달려 있어 물을 넣고 누르면 붓 안에서 물이 나온다.

여행 드로잉에 유용한 고체 수채물감과 워터브러시. 워터브러시는 붓 뒤에 물통이 달려 있어 물을 넣고 누르면 붓 안에서 물이 나온다.

두 학생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그리고 싶은 소품 사진, 평소 그림 그릴 때 사용했던 스케치북‧색연필‧펜 등을 들고 왔어요. 시안을 본 리모 작가는 “어려운 사진이 많네요”라고 걱정했죠. 처음 그리는 작품인데 너무 어려운 시안은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고민 끝에 리모 작가가 수업용으로 가져온 제주의 봄 풍경과 각자 원하는 소품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스테들러에서 나온 여행 드로잉 세트도 선물로 줬죠. 고체 수채물감, 워터브러시 등을 보니 정말 여행 드로잉 작가가 된 것만 같았어요. “워터브러시는 붓 뒤에 물통이 달려 있어 물을 넣고 물통을 누르면 붓 안에서 물이 나오는 도구예요.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때 따로 물통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까 간편하겠죠.” 고체물감은 튜브물감과 다르게 처음부터 딱딱하게 굳어서 고체로 나온 거예요. 케이스 자체가 팔레트 역할도 하죠. 고체물감은 낱개로 살 수도 있어 필요한 색이 있으면 따로 구입해 팔레트에 끼우면 됩니다. “튜브 짜서 굳히고 하는 과정이 귀찮잖아요. 또 부피도 작아 가지고 다니기 쉬워서 많이 쓰고 있죠.”

수채화를 그릴 때는 수채화 전용지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두께가 300g 이상 되어야 전용 수채화 용지라고 볼 수 있죠. 학생들이 손쉽게 구하는 도화지‧켄트지도 수채화를 해볼 수는 있지만 종이가 울고 붓질도 많이 남아서 지저분하게 채색될 수 있어요. 박수연 학생기자가 가져온 스케치북도 두께가 200g이었죠. 펜‧연필‧색연필 등 물 없이 사용하는 도구들로 그리기 좋은 종이입니다. 리모 작가가 수채화 전용지를 나눠줬어요. 이런 도구는 화방이나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연필‧펜과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선을 그어보고 별‧세모‧네모 등 간단한 도형을 그리는 연습을 해본 다음, 워터브러시를 이용해 색칠했죠. 간단한 연습을 끝낸 다음 본격적인 스케치에 들어갔어요. 연필‧펜 원하는 걸로 스케치를 하면 되는데, 소중 학생기자단은 연필로 그린 다음 그 위에 펜으로 다시 스케치하기로 했죠.

리모 김현길 작가

리모 김현길 작가

안효빈 학생모델

안효빈 학생모델

박수연 학생기자

박수연 학생기자

리모 작가가 어떤 식으로 스케치하는지 시범을 보였습니다. 집 여러 채를 그려야 하지만 1층짜리 건물이라 별로 어렵지 않다고 했죠. 담들도 다 똑같은 높이에 수평으로 있기 때문에 종이 한 가운데 담이 이정도 높이로 오면 되겠다는 느낌으로 보조선을 먼저 그려줬습니다. 담 위에 조금 가까이 있는 지붕 먼저 그려주고, 그 뒤에 있는 지붕 또 옆에 있는 지붕들을 그리면 돼요. 테두리와 창문을 추가하면 집은 완성. “어렵지 않죠?” 돌담은 물감으로 표현하는 게 좀 힘들어서 그냥 펜으로 돌들이 뭉쳐있다는 느낌만 줘도 괜찮습니다. 리모 작가는 “지저분한 전봇대는 다 안 그려도 되고, 그리고 싶은 만큼만 그려보세요. 너무 힘들게 할 필요 없어요”라고 조언했죠. 박수연 학생기자가 한창 그리더니 지우개로 다 지우고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요. “원래 색칠하는 게 재밌고 스케치는 조금 괴로워요.” 그리다 보면 건물이 다 안 들어갈 수도 있는데 들어가는 만큼만 그려도 괜찮습니다. 안효빈 학생모델이 “남으면 어떡해요?”라고 질문했죠. “비워도 되고 비슷한 건물 하나 더 그려도 돼요. 마음대로 그리면 됩니다.”

도형 그리는 연습을 끝내고, 연필로 보조선을 그어준 후 지붕 등의 스케치를 끝낸 후 펜으로 덧그려 마무리했다.

도형 그리는 연습을 끝내고, 연필로 보조선을 그어준 후 지붕 등의 스케치를 끝낸 후 펜으로 덧그려 마무리했다.

스케치를 끝내고 고체 수채물감과 워터브러시로 색칠하고 있다.

스케치를 끝내고 고체 수채물감과 워터브러시로 색칠하고 있다.

박수연 학생기자의 작품. 하늘 색칠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한 게 특징이다. 리모 김현길 작가는 자기 개성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좋다고 했다.

박수연 학생기자의 작품. 하늘 색칠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한 게 특징이다. 리모 김현길 작가는 자기 개성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안효빈 학생모델의 작품. 두 학생 모두 똑같은 시안을 보고 그렸지만 전혀 다른 그림이 탄생했다. 리모 김현길 작가의 조언대로 돌담은 펜으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다.

안효빈 학생모델의 작품. 두 학생 모두 똑같은 시안을 보고 그렸지만 전혀 다른 그림이 탄생했다. 리모 김현길 작가의 조언대로 돌담은 펜으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다.

안효빈 학생모델이 연필선을 지우개로 지우며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색칠을 시작했습니다. 유채꽃은 하나하나 그리면 오히려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노란색 위주로 칠하고 녹색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표현하는 게 좋다고 했죠. 하늘을 표현할 때 그러데이션 느낌을 줄 수도 있어요. 한 가지 색상으로 여러 단계의 명도를 표현하는 거죠. 수채화에서 색상을 밝게 만드는 방법은 물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한 단계 채색을 마친 후 물감에 물을 더 넣어 칠하는 방법으로 여러 단계를 이어갈 수 있어요. 박수연 학생기자도 색칠을 시작했습니다. “스케치 할 때는 스트레스 받아 보이더니 물감 칠하니까 생기가 도네요.” 생각보다 그림 그리는 과정이 만만하지 않았는지 두 학생 모두 자신들이 가져온 사진으로 그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입을 모았죠. 박수연 학생기자는 색을 섞어 쓰는 걸 좋아했고, 안효빈 학생모델은 거침없이 그렸는데요. 드로잉은 겁 없이 그리는 게 맞다고 했죠. 노란색‧초록색‧파란색으로 색칠하다 보니 어느새 봄 느낌이 물씬 풍겼어요. 제주도에 직접 가서 드로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그렸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제주도의 풍경을 그린 다음, 소품 드로잉도 그려봤다. 박수연 학생기자는 다이어리와 마스킹테이프(위 사진), 안효빈 학생모델은 드로잉 세트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꽃을 먹는 물고기를 그렸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제주도의 풍경을 그린 다음, 소품 드로잉도 그려봤다. 박수연 학생기자는 다이어리와 마스킹테이프(위 사진), 안효빈 학생모델은 드로잉 세트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꽃을 먹는 물고기를 그렸다.

이제 각자 자유롭게 소품을 드로잉 하기로 했죠. 두 번째라 그런지 거침없이 그려나갔습니다. 박수연 학생기자는 일상 소품인 다이어리와 마스킹테이프, 안효빈 학생모델은 여행 드로잉 세트에 있던 그림인 꽃을 먹는 물고기를 보고 따라 그리며 멋지게 완성했습니다. 박수연 학생기자는 “다음에 여행을 가게 되면 미술도구를 챙겨서 리모 작가님처럼 멋진 풍경을 도화지에 남겨보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안효빈 학생모델은 “작가님이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쉽게 그렸는데 예쁜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리모 작가는 드로잉을 하고 싶어하는 10대 친구들에게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수단과 방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림을 평가받는 장르라고 느끼기보다는 재미난 놀이로 끝까지 즐겨줬으면 해요. 우리나라는 학업에 도움이 된다거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어릴 때부터 쌓으려고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고, 평가받는 장르라고 느끼기 때문에 어른이 돼서 그림 그리는 데 거부감이 있었던 거죠. 그 길에 빠지지 말고 어린 친구들일수록 더 용감하게 창의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풍경을 원하는 방식대로 마음껏 낙서를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낙서가 생명이다!”

리모 김현길 작가가 알려주는 드로잉을 잘할 수 있는 방법

장비병에 빠지지 말자!
초보자들이 너무 좋은 도구, 모든 준비물을 다 갖추려고 하는데 그러면 그림 그리기가 더 부담스러워져요. 나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한 도구, 예를 들면 연필‧볼펜으로 별것 아닌 일상을 편하게 기록해보는 아주 가벼운 느낌으로 그림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욕심을 버리자!
잘 그려야 한다는 욕망을 버리면 편하고 쉬워지는데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워지죠. 오로지 내 시간과 공간에 집중하는 목표로 그림에 접근한다면 좀 더 편안하게 그림을 오래 그릴 수 있을 거예요.

어려운 대상을 그리지 마라!
눈앞에 있는 작은 물체도 괜찮으니까 포커스를 좁게 해서 너무 많은 것을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 좀 더 편하게 그릴 수 있어요.

다 그리려고 하지 마라!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큰 건축물을 그리더라도 그 안에 작은 조각이나 세세한 부분은 생략하세요. 보통 초보자들이 그걸 다 그리려고 하다가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디테일에 연연해 하지 말고 복잡한 대상을 단순화해서 표현하는 방식을 자꾸 연습한다면 그림이 캐주얼하고 편안하게 느껴질 거예요.

Plus Tip 나만의 제품 만들기
내가 그린 그림을 스캔과 사진 촬영 등으로 파일로 만든 다음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도 있어요. 스티커‧엽서‧카드를 제작하거나 캔버스에 인쇄해서 액자로 만들어도 좋겠죠. 티셔츠‧캔버스백‧머그컵‧모자‧휴대전화 케이스에 컬러링북까지 내 그림으로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은 다양합니다.

리모 작가의 드로잉 이야기

리모 김현길 작가

리모 김현길 작가

수연 원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셨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를 따라 그리는 걸로 시작했어요. 만화를 직접 만들기도 했죠. 미술 학원을 한번 갔었는데 너무 선 긋기만 시켜서 2주 하고 그만뒀어요. 입시미술이 안 맞는 거 같았죠. 근데 그리는 즐거움을 어릴 때부터 많이 알아서 ‘입시미술 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림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 벽화 알바 등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가 좋아하는 저만의 그림을 꾸준하게 했던 것이 결국에는 전공자가 아닌데도 그림 작가로 활동하게 된 원동력이 된 거 같아요.

효빈일반 회사원에서 여행 작가로 전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떤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성취감이 저한테 중요했기 때문에 공과대학을 가서 엔지니어를 하고 싶었어요. 막상 큰 기업에 가서 플랫폼 연구원으로 일하는데 너무 큰 프로그램의 아주 작은 일부를 담당하다 보니까 재미가 없고, 프로그램을 짤 때 효율성만 강요받고 이런 게 너무 힘들어서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여행을 많이 가게 됐고 좋아하던 그림으로 조금씩 기록을 하다 보니까 여행과 그림을 전문적으로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찾아보니까 이걸 시리즈로 하시는 분들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11년도부터 준비해서 2013년에 퇴사를 하고 2015년에 첫 책이 나왔어요.

수연여행 작가로서 여행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개인적인 기호 말고도 이제는 좋은 가치를 전달하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여행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혼자, 천천히, 북유럽』은 2016년도에 간 여행을 기록한 책인데,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많이 혼란하기도 했었고 제가 좋아하던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난개발이 한창 시작되던 때였죠. 그래서 정치적으로도 선진국이고 자연도 아름다운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생겼던 거 같아요. 아마 다음 작품은 러시아 아니면 동남아 쪽이 될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예전에는 일본과 미국 중심의 교역을 했었다면 이제는 러시아나 동남아와 새로운 상생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거 같아요. 근데 우리는 특히 동남아 같은 경우 너무 관광지로만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파트너로서 그 나라들을 다시 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동남아 여행을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리모 작가의 여행 드로잉 작품들. 첫 번째 그림은 제주도 동쪽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행원연대봉

리모 작가의 여행 드로잉 작품들. 첫 번째 그림은 제주도 동쪽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행원연대봉

비오는 날의 제주도 한동리

비오는 날의 제주도 한동리

북유럽 여행 중 방문한 노르웨이 헬레쉴트의 밤 풍경

북유럽 여행 중 방문한 노르웨이 헬레쉴트의 밤 풍경

제주도 함덕 서우봉 해변의 풍경들.

제주도 함덕 서우봉 해변의 풍경들.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리모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리모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효빈그림 여행의 좋은 점이 궁금해요.
사진보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관찰하게 만들어줘요. 우리가 여행지에 가면 어떤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연습이 잘 안 되어있는 거 같아요. 예쁜 바다를 바라본다면 그 바다만 30분, 1시간 바라볼 수도 있는 건데 뭔가 좀 쫓기듯 여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어떤 액티비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 스케줄로 너무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여행을 하면 남들과 비슷한 여행이 되기 쉽고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데도 그 여행을 하게 되거든요. 그림 여행을 하면 한 대상을 오랫동안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풍경을 나만의 시선으로 오래 즐길 수 있어요. 그림이라는 예쁜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누구보다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들어 주는 거 같아서 좋아요. 여러분이 그림 여행을 하게 되면 나만의 여행 선물, 여행 기록이 나온다는 것도 중요하겠죠. 예쁜 선물 잘 파는 도시도 많지만 어떤 마을 가면 마그넷 같은 게 너무 조잡하거나 안 예쁜 경우도 많아요. 그럴 때 그 마을 풍경을 스스로 그린 그림 한 장이 있다는 게 나한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죠.

수연가장 좋아하고,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그림들이 여러 개 있어요. 스위스 수도인 베른이란 도시를 갔을 때 어떤 성당을 그렸어요. 그때는 드로잉 펜 말고 하이테크 펜이라고 일반 필기구로 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서 다 번져버렸어요. 이 그림 망했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카페에 들어가서 다시 그림을 보니까 그 현장 날씨가 그대로 그림에 녹아있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너무 그림을 내 힘으로 다 완성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좀 그림에 대해 관대해지고 여행지의 느낌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발상 전환을 시켜준 그림이어서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면서 굉장히 기분 좋았던 작품은 제가 작년 봄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두오모 성당을 그려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모자랐어요. 색칠하고 싶은데 주어진 시간이 50분밖에 없어 굉장히 빠르게 그렸는데 마음에 들게 됐죠. 그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효빈작가로서 보람을 느낄 때와 구상 중인 작품이 궁금합니다.
제 작품을 통해 그림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든지 저를 통해 그림 그리는 재미를 깨달았다 이런 애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요. 요즘에는 그림 여행을 떠나는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하는데 그런 함께 그리는 즐거움을 알아갈 때 큰 보람을 느끼는 거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들여다보는 작업도 하고 싶어요. 국내로는 남해안 쪽에 임진왜란과 관련된 여러 유적이 있어요.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준비하면서 병사들을 수습했던 그런 도보길의 경우 잘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그런 길들을 실제로 다녀보고 역사를 기록하는 드로잉 책을 내고 싶은 생각도 있죠. 북한과 접경지역 중국에 고구려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거기에 있는 유적들을 제가 대학생 때 갔다 오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대단하고 중요한 유적들이 있는데 너무 방치된 느낌이 있었죠. 이걸 딱딱하게 설명하는 책보다는 그림 여행으로 부드럽게 풀어내 좀 더 대중적으로 고구려 유적들을 많이 알릴 수 있는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리모 작가님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봤을 때 그림인지 사진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라서 너무 신기했어요. 이번 취재에서 그림도 그리고 제가 몰랐던 미술도구도 알게 되고, 인터뷰하며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나니 드로잉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어요. 또 풍경화가 무척 매력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신 리모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박수연(경기도 안말초 5) 학생기자

리모 작가님께서 잘 가르쳐 주시고 제가 그린 그림에 대해 ‘잘했다, 너무 잘 그린다’ 등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본 적이 별로 없어서 걱정했는데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고, 새로운 도구들을 이용해 그리니까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그려졌죠. 이 기사를 보는 다른 분들도 실제로 해보면 드로잉을 쉽게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성 작품을 보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니 꼭 도전해 보세요.    안효빈(경기도 탄천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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