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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정당 반대' 이끈 김정화, 안철수와 갈라선 결정적 그날

중앙일보

입력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 [연합뉴스]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 [연합뉴스]

민생당은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불참'으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일단 4·15 총선 체제로 전환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극한 파열음을 내오던 당내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바른미래당계 김정화(41) 공동대표에게 관심이 쏠린다.

대안신당계 박지원, 민주평화당계 박주현 의원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줄곧 주장했지만 김 공동대표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끝내 이를 관철했다. 또 바른미래당계 안병원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해 '한 지붕 세 가족' 체제에서 공천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 공동대표는 전북 김제시 출신으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국민대 정치대학원 여성정치학 과정을 밟던 대학원생 신분으로 2012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에 여성전문가로 들어가면서다. 이후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4년 2월 추진하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합류하면서 안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2017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바른미래당 대변인을 거쳐 지난달 24일 민생당 공동대표로 지명됐다.

김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민생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민생당의 최근 내홍과 관련해 "국민께 실망감을 드려 당 대표로서 사죄와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계 입문에 대한 고려는 언제부터인가.
"4녀 1남 중 맏딸이다. 어머니처럼 평범한 사람이 당당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정치라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 판·검사가 되어서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법대(연세대)까지 진학했다. 학비는 혼자 힘으로 벌었다."

-2012년 민주통합당에서의 활동은.
"당시 특정 학교 출신 운동권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분위기였고 계파도 있었다. 여성정치인이 성인지감수성을 갖고 사회문제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지 '생물학적 여성'이 정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란 생각에 3개월쯤 하다가 그만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연은.
"2014년 2월 안 대표가 주도하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들어가면서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실용적 관점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공동대표는 하지만 올해 1월 안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자 '결별' 성명을 냈다.

-안 대표의 바른미래당 탈당은 예상했나.
"작년 4월 당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현 국민의당 소속)이 마포에서 안철수계 사람들의 모임인 '마포팀'을 소집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퇴'를 거론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안 대표에게 '비선은 있을 수 있지만 견제받지 못한 비선은 있으면 안 된다'는 의견을 메시지로 보냈다. 안 대표에게서 '네 알겠습니다'는 답장이 왔는데 평소 문법을 고려했을 때 '내 생각은 다르다'는 의미였다."

-안 대표가 지난 1월 귀국 후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왔을 때는 어땠나.
"당시 안 대표를 만나 인사하니 '네'라고 하면서 눈을 마주치지 않더라. 그래서 손 전 대표를 만나러 온 것이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이자 요식행위란 것을 깨달았다."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오른쪽)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주현 공동대표. 임현동 기자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오른쪽)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주현 공동대표. 임현동 기자

-민생당 공동대표가 된 뒤 손 전 대표에게 도움 요청한 적은.
"당 대표 된 지 사흘 후 손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 사무총장 임명 문제로 내부 분란이 있을 때였다. 손 전 대표가 나서서 (설득의) 말을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을 했다. 그런데 손 전 대표가 '안된다'고 했다. '잘 생각해라. 민생당 대표는 김정화 대표다. 김정화의 리더십으로 민생당의 영(令)을 세워라'면서다. 그땐 야속했지만 성장통이었다고 생각한다."

-당내 호남계 의원들의 친민주당 성향 발언에 대한 생각은.
"제가 호남 유권자라면 민생당 후보가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면 표를 안 줄 것 같다. 우리 후보들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호남색 탈피 방법이 있나.
"이해찬(민주당 대표)·이낙연(전 총리) 등 기성 정치인들과 대비되는 성격을 강조할 것이다. 조만간 당 지명직 최고위원에 쇄신 인사를 임명해 세대교체 분위기를 알릴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목표 의석수는.
"호남 지역구 28석 중 13석과 그 외 지역 7석, 비례에서는 10석을 얻어 총 30석이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해도 국민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겠단 생각은 변함 없다. (민주당, 미래통합당에 이어) 원내 3당 자리를 지킬 것이고 중도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 지도부가 비례대표 후보 앞 순번을 차지할 거란 주장이 나온다.
"사실이 아니다. 그게 어떤 감동을 주겠는가. 선거를 앞두고 나온 낭설이다."

-전북 김제 출신인데 호남 민심을 모른다는 지적은.
"호남에서 출생했다고 호남 민심에 대해서 알거나 혹은 모른다고 하는 것은 이분법적 시각이다. 호남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혁신적 모습을 보이는 게 호남인들이 바라는 거라고 생각한다."

당내 호남계 의원들은 김 공동대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정치경력이 짧다 보니 호남 유권자를 잘 모른다"는 비판이다. 당 내분이 수면 아래로 침잠했지만, 총선이 임박할수록 호남계 인사들과의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민생당 한 호남계 인사는 "비례정당 합류 여부를 둘러싼 이전투구 과정에서 호남 의원들 불만도 쌓이고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현 지도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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