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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영기의 시시각각

2020년 총선 승자는 누구인가(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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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영기
전영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정부 지원금을 받는 한 방송사는 채 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17세 소년의 죽음을 보도하면서 “코로나 음성으로 확인돼 다행”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곧 사과했으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코로나만 잡으면 사람은 죽어도 괜찮다’는 잠재의식이 표출된 것 같아서다. 뉴스 진행자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환자는 죽었지만 수술은 성공했다’는 식의 궤변과 자화자찬이 하도 정권 주변에서 난무하다 보니 방송사들도 요설에 감염됐나 싶어 하는 소리다. 궤변과 요설은 문재인 시대의 특이한 풍조다.

민주주의 후퇴에 투표혁명 필요 #‘개싸움 위성당’ 내놓고 국민모독 #코로나 정국은 집권당에 유리해

‘개싸움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 이름에서 묻어나듯 개가 물어뜯는 방식으로 피고인 조국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중앙선관위에 창당을 신고했다. 민주당은 그 당을 숙주 삼아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의 집권당이 개싸움당을 위성 정당으로 택해 국민에게 지지를 요청한 것이다.  이로써 조국 살리기는 집권당의 명시적인 선거 목표가 됐다. 국민의 상식과 법의식이 무참하게 조롱당했다. 사람의 존엄성을 지켜준다던 정당이 내놓고 국민을 모독한다.

1987년 민주화 이래 지금 같은 뒤죽박죽 선거 풍경을 본 적이 없다. 목표와 수단, 본말이 뒤집혔다. 개소리의 폐해는 시끄러움으로 인해 사람 간 이성적 대화가 중단되는 데에 있다. 인간이 사는 사회에선 사실과 합리가 존중받지만 개소리가 번성하면 상식과 법치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개싸움국민운동본부는 어느 날 ‘시민을 위하여’라는 정당으로 표변한 뒤 다시 ‘더불어시민당’으로 안색을 바꿨다. 그렇다고 본성이 어디로 가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뜨기 전 진보 진영에 호소한 마지막 부탁은 “깨어 있는 시민이 돼라”였다. 그가 살아 있다면 상식을 버리고 개싸움에 몰두하는 시민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리라. 사람이 개싸움을 하면서 진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실제로 친노 인사로 알려진 임미리 교수가 이번 총선의 선택에서 “민주당만 빼고”라는 글을 진보 신문에 게재함으로써 민주당의 괴물성을 비판한 바 있다. 대표적인 친노파인 진중권씨도 문빠 지지층을 자아도취와 과대망상이 혼재한 병든 존재로 보았다. 조국을 묻지마 사랑하는 친문 지지층은 더는 합리와 논리와 이성을 추구하는 친노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고 했다. 친문은 친노에서 발원했지만 권력의 쾌락과 이익에 빠져들면서 노무현식 인간 윤리가 사라진 괴상한 존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4·15총선은 민주주의를 개싸움 수준으로 후퇴시킨 집권 세력의 일탈을 유권자가 바로잡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이라는 말로 자신의 탄생을 미화한다. 그러나 법치와 3권분립과 민주주의는 적폐 청산을 한다면서 오히려 후퇴했다. 사람 간 토론은 개소리에 묻혀 버렸다. 정권의 비뚤어진 행태는 선거로 교정될 필요가 있다. 교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개소리 대신 보편적 이성에 따라 시시비비가 가려지면 이를 투표 혁명이라고 한다. 투표 혁명으로 집권당에 제정신이 번쩍 들게 하면 남은 2년 임기는 대통령도, 국민도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2020년의 총선 승패는 어떻게 갈릴까. 조국을 지키기 위해 개싸움도 마다치 않겠다는 집권 세력의 정신 상태를 유권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비상식적 정권을 혼내 주자는 투표 혁명의 기운이 넘치면 미래통합당이 승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은 더불어민주당한테 유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선거 쟁점들이 코로나의 잿빛 분위기에 무더기로 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뭉텅이 돈이 풀리고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대거 실종되면서 대정부 감사 발언이 늘고 정권에 대한 비판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상황이 3월 말까지 이어지면 야당이 반전 드라마를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