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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과 왕좌의 게임 만났다” K좀비 열풍 일으킨 킹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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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킹덤’ 시즌 2. 상복을 입은 상태에서도 핏빛 전투는 계속된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 시즌 2. 상복을 입은 상태에서도 핏빛 전투는 계속된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은 ‘왕좌의 게임’의 정치적 음모와 ‘기생충’의 계급 갈등을 좀비와 함께 섞어놓은 드라마다.”

넷플릭스서 킹덤 시즌2 공개 열흘 #계급갈등,정치적 음모 얽혀 시너지 #북미 영화사이트 평점 기생충 앞서 #코로나로 접속 폭증, 시청자 더 늘듯 #김은희 작가 “해외, 한국풍광에 흥미” #박인제 감독 “더 잔인해 보이려 노력”

미국 매체 옵저버는 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 시즌 2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로 ‘K좀비’ 열풍을 일으킨 ‘킹덤’이 아카데미 4관왕의 ‘기생충’과 만나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경제지 포브스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연결해 “‘킹덤’을 보면 코로나19가 좀비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할 것”이라며 “최고의 좀비쇼”라고 호평했다.

김은희 작가

김은희 작가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시즌 1의 6부작이 15~16세기 조선에서 어떻게 역병이 탄생하고, 좀비가 창궐하게 됐는지를 보여줬다면, 시즌 2의 6부작은 앞서 깔아놓은 복선을 활용해 속도감 있게 달려나가는 덕이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인 넷플릭스는 별도로 시청률이나 시청자 수를 발표하진 않지만 ‘오늘 한국의 톱 10 콘텐트’ 1, 2위를 다투며 선전 중이다. 북미 영화 전문 사이트 IMDB 평점도 8.9점. 시즌 1(8.3점)은 물론 ‘기생충’(8.6점)보다 높다. 넷플릭스 시청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지난 19일 유럽 연합(EU)권고에 따라 "(인터넷 정체를 막기 위해)향후 30일간 유럽 내 모든 영상의 스트리밍 전송률을 낮추겠다”며 화질 다운그레이드 조처를 할 정도로 ‘방콕’ 이용자들의 넷플릭스 접속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갓을 비롯해 의상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시즌에서는 보다 다양한 복장을 선보인다. [사진 넷플릭스]

갓을 비롯해 의상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시즌에서는 보다 다양한 복장을 선보인다. [사진 넷플릭스]

19~20일 화상으로 만난 제작진도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은희 작가는 “‘기생충’과 ‘왕좌의 게임’ 모두 너무 좋아하는 작품인데 함께 언급해주셔서 영광”이라며 “서양 좀비 영화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한국 풍광은 물론 건축물도 색다르고, 총이나 창도 없어서 더 흥미롭고 위협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쓴 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선 “안 멋진 모자를 쓰고 나온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 작가는 “선조들이 멋을 알았던 것 같다”며 “화려한 여자 한복뿐 아니라 남자 도포나 패랭이 모자도 너무 멋있어서 다시 한번 반했다”고 했다.

박인제 감독

박인제 감독

피로 물든 궁궐이 주 배경인 시즌 2에선 한국의 건축미가 돋보인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부감으로 그린 동궐도(東闕圖)를 인상 깊게 본 김 작가는 좀비를 지붕 위로 유인해 추격전을 벌이는 방식을 택했다. 박인제 감독은 “3m 넘는 지붕 위에서 액션신을 찍을 수가 없어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후원 전투신도 얼음이 얼지 않아 컴퓨터 그래픽(CG)을 썼는데 불규칙한 균열 표현에 애먹었다”고 했다. 7년 후 이야기는 실제 종묘 촬영으로 사실감을 높였다.

시즌 1을 연출한 영화 ‘터널’(2016)의 김성훈 감독에 이어 시즌 2의 2~6화 메가폰을 잡은 박인제 감독은 “앞서 만들어진 세계관과 좀비의 특성을 계승하면서도 좀비물의 팬으로서 더 잔인하고, 더 고어하게 최대치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 ‘모비딕’(2011) ‘특별시민’(2017) 등을 만든 박 감독은 사극도, 좀비물도 처음이지만, 피로 물든 세자 이창(주지훈)의 상복을 곤룡포로 연상케 하는 등 인상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고래회충에서 모티브를 딴 촌충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화에 특별출연한 전지현. 시즌 3의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 넷플릭스]

마지막화에 특별출연한 전지현. 시즌 3의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 넷플릭스]

김은희 작가는 “같은 사람이 극본을 써도 영상 실현은 감독 몫이어서 두 분과 대화를 많이 했다”며 “시즌 1의 액션이 감정을 더 중시했다면, 시즌 2는 더 역동적이고 볼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안현대감(허준호)이 죽는 장면, 좀비들이 중전(김혜준)을 덮치는 장면은 쓰면서도 빨리 보고 싶었어요. 옥좌의 권위가 무너졌을 때 오는 희열 있잖아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일찌감치 시즌 1은 ‘배고픔’, 시즌 2는 ‘피’에 관한 이야기라고 예고했지만 “이렇게 많이 죽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도 많았다. 김 작가는 “원죄가 있는 캐릭터가 많아 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죽음을 고민했다”고 했다. “탐욕의 화신인 조학주(류승룡)가 장엄하게 죽는 것은 원하지 않았어요. 가장 비참하되 핏줄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죽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덕성(진선규)의 서사가 아쉽긴 했지만, 그에게는 비장함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봤습니다.” 어린 이염(김강훈)에게 궁을 맡기고, 이창은 생사초의 비밀을 쫓아 북방으로 떠난 시즌 2 결말에 대해선 “과연 왕족의 피만이 정답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시즌 10까지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 김 작가는 “시즌 3은 ‘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조선 시대에선 하층민, 그중에서도 여성이 더 많은 착취를 당해 여성 서사가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 모르죠.”

이창과 아신(전지현)의 러브라인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다. 김 작가는 “저는 이창과 서비(배두나) 사이에 지난 7년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상은 했는데, 제 몸에 사랑 분자는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절친’인 김은숙 작가에게 조언을 구해보겠다고 했다. 코로나19와 연관 짓는 시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킹덤’은 2011년부터 구상한 작품이고, 경상도에서 좀비가 창궐한다는 설정도 한국 지도를 봤을 때 백두대간으로 자연스러운 장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다. 극 중 서비의 대사인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이 모든 악몽이 끝날 것”을 인용하며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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