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암 막는 HPV 예방접종, 남성도 무료로 지원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0.03.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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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암 예방의 날’이었다. 국가암관리위원회의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균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 시 암 발병 확률은 35.5%다. 암 발병 확률이 높다면 암 치료뿐 아니라 예방에도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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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정확한 원인은 모호하지만 원인이 정확히 알려진 암도 있다. 바로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로 인해 발생한다. 200가지 이상의 HPV 중 약 15개가 암을 일으킨다. 원인이 명확하니 예방도 가능하다.

최근 호주는 “2034년 자궁경부암 사망 인구를 10만 명당 1명까지 감소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캐나다는 지난 2월 “20년 안에 자궁경부암 퇴치 최초 국가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이들 국가 모두 자궁경부암을 필수 예방접종 대상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정부는 2016년 국가필수 예방접종 대상에 HPV 백신을 포함시켰고 사업 성과는 훌륭했다. 사업 첫해 50.1%였던 접종률이 2019년에 87.6%를 넘어섰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호주·캐나다에서는 HPV 예방접종을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자’만 접종 대상이다. HPV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자는 바이러스 전달 역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HPV는 남성에게도 항문암·음경암·두경부암 및 생식기 사마귀 등을 일으킨다.

HPV 예방접종은 보통 아동기, 늦어도 첫 성관계 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HPV는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남녀 모두 HPV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은 여러 나라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암협회·국립암센터는 13~15세 남녀 청소년 HPV 예방 접종률을 8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 암의 5%는 HPV가 원인이다. 여성에게만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찬 바람 부는 날 두 개의 창문 중 하나만 닫는 것과 매한가지다.

물론 HPV 예방접종 대상에 남성을 포함시키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추가 대책 역시 필요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학부모에게도 HPV 질환과 백신에 대한 홍보를 전개한다. 청소년에게는 성교육 시간에 HPV 유발 질환과 예방 관련 교육을 한다. 의료계뿐 아니라 교육계·학부모·청소년 차원에서 HPV의 위험성과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정부 정책이 뒷받침될 때 암 퇴치에 더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선화 하나산부인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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