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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B토크] K리그의 마스코트 반장 선거, 랜선 개막전… KBO도 배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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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이 진행한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이 진행한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 [사진 프로축구연맹]

2월 29일은 프로축구 개막일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열리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리그 개막이 연기됐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선 '또다른 개막전'이 진행됐다. 지난 7일 '랜선 개막전'이 열린 것이다.

개막전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3경기(전북-수원, 울산-서울, 대구-강원)를 온라인게임 피파 온라인으로 구현했다. 축구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배성재 SBS 아나운서, 윤태진 아나운서가 게이머로 나서 더욱 화제가 됐다. 무려 1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를 지켜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프로축구연맹은 앞선 2월 26일엔 예정됐다 취소된 개막 미디어데이 대신 '마스코트 반장 선거'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K리그 1,2부리그 22개구단 마스코트 인기투표를 통해 '반장과 '부반장'을 뽑는 이벤트였다. 연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미리보는 K리그1 MVP, 영플레이어 투표'를 열고, 선수들이 직접 참가하는 축구게임 '랜선 토너먼트'를 준비했다.

축구라는 본연의 콘텐트에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한 노력으로 평가할 만 하다. 팬들에게서 멀어질 수 있는 시기에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는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줘야 마땅하다. '코로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건 '팬들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도 이런 노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10개 구단은 자체 유튜브나 SNS를 통해 여러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청백전 중계는 인기가 높다. 몇 천 명의 팬들이 지켜본다. 최근엔 퀄리티도 높아졌다. 전문 해설위원도 투입되고, 여러 대의 카메라를 투입해 다양한 화면도 제공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청백전을 자체 중계했다. [사진 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청백전을 자체 중계했다. [사진 두산 베어스]

하지만 구단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과 달리, KBO는 뒷짐 진채 손을 놓은 것 같다. 축구나 배구, 농구는 연맹이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KBO는 아니다. 공식 유튜브 계정에 마지막으로 영상이 올라온 건 2개월 전이다. KBO가 '통합 마케팅'의 표본으로 삼는 메이저리그(MLB)가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영상과 뉴스를 제공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프로야구 개막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른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감소했다 해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팬들과 야구의 거리는 이러는 사이에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KBO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고 인기 종목이라는 자존심을 찾을 때가 아니다. 다른 종목이 잘 하는 건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이제는 KBO가 직접 나설 때다. 최근 MLB는 2020년대(2020~2029년) 통산 부문별 1위를 가장 많이 맞히는 참가자에게 100만달러를 주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못할 이유가 없다. '응원가 토너먼트'를 열어도 될 테고, '21세기 최고 선수'를 뽑을 수도 있다. 한화 선수가 류현진의 토론토를, SK 선수가 세인트루이스를 골라 '류현진 대 김광현'을 게임에서 구현해보는 건 어떤가. 야구팬들이 놀 수 있는 '꺼리'를 만들고, 스토리를 쌓아가자. 그게 팬들의 눈과 귀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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