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란군 수뇌 제거한 美 드론, 북한 참수작전은 어려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Focus 인사이드

군사력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투영된다. 군사적 목적에서 발전된 기술이 민간에서 활용되는 스핀오프(Spin-Off) 사례는 많다. 특히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인터넷이나 GPS는 이제는 필수품이 됐고, 마치 공기나 물과 같이 생활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미디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만능으로 포장되면, 대중에게 잘못된 과도한 기대를 심어주게 된다. 이런 사례로 드론과 인공지능(AI)을 들 수 있다.

美 드론, 이란군 수뇌 제거 #북한 참수작전도 가능할까 #드론 생각보다 쉽게 격추 #AI, 결국은 인간 돕는 도구

지난 1월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 MQ-9 리퍼 드론이 투입했다. [사진=미 공군]

지난 1월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 MQ-9 리퍼 드론이 투입했다. [사진=미 공군]

2019년 9월 사우디 석유 시설이 드론과 순항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2020년 1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적 인물인 솔레이마니 장군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 두 가지 사건에는 모두 드론이 동원됐다.

최근 드론 이용은 군사는 물론이고 민간 분야까지 폭넓게 확대됐다. 특히, 군사적으로는 만능 무기로 포장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의 사용 요건은 제한적이다. 날씨 영향을 크게 받으며, 운용을 위한 통신 또는 GPS가 유지돼야 하며, 상대의 대공방어로 무력화될 수 있다.

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신안산대학교에서 드론방역봉사단이 드론을 활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뉴스1]

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신안산대학교에서 드론방역봉사단이 드론을 활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솔레이마니 암살 직후, 국내 미디어나 유튜브 등에는 잇달아 김정은 참수 작전에 드론이 동원될 것이라는 내용이 홍수를 이루었다. 하지만, 솔레이마니 암살과 김정은의 경우는 여건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주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상대가 적절한 대공방어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드론은 격추되기 쉽다. 솔레이마니 암살에 동원된 MQ-9 리퍼는 2017년 10월 예멘에서 후티 반군에 의해 격추됐다. 가장 높이 올라가는 미 공군 RQ-4 글로벌호크도 이란에 격추된 사례가 있다. 최근 시리아군도 터키군 무인기를 여럿 격추했다.

2017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한의 최신형 지대공 미사일 번개-5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2017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한의 최신형 지대공 미사일 번개-5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최근 미 공군은 MQ-9 리퍼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낡아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 방공능력을 갖춘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는 전쟁에서 리퍼의 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생존성에 대한 우려는 하늘에서 지상의 전장을 지휘 통제하는 조인트스타스(JSTARS)에서도 나오면서 대체 전략을 마련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지대공 미사일 번개-5형 시험발사 장면. [사진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지대공 미사일 번개-5형 시험발사 장면. [사진 노동신문]

한국과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은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지대공 미사일도 현대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GPS 방해는 이미 여러 차례 성공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드론에 대한 장밋빛 미래 전망에 앞서 위협을 먼저 살펴야 한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열광도 지나치다. 인공지능은 만능이 아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디렉터 알렉스 샌디 팬트랜드 교수는 이달 초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AI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잘 드러냈다. 팬트랜드 교수는 “대중이 AI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있다”며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계산기·컴퓨터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인간 대신해주는 기계일 뿐이라는 말이다.

과거보다 AI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처럼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는 전문 분야에 특화되도록 개발되고 있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지만, 다른 종목에서 인간과 대결하려면 해당 경기의 데이터들을 입력받고 학습해야 한다.

미국 공군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는 지상 표적물 감시 작전에 투입된다. [사진 미 공군]

미국 공군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는 지상 표적물 감시 작전에 투입된다. [사진 미 공군]

AI의 군사적 이용 연구에 대해서 가장 앞선 곳 중 하나는 미국 국방부인데 AI를 운용자와 결정권자의 상황인식을 돕고, 빠른 판단을 돕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미국은 인공위성 영상 판독에 숙련된 사람들을 동원해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기지나 이동식 발사대로 의심되는 곳을 찍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왔다. 학습이 잘 된 AI는 가능성이 낮은 영상을 걸러내 사람들이 봐야 할 자료의 양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거나, 판독가에게 자신들이 찾아낸 영상을 제안한다.

2017년 11월 미국의 한 매체는 인공위성 영상 분석용 AI 소프트웨어가 잠재적인 미사일 기지 위치를 찾는 데 필요한 시간을 60시간에서 1% 수준인 42분으로 줄이도록 도왔다고 보도했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이 미사일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식 발사차량에 실려 이동하기 때문에 발사 지점을 포착해 대응하기 어렵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2017년 11월 29일 북한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이 미사일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식 발사차량에 실려 이동하기 때문에 발사 지점을 포착해 대응하기 어렵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AI는 전투기나 군함에서도 비슷한 용도로 쓰인다. 외부의 센서나 데이터링크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기반으로 인간이 최적의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AI가 발전하더라도 스스로 무기를 운용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윤리적 측면을 고려해서라도 최종적으로 무기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것은 인간이어야 한다.

점증하는 4차 산업혁명의 맥락 차원에서 AI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에게 AI를 가르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AI는 음성인식 스피커 등 다양한 얼굴로 이미 생활에 파고들었다. 자동차 운전을 가르쳐야 하는데, 자동차 제작을 가르치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군도 과도하게 홍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래전을 준비하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결론을 내놓고 방향성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현호 군사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