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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름 달래는 걸작 호러 소설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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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호 21면

리처드 매시슨

리처드 매시슨

리처드 매시슨
리처드 매시슨 지음
최필원 옮김
현대문학

현대문학 출판사가 작가 이름을 앞세워 내놓는 세계문학 단편선 최신작이다. 리처드 매시슨이 낯설지 모르겠는데 윌 스미스가 주연한 2007년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 소설을 썼다. 『나는 전설이다』와 또 다른 장편 『줄어드는 남자』가 국내에 이미 소개돼 있다. 그런데 두 장편을 낸 황금가지 출판사는 작가 이름을 리처드 매드슨으로 표기했다. 현대문학에서 외래어표기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매시슨으로 표기를 바꿨다.

매시슨은 현대 호러 소설의 위대한 선구자로 꼽힌다고 한다. 미국 최고의 대중작가 스티븐 킹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매시슨을 꼽았고, 스필버그 감독이 그의 작품(단편 ‘결투’)을 영화로 만들었다.

책에는 모두 33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950년부터 작가가 사망하기 5년 전인 2008년까지, 근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쓴 100편 가량의 단편 가운에서 추린 것이다. ‘엑기스’라는 느낌이 들 만큼 태작이 없어 보이는 작품집이다.

매시슨의 생애 첫 소설인 1950년작 ‘남자와 여자에게서 태어나다’가 맨앞에 실려 있다. 이 작품 하나 만으로도 당대 사람들에게 커다란 믿음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카프카의 ‘변신’의 현대판 같다. 강렬하다. 이런 간명한 표현만이 어울리는 것 같다.

‘2만 피트 상공의 악몽’은 비행기 탑승객들이 떠올릴 법한 끔찍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까마득한 상공을 나는 비행기의 날개나 동체 위에서 누군가 불길하게 탑승객을 쳐다보는 상상 말이다. 2차 대전 전투기 조종사들 사이에 소문으로 떠돌던, 기계를 망가뜨리는 괴생명체 ‘그램린(gremlin)’이 소재인 작품이다.

‘시체의 춤’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단편집을 편집하고 해제를 붙인 미국 작가 빅터 라발이 ‘포스트아포칼립틱 좀비 소설’로 분류한 작품이다.

코로나 공포·불안을 잠시 잊는 데 제격인 몰입도 높은 소설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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