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멀리, 능력 그 이상 장타쇼…드라이버도 AI 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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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호 24면

필드의 봄 ‘신무기’ 출시 경쟁

새봄과 함께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시작됐다. 코로나19 탓에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지만, 마스크를 끼고 라운드하는 열혈 골퍼도 적잖다. 각 용품 브랜드들은 시즌을 맞아 신제품 드라이버를 앞다퉈 내놨다. 특히 ‘똑바로, 멀리’ 공을 날리고 싶다는 골퍼들의 간절한 바람을 반영하는 데 주력했다.

헤드 내·외부에 특수 금속 등 장착 #빗맞을 때 비틀림 줄여 방향성 개선 #신소재 쓰고 페이스 두께 등 조절 #반발력 높여 힘 안 들이고 장타 가능 #디자인·색상 화려한 고품격 장비 #튀는 개성 추구하는 골퍼들 유혹

올 시즌 신제품 드라이버의 두드러진 트렌드는 ‘눈에 띄게 좋아진 관용성’이다. 즉, 빗맞아도 똑바로 공을 날릴 수 있도록 헤드를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한 브랜드가 다양한 라인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G80, GV80 등 여러 종류의 제품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색깔도 변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드라이버 헤드는 대부분 검은색이나 회색이 주류를 이뤘는데 요즘엔 과감하게 원색을 배치한 컬러 마케팅이 트렌드다. 캘러웨이는 오렌지색, 테일러메이드는 파란색 드라이버를 출시했다.

각 브랜드가 다양한 드라이버를 출시함에 따라 골퍼는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슬라이스가 고민인 초급자라면 공을 똑바로 날리기 쉬운 관용성이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차에 비유하자면 편안한 승용차에 가깝다.

방향성보다 샷 거리와 샷 메이킹을 주력하는 중상급 자라면 스포츠카 같은 반응성 좋은 드라이버가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다른 골퍼와 차별성을 추구한다면 품격 높은 럭셔리 자동차 같은 드라이버를 택하면 된다.

#가성비 높고 편안한 세단

최신 드라이버는 슬라이스를 줄이는 관용성이 좋아졌다. 최대 반발력을 가진 페이스 중심 영역이 넓어져 샷 거리도 길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테일러메이드 SIM MAX, 야마하 리믹스 220, 캘러웨이 매버릭, 마제스티 컨퀘스트 블랙, PRGR 뉴 슈퍼 에그 매트 블랙.

최신 드라이버는 슬라이스를 줄이는 관용성이 좋아졌다. 최대 반발력을 가진 페이스 중심 영역이 넓어져 샷 거리도 길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테일러메이드 SIM MAX, 야마하 리믹스 220, 캘러웨이 매버릭, 마제스티 컨퀘스트 블랙, PRGR 뉴 슈퍼 에그 매트 블랙.

관용성이 좋은 편안한 드라이버라면 캘러웨이 매버릭과 야마하 리믹스 220, 테일러메이드 SIM MAX, 브리지스톤골프 뉴 JGR를 꼽을 수 있다. 타이틀리스트 TS2와 핑 G410 SFT도 관용성이 좋은 드라이버로 분류된다.

야마하 리믹스 220은 관성모멘트가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규정 한계인 5.900g.㎠에 근접한 5.760g·㎠다. 460cc 체적을 가진 공인 드라이버 중 관성모멘트가 가장 크다. 타격 때 공이 빗맞아도 헤드가 비틀리는 정도가 가장 적다는 얘기다. 가장 안정된 드라이버로 꼽을 만하다.

캘러웨이 매버릭은 임팩트 때 페이스의 중심을 벗어나도 헤드가 비틀리며 공이 옆으로 휘는 현상을 줄였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2C 트라이액시얼 카본을 헤드 윗부분(크라운)에 장착했다. 줄인 무게를 아랫부분(솔)에 배치해 공이 잘 뜨고 방향성이 좋은 편이다.

테일러메이드 SIM MAX의 SIM은 ‘Shape in Motion’의 약자다. 반발력과 관용성을 겸비했다는 걸 강조한다. 헤드 뒷부분에 스틸 무게추를 장착한 모양이 특이하다. 관성모멘트를 높이며 공기저항을 줄여 스피드를 높이려는 의도다. SIM MAX D가 시리즈 제품 중 가장 관용성이 뛰어나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브리지스톤골프 뉴 JGR은 헤드 속에 ‘서스펜션 코어’를 넣었다. 내부에 손가락 굵기의 구조물로 페이스와 솔을 연결한 것인데, 임팩트 시 헤드의 모양 변화를 줄이는 캘러웨이의 제일 브레이크와 비슷한 원리다. 방향과 거리를 동시에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타이틀리스트 TS는 ‘Titleist Speed’의 약자다. TS1은 헤드가 가벼워 여성, 시니어 골퍼에게 적합하다. TS2는 가볍고 강도가 높은 티타늄을 써 관성모멘트를 높였다.

핑 G410 SFT는 슬라이스 방지 드라이버로 불린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힐(샤프트가 꽂히는 부분) 쪽으로 무게를 50% 정도 옮겼다. 이렇게 하면 임팩트 구간에서 헤드의 회전이 빨라져 페이스가 닫히고 슬라이스가 줄어드는 원리다.

#스포츠카 같은 드라이버

어떤 드라이버를 살까?

어떤 드라이버를 살까?

‘장타 쇼’를 원하는 골퍼라면 좀 더 빠른 헤드 스피드로 샷 거리를 늘려주는 드라이버를 추천한다. 주목할 부분은 볼 스피드다. 드라이버는 스윙 스피드 대비 볼 스피드 수치(스매시 팩터)가 최대 1.5 정도다. 시속 100㎞의 속도로 스윙할 때 공이 날아가는 속도가 시속 150㎞라는 뜻이다. 최신 드라이버는 수치가 좀 더 높아졌다. 골퍼가 능력치보다 긴 샷 거리를 얻을 수 있는 드라이버가 최근 줄줄이 선을 보였다.

테일러메이드 SIM은 고반발 페이스를 만들면서 반발력을 규정 내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모든 드라이버가 한계치에 가까운 반발력을 갖도록 만든다는 의도다. 이론대로라면 테일러메이드 제품의 반발력은 일관성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캘러웨이 매버릭 서브제로는 골퍼의 타점을 분석해 공이 많이 맞는 부분을 얇게 만들었다. 얇아진 페이스가 반발력을 높여 샷 거리 손실을 줄인다. 인공지능(AI)이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미즈노 ST200은 가볍고 탄성이 좋은 ‘베타 리치 티탄’을 소재로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6-4Ti보다 인장강도(잡아당기는 힘을 견디는 최대한의 응력)가 약 17%가량 높다. 선수들의 스윙스피드로는 공인 반발력이 나오지만, 주말 골퍼가 사용하면 비공인 고반발 스피드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마제스티 컨퀘스트 블랙은 거미줄 모양의 패턴인 스파이더웹이 페이스에 새겨졌다. 헤드 가운데를 벗어난 곳의 반발력을 높이려면 얇게 만들어야 하는데 파손될 위험이 있다. 마제스티는 거미줄 형태로 페이스 두께를 달리 설계해 가장자리의 반발력을 높였다.

타이틀리스트 TS4는 430cc로 헤드가 작은 편이다. 작아진 만큼 공기저항이 줄어서 헤드 스피드가 빨라진다. 관성모멘트가 낮아 공이 똑바로 가기는 어렵다. 반대로 공을 휘어 치기 좋다. 프로와 상급자용이다.

높은 품격을 원한다면 프리미엄 클럽을 권한다. 드라이버 가격이 100만~500만원이나 된다. 대중 브랜드, 모델보다는 비싸지만,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세단의 편안함과 스포츠카의 스피드와 스타일을 두루 갖춘 셈이다.

#럭셔리 세단 같은 드라이버

박인비가 LPGA 투어 개막전을 이틀 앞둔 15일(한국시각) 미국 올랜도 포시즌 골프&스포츠 클럽에서 티샷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태성

박인비가 LPGA 투어 개막전을 이틀 앞둔 15일(한국시각) 미국 올랜도 포시즌 골프&스포츠 클럽에서 티샷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태성

젝시오 일레븐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버 중 하나로 꼽힌다. 거리와 방향은 물론 심리적인 부분인 타격음과 타격감, 디자인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골프 여제 박인비를 젝시오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 박인비처럼 편안하고 부드럽게 쳐도 멀리 나간다는 인상을 골퍼에게 심어줬다. 핵심 기술은 ‘웨이트 플러스 테크놀로지’다. 무게중심을 그립 쪽에 배치해 자연스러운 백스윙을 돕는 기술인데 그 결과 스윙 스피드가 빨라져 공이 멀리 나간다는 설명이다.

혼마 뉴 베레스 2는 우아한 곡선과 화려한 문양을 자랑한다. 섬세한 디자인에 헤드 전체를 감싸는 펄 컬러가 특징이다. 스윙 스피드가 느려도 공이 멀리 나간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맥시멈 액티브 스피드 슬롯 테크놀로지로 불리는 이 기술을 활용한 덕분이다. 임팩트 때 페이스 중심을 벗어나도 샷 거리 손실이 줄어든다. 2스타 가격이 110만원이나 된다.

PRGR 뉴 슈퍼 에그 매트 블랙은 비공인 드라이버다. 체적이 480cc나 되는 큰 헤드에 고반발 페이스를 장착했다. 헤드가 커서 무게 중심이 더 낮고 깊다. 대형 헤드를 장착함에 따라 안정성이 좋아지는 건 물론 고반발 영역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반발력이 높은 ‘U’자 컵 페이스를 장착해 샷 거리를 더 늘였다.

류시환 기자 ryu.see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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