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죽이다 정상조직까지···젊은층 많은 사이토카인 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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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환자와 직원 등 7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18일 환자와 직원 등 7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대구 코로나 확진 환자 중에 중증 환자들도 다수 있다. 이 가운데 26세 환자 한 명이 있는데, ‘사이토카인 폭풍’과 연관성이 있어 치료 중이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이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방역 관계자 입에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란 표현이 직접 나온 건 처음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쉽게 말해 면역 체계가 과잉 반응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흔히 발생하는 사례는 아니다. 사이토카인은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가 몸 속에 들어왔을 때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 분자다. 염증 반응을 유도하거나 억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했을 때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정상 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많은 염증이 생겨 폐를 망가뜨리고 신장 등 다른 장기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이게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일반적으로는 면역 체계가 우리 몸을 외부 공격에서 지켜주지만, 사이토카인 폭풍은 오히려 면역 체계가 너무 강하게 작용해 '주인'을 거꾸로 공격하는 셈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사이토카인 폭풍은 모든 감염질환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이 바이러스만 잡아내는 정밀폭격이 아니라 융단폭격으로 이뤄지면, 바이러스도 죽이지만 정상 조직도 죽여 몸이 손상된다. 면역 기능은 양날의 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개는 면역 체계가 강력한 젊은층에서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 독감, 사스 등에서도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클리브 쿡슨 사이언스 에디터는 지난달 초 "코로나19 초기 증상으로는 발열, 기침 등이 있다. 폐에 염증이 생기면 폐렴으로 이어진다"면서 "가장 심한 경우 과잉 면역반응이 나타나면서 다른 장기를 파괴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사이토카인 폭풍이 경북 경산 17세 소년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소년에게선 코로나19뿐 아니라 인플루엔자(독감) 등 다른 주요 바이러스들도 검출되지 않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망한 17세 환자에 대해선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면서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를 같이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하는 호흡기 바이러스 8종 검사를 했지만 나온 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기석(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17세 소년이 고열과 폐렴으로 갑자기 숨지는 일이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코로나19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각종 바이러스가 많다. 건강한 아이도 바이러스 때문에 갑자기 숨질 수 있는 것이다. 사이토카인 폭풍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면역 문제보다는 또다른 바이러스성 감염에 따른 증상 악화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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