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가상현실서 열린 컨퍼런스…코로나19로 VR 다시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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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는 19일 개발자컨퍼런스 VEC2020을 가상공간에서 VR컨퍼런스로 진행했다. ENGAGE 캡처

HTC는 19일 개발자컨퍼런스 VEC2020을 가상공간에서 VR컨퍼런스로 진행했다. ENGAGE 캡처

VR 기기 바이브를 생산하는 대만 HTC가 19일 '바이브 에코시스템 컨퍼런스(VEC) 2020'를 가상공간에서 개최했다. 중국의 정보기술(IT) 도시 선전(深圳)에서 매년 열리던 VEC가 올해는 가상 공간으로 대체됐다. 코로나19 여파다.

무슨 일이야?

·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주제 발표, 패널 토의, 참석자들 간 대화가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강연자는 가상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화면을 띄우고, 물건을 돌려가며 설명했다.
· '미래의 교육이란'세션에서는 세계 최대 비영리 벤처단체인 미국 엑스프라이즈재단 창립자 피터 디아만티스가 철학자 '플라톤'의 아바타를 소환해 강연을 하기도 했다.

· VEC2020은 대형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VR로 대체한 첫 사례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창립자 피터디아만티스가 강연도중 플라톤 아바타를 소환해 설명하고 있다. ENGAGE 캡처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창립자 피터디아만티스가 강연도중 플라톤 아바타를 소환해 설명하고 있다. ENGAGE 캡처

무슨 의미야?

·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자 IT 공룡들의 신제품 발표회와 연례 컨퍼런스에도 비상이 걸렸다.

·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I/O), 페이스북의 개발자컨퍼런스(F8), 마이크로소프트의 빌드2020, 애플의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등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 HTC의 VES2020은 코로나19 국면에서 큰 타격을 입은 마이스(MICE·컨퍼런스·미팅 회의 등) 산업에 VR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 앞서 지난 2월 17~22일에도 '에듀케이터 in VR서밋'이 MS의 '알트스페이스 VR'에서 개최됐다. 2000명 이상이 참석했다. 세계 'VR/AR협회'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던 행사를 VR로 옮기로 결정했다.

이게 왜 중요해?

HTC의 VR컨퍼런스. 발표자들의 토론을 참가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ENGAGE 캡처

HTC의 VR컨퍼런스. 발표자들의 토론을 참가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ENGAGE 캡처

· 줌(Zoom) 같은 화상회의 솔루션이 인기를 끌지만 오프라인 컨퍼런스는 '온라인 대체'가 쉽지 않다.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기대하는 네트워킹(인맥 쌓기)이나 상호 소통(Interactive)이 온라인에선 어렵기 때문이다.
· 그런데 VR이 코로나19 시대에 이런 가능성을 열었다. 특정 가상 공간에 모인 참석자들은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다른 아바타(참석자)들을 만날 수 있다.
·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VR컨퍼런스에 대해 "'줌'의 비디오, '이벤트브라이트'의 티켓팅, '트위치'의 상호소통, '링크드인'의 네트워킹을 잘 섞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백그라운드

· VR산업은 등장 당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기대에 비해 성장세가 더뎠다. 소비자가 전용 기기(HMD)나 장갑 등 VR 장비를 구입해야하고, 즐길 만한 킬러 콘텐츠(소프트웨어)도 부족했다. 구글은 지난해 VR 프로젝트를 결국 중단했다.
· 게임·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주로 VR이 활용됐고, 최근에는 교육·체험·의료 분야에서 VR의 가능성을 주목하는 정도였다.
· 김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이사는 "하드웨어가 빠르게 개선되고, 5G(5세대) 이동통신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 VR을 즐기는 데 필요한 여건이 갖춰지면서 최근에야 성장 모멘텀이 왔다"고 평가했다.
·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 가상·증강현실(VR·AR)시장이 올해 188억달러(22조2800억원)로 전년보다 7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선

· 최근 MBC의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 방송 후 VR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점차 높아지긴 했다.
· 5G 통신망을 갖춘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VR과 AR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편이다.
· SK텔레콤은 지난달 5일 코로나19로 관중 없이 개최된 '2020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코리아'의 개막전을 '점프VR' 앱으로 생중계했다. KT도 코로나19로 집을 보러 다니기 힘든 주택 수요자들을 위해 최근 '슈퍼VR' 집뷰를 선보였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VR·AR 육성을 위해 올해 19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김일 이사는 "민간 벤처캐피털 등에서 VR의 장기적 가능성을 보고 스타트업 등으로 투자를 해줘야 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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