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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최저임금·부동산정책 다 바꿔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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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중경 객원기자 

최중경 객원기자 전 지식경제부 장관

최중경 객원기자 전 지식경제부 장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상황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다. 이 시기에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은 낭보다. 이번 기회에 한·일 통화 스와프 복원도 서둘려야 한다. 다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기초 산업 무너지면 복원 어려워 #기업들 위기 버틸 수 있게 도와야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우리 산업의 복원력 상실이다. 금융위기 때는 환율 급등으로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좋아져 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됐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의 빠른 추격이다. 예컨대 2008년엔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우리 기업하고 상대가 안 됐다. 이제는 턱밑까지 쫓아왔다. 환율이 유리해진다고 바로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구조가 아니다. 두 번째는 우리의 문제다. 정부 정책이 산업경쟁력을 깎아먹는 쪽으로 가고 있다.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에선 해외에서 주문이 몰려오더라도 소화할 방법이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기업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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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은 꼭 필요한 부분에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산업 중심적인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이 어려워지면 결국 경영자뿐 아니라 근로자도 어려워진다. 특히 한번 무너지면 재구축이 어려운 네트워크 산업을 잘 관리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항공·해운·물류 산업이다. 이 어려움만 넘기면 ‘캐시카우’(수익성 높은 산업) 역할을 할 산업도 있다. 물론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소비를 진작하는 대책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응급처방에 신경쓰더라도 산업 대책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은 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므로 빨리 바꿔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확 바꿔야 한다.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면 90년대 초반 스칸디나비아 3국(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과 비슷한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형 위기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자국 은행의 담보대출이 부실화하고→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면서→외국은행이 크레디트 라인(대출 한도)을 끊으면서 발생했다. 빨리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가격 통제가 아닌 시장 수급 위주로 바꿔야 한다.

미시적으로는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발생 시 대응력 점검)를 해야 한다. 금융기관별로 단기로 빌려와 장기로 굴리는 일은 없는지, 외화 유동성은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외채의 장단기 만기 구조는 어떤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최근 외환시장이 ‘오버 슈팅’(과매도)하는 느낌은 든다. 그래도 지금은 놔둬야 한다. 외환보유액을 헐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다.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정책을 통해 경제 체질과 산업 경쟁력을 튼튼히 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위기 극복의 왕도다.

최중경

금융정책과 국제금융 전문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세계은행 이사,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최중경 객원기자·전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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