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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갈리면 치명적"…'무소속 출마러시' 골치아픈 민주·통합당

중앙일보

입력

거대 양당이 공천배제(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 당 지도부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표가 분산되면 당락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남 흔들릴까 불안한 통합당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후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후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무소속 출마 움직임은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 더 잦다. 현역 또는 중량급 인사 10여명이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저울질하고 있다. 18일에는 정태옥 의원(대구 북갑)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당헌ㆍ당규를 무시하고 지역 연고도 없는 서울 TK(대구ㆍ경북) 인사를 내리꽂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앞서 17일에는 권성동(강릉)·백승주(구미갑) 의원, 지난 13일에는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이 각각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홍준표 전 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 전 경남지사(산청-함양-거창-합천) 등 중량급 인사도 컷오프 이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밖에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주영 의원(창원 마산합포), 김재경(진주을)ㆍ김한표(거제)ㆍ김석기(경주) 의원 등이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17일, 김석기 의원은 18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 후보를 공격하며 “공천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통합당 입장에선 PK(부산ㆍ경남) ‘낙동강벨트’ 지역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도 현역 이탈 못지 않은 위험요소다. 여당 후보들과 접전을 벌일 공산이 큰 만큼 이들의 무소속 출마가 승패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부산 부산진갑(서병수 전 부산시장 공천)에서는 결핵협회장 출신 정근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공언했다. 정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해 24.71%를 득표한 적이 있다. 20대 총선 당시 김영춘 의원(49.5%)과 나성린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후보(46.4%)의 득표율 차가 크지 않은 만큼 통합당 입장에선 “표가 갈리면 어쩌냐”고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부산 내 험지로 분류되는 부산 북-강서을(김원성 최고위원 공천)에서도 강인길 전 부산 강서구청장의 무소속 출마 움직임이 있다.

이때문에 통합당에서는 ‘복당 불허’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석연 당 공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 금지를 황교안 대표에게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도 입장문을 내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여당과 정권에 승리를 바칠 뿐”이라며 “분열과 파벌주의적 행태는 당을 흔들고, 국민의 명령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텃밭 흔들리는 민주당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가 17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총선 경기 의정부갑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br〉〈br〉〈br〉[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가 17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총선 경기 의정부갑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br〉〈br〉〈br〉[뉴스1]

민주당은 수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에선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과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서울 금천)이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기도에선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의정부 갑)가 지난 1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에서도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동대문을에선 민 의원이 58.16%를 득표해 박준선 새누리당 후보(38.15%)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4년 전 금천에선 현역인 이훈 민주당 의원이 정두환 국민의당 후보(24.05%)가 호남표를 상당히 잠식했음에도 구청장 출신 한인수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14대 총선 때 의정부에서 처음 당선됐던 문 의장은 15대를 건너뛰고 이 지역에서 내리 5선(16대 의정부, 17~20대 의정부갑)을 했다.

다만 공천을 받았거나 예정된 이들이 '전략 후보'인 반면, 무소속 출마한 이들은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유력 후보라는 점이 변수다. 서울 동대문을은 ‘청년 경선 지역’으로 지정해 내과 전문의 출신인 김현지 민주당 중앙선대위 코로나19대책추진단 부단장과 장경태 당 청년위원장이 경선에 올라 있다. 금천에는 최기상 전 판사가, 의정부갑에는 소방관 출신 오영환 후보가 전략공천됐다. 모두 정치 경력이 길지 않은 이들이다.

이때문에 해당 지역의 민주당 조직이 흔들리는 징후가 감지된다. 특히 문석균씨는 이 지역 현역 의정부시의원 3명과 동반 탈당했다. 오영환 후보 측이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에게 간담회 참석을 요구하면 “불참하신다면 민주당 선출직 의원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해당행위)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이런 무례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맞받아치는 일도 있었다. 민주당의 수도권 의원은 “동대문과 금천은 호남향우회 등 민주당 유관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라며 “갑자기 등장한 전략 후보들이 무소속 유력 후보들의 등장으로 발생한 조직적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호남의 공천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전북 전주을에선 지난 선거에서 낙선했다는 점이 작용해 컷오프된 최형재 후보가 이미 무소속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을 전략공천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선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의 한 호남 출신 보좌관은 “순천은 보수 진영(이정현)과 옛 민주노동당(김선동)에서 당선자를 낼 정도로 스윙보팅이 심한 지역”이라며 “순천의 일부를 떼어 광양-곡성-구례에 붙인 지역구 획정 등으로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이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이뤄진 충청 지역에선 컷오프된 오제세(청주 서원ㆍ4선) 의원이 19일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임장혁·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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