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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테러리스트 스스로 수퍼전파자 되는 신종 테러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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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민석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21세기 인류 시험하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가져온 국제 외교·안보 파장에 관한 좌담회를 13일 본사에서 가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국제적 불신을 가져와 각국은 각자도생 형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더 어려워졌고, 남북관계 개선도 요원해졌다. 왼쪽부터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 김상선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가져온 국제 외교·안보 파장에 관한 좌담회를 13일 본사에서 가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국제적 불신을 가져와 각국은 각자도생 형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더 어려워졌고, 남북관계 개선도 요원해졌다. 왼쪽부터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 김상선 기자

전쟁의 공포는 죽음의 공포다. 중국 우한 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감염증은 치사율이 높지는 않지만, 전쟁처럼 인간을 죽음의 공포로 내몰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일반 시민은 공포를 안고 각자 집에 고립된 채 있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방어할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격리는 국가 간 격리로 이어지고 있다. 프로이트의 ‘죽음의 공포’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적 거버넌스는 작동하지 않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코로나 국경 차단이 #추가 대북제재 효과 #제2 고난의 행군 예상”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코로나는 양극화와 포퓰리즘 #정치·민주주의·외교까지 더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 #“코로나로 한계 드러낸 우리 외교 #객관적이고 신뢰에 기반한 #전문화된 외교부로 거듭 나야”

코로나19가 21세기 인류를 시험하고 있다. 각국은 서로 입국을 차단하며 각자도생이다. 중국 시진핑 체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북한은 올 한해 외부지원 없는 ‘제2 고난의 행군’이 예상된다. 우리 외교는 한계를 드러냈고,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해졌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외교·안보 문제에 관한 좌담회를 지난 13일 가졌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코로나 사태가 인간의 심리와 국제사회까지 위축시킨다.
▶차두현=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이 국제 정치·경제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 온 세계가 불신으로 각자도생이다. 세계화와 국가 간 상호의존이 코로나 확산을 유발했다. 세계화가 낳은 후유증이다. 그 바람에 각국이 나홀로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연관된 경제시스템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정보 속도는 21세기인데 각국 지도자의 20세기 방식의 관리와 대국민 소통은 불신을 키웠다.

▶진창수=비전통적 안보에서 국제 협력체제(거버넌스)가 완비되지 않았다. 앞으로 세계보건기구(WHO)도 문제가 되겠지만, 국제 거버넌스 복원이 과제다. 미·중 경쟁에 따른 불신이 이번 사태에 불을 붙였다. 더구나 코로나가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먼저 발생해 국제 공급망(supply chain)에도 차질이 생겼다. 여러 나라가 입국을 차단해 국제적 상호의존 구조가 훼손됐다. 유럽에선 한·중·일을 하나의 황색으로 보는 인종갈등까지 일어났다.

▶최병일=21세기의 양극화·포퓰리즘·정치와 민주주의 위기·국제협력 문제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해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진영논리에 민주주의 자체가 잘 작동하지 않고, 국가끼리의 불신이 공포를 증폭시켰다. 중국과 한·일 모두 질병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건 더 문제다.

유가와 증시가 대폭락했다.
▶최=지난 2월 초만 해도 미국 증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코로나 사태에서 유가 폭락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유가가 더 떨어지면 미국 정치는 대혼란이다. 물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셰일가스 회사의 도산을 막을 거다. 그러나 유가 폭락에 앞장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재할 리더십이 트럼프에겐 없다.

▶진=코로나 파장을 막기 위해 모든 국가가 재정 확대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거쳐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윈윈방식의 암묵적인 국제 경제질서도 붕괴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중 패권경쟁에 국제사회의 줄서기로 불신이 커졌다. 각국이 코로나 사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행태는 해결책이 없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추락은.
▶최=전 세계 성장에서 중국 비중이 크다. 한국에도 영향이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재정을 쏟아부어 무마했다. 그때 쓴 약이 독이 됐다. 중국 부채는 30조 달러 이상이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기초체력도 허약해졌다. 그래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새로운 거품을 만들 여력이 없다. 세계는 물론, 미국도 중국을 더는 포용하지 않는다. 중국의 손발이 잘리고 있다. 새로운 기술로 미국에 대처하려던 중국의 계산이 코로나 사태로 틀어졌다. 중국의 농민들은 공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초기 방역 실패 논란의 시진핑 위기는.
▶차=시진핑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시진핑의 3기 개막(2022년)이 만만치 않다. 중국의 6% 경제성장 신화는 깨졌다. 그래서 중국이 예전처럼 유지하려면 대대적인 복구지원을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최=중국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뚫고 갈 거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공산당 체제 위기다. 그런 위기는 결사적으로 막는다. 중국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는 조짐이 없는 한 체제 위기까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이 떠맡으려던 글로벌 리더십 훼손은 불가피하다. 중국은 코로나 책임을 국제사회로 떠넘기기 위해 ‘베이징판 WHO’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 외교의 문제가 많았다.
▶진=일본이 한국인 입국제한을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했다’와 ‘하지 않았다’는 진실게임을 떠나 외교력 한계를 드러냈다. 일본과의 외교채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서다. 일본이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시행한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중지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한국의 대응조치 또한 감정적이었다. ‘불신 외교’를 정치화한 나쁜 선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7월 도쿄 올림픽이 무산되면 한·일 관계 복원은 더 어려워진다.
북한에도 영향이 큰 것 같다.
▶진=코로나 사태가 북한에는 기가 막힌 상황이다. 시진핑의 올 상반기 방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대북제재 완화도 어렵게 됐다. 방역문제로 북·중 국경을 차단해 밀무역까지 막혔다. 시진핑은 북한을 도와줄 여유가 없고, 트럼프도 새로운 사업은 하지 않을 거다. 북핵문제 해결에 나설 나라도 없다. 당초 북한은 한·미가 3월에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도발한 뒤, 시진핑이 다리를 놔주면 협상할 의도로 보였다. 그러나 연합훈련은 연기됐고, 코로나 사태가 겹쳐 북한의 기도는 무산됐다.

▶차=코로나를 막기 위한 북한의 국경 차단은 오히려 추가 대북제재 효과가 됐다. 당분간 중국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북한은 외부지원 없이 올해를 버텨야 할 처지다. 그렇다고 비축물자가 열악한 북한이 전쟁 같은 도발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북한의 지원요청 메시지를 6∼7월까지 무시하면 중거리 미사일 정도는 쏠 수 있다. 결정장애가 있는 김정은의 중구난방식 오판도 걱정이다.

코로나가 불러올 나비효과는.
▶차=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생물무기에 대한 테러리스트의 관심이 커질 거다. 작은 실험실에서도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엔 자신의 목숨을 고려하지 않는 테러가 많다. 테러리스트 스스로 수퍼전파자가 돼 돌아다닐 수 있다. 어쩌면 가장 값싼 테러다. 세균과 같은 생물무기를 무인기로 뿌리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코로나 사태 후유증 극복방안은.
▶진=국제 협력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백신 개발에 투자해 외교 공간을 넓히는 방법도 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전염병을 정치화하는 발상은 재점검해야 한다. 외교는 객관적이고 신뢰를 갖춰야 한다. 외교부는 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차=코로나 사태를 우리처럼 투명하게 공개한 나라도 없다. 그런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나라를 설득해야 한다. ‘당장 입국 금지를 풀어라’는 요구는 빵점 외교다.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에 대해선 보복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보여줘야 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정리 도움=김서희 인턴기자